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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굿바이 마이 레리티 (34)
게시물ID : pony_257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레리티
추천 : 5
조회수 : 42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1/13 19:51:02

2틀 뒤, 아르바이트를 다녀온 아침은 어느 때나 똑같았다. 수연이는 학교에 가고, 엄마는 가게에 나가고 나는 레리티가 차려준 간단한 식사를 먹은 뒤, 잠을 잤다. 하지만 일어나고 나서는 평소와 사뭇 달랐다. 씻고서 나갈 준비를 마치자 딱 맞춰서 예정 된 손님이 문을 두드렸다. 현관 문을 열자, 가죽점퍼와 나시티를 입은 혜진이가 있었다.

 

"오빠! 가요! 레리티 놀러가자!"

 

이렇게 말한 뒤, 고양이같은 눈으로 싱긋 웃었다.

 

"어딜가?"

 

레리티가 그녀를 보고 놀란듯 말하자 나는 얘기했다.

 

"놀러가는 거야. 집 안에만 있으면 심심하잖아."

 

그러자 레리티는 놀란듯 입을 벌리고 귀를 쫑긋 세웠다.

 

"아르바이트는?"

 

"오늘, 내일, 쉬니까 걱정하지 말고!"

 

"좋아!"

 

이렇게 외치자, 난 녀석을 전용 스포츠백에 넣은 뒤 혜진이의 오토바이로 향했다. 오토바이를 열자, 사람처럼 앉아 있는 랭보와 플샤가 있었다. 랭보는 혜진이 것과 색깔만 다른 고양이 헬멧을 쓰고 있었다. 이제는 친절하게 직접 벗어서 나에게 건내주었다. 그러면서 말했다. '오랜만이야!' 랭보가 그렇게 말하자 플러터샤이도 '안녕하세요..' 이렇게 말하며 싱긋 웃었다.

 

"그래, 안녕! 이따 보자!"

 

난 헬멧을 쓰고 트렁크를 닫은 뒤, 오토바이 뒷자석에 올라탔다. 그리고 이제는 익숙하게 혜진이의 잘록한 배를 껴안듯이 잡았다. 그러자 오토바이는 곧장 출발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하늘공원' 이라는 곳이었다. 작은 산 꼭데기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공원이었다. 편의 시설같은 것은 없지만 잘 정돈된 수풀과 계단 양 옆으로 정갈하게 솟아있는 나무들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우리들은 하늘공원 입구에 도착해서 산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 포니들을 내려주었다. 레리티는 경악했다.

 

"세상에...!! 이거 다 계단이야?!"

 

좋은건지 싫은 건지 모를 말투였지만 레리티라면 싫어할만도 했다. 플러터샤이는 통나무로 만들어진 계단을 신기한 듯 앞발로 툭툭 쳐보더니 계단 옆에 나있는 꽃으로 가서 향기를 맡았다. 무척 기쁜듯 보였다. 랭보는 날개를 퍼덕이며 우리들을 제촉했다.

 

"뭐해? 안 올라갈거야?!"

 

이러길래 우리들은 한걸음 한걸음 계단을 내딛으며 올라갔다. 오직 랭보만 날개짓하며 우리를 앞장서듯 계단 위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러자 혜진이가 말했다.

 

"랭보! 우리랑 같이 걷자!"

 

그러자 랭보는 '어휴..' 싫은듯한 표정을 짓더니 혜진이 옆에 착지해서 같이 걷기 시작했다. 레리티는 불평했다.

 

"세상에.. 이걸 어떻게 다 올라가라는거야?! 끔찍한... 자연! 으아..아.. 땀 날 것 같아!"

 

이러길래 난 레리티의 겨드랑이 사이를 내 팔로 끼워서 안고 걸었다.

 

"이러면 불만 없는거야?"

 

이렇게 말하자마자 녀석이 말했다.

 

"내 다리가 디딜 곳이 없어서 흔들거리잖아. 다리를 받춰줘."

 

그러고보니 계단 하나를 오를 때마다 녀석의 통통한 엉덩이가 시계추처럼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래서 팔 하나는 다리에 받쳐주고 하나는 가슴을 감싸듯 안아주었다. 그제서야 녀석은 괜찮은듯, '고마워.'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언제 챙긴 것인지, 이제는 레리티 것이나 다름 없어진, 내 경주 기념품 부채를 펼치고 나에게 부쳐주었다.

 

"힘내라고 부쳐주는거야."

 

그래서 고맙다고 말했다.

 

계단의 끝은 산 정상이었다. 가을 하늘 특유의 높은 하늘 밑에서 우리들은 산 아래로 보이는 건물들의 모습을 보았다. 온통 회색이며 빽빽하게 들어서있는 건물들을 이렇게 멀리서 보니, 가슴이 뻥 뚫린 기분이었다. 레리티는 말했다.

 

"세상에... 이건 정말 멋진 광경이야! 내려줘! 내려줘!"

 

이러길래 바닥에 내려주었다. 랭보는 근처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이런 것이 자유지!' 이러면서 사방팔방을 날아다녔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에서처럼 빠르게 날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높게 나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혜진이의 뒤로 숨더니 그녀의 머리를 이빨로 물어 끌어당겼다.

 

"아얏!"

 

소리치자, 랭보는 '날 잡으면 승자!' 이러면서 도망쳤다. 혜진이는 '야!! 거기서!' 이러면서 랭보를 쫓았다.

플러터샤이는 소나무에서 나오는 진액의 향기를 맡고, 꽃에 붙어 있던 벌들을 쫓으며 나름대로 재미있게 보내는듯 했다. 레리티는 벤치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있었다. 그녀는 도시의 풍경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 난 레리티의 옆에 앉았다. 그러자 레리티가 말했다. 

 

"이렇게 큰 도시에 살았었구나.."

 

하면서 마치 감동이라도 받은 것처럼 말했다.

 

"그다지 큰 도시는 아니지만.. 저기 보이는 곳은 나름대로 번화가지."

 

"난.. 어릴적부터 이렇게 큰 도시에 사는 것을 동경해왔어. 조그만한 마을이 아니라 저렇게 크고 예쁜 건물들이 있는 곳 말이야. 하지만 막상 이것을 보니까.. 그다지 대단하지도 않은 꿈이었네."

 

이렇게 말하면서 그립다는 표정으로 포니들을 바라보았다. 랭보는 플러터샤이의 엉덩이 갈기를 툭, 잡아 댕기고 도망갔다. 플러터샤이는 순간 당황해서 어쩔줄 몰라했지만 혜진이가 '잡아! 어서!' 이렇게 외치자, '네?...네!' 이렇게 당황하며 랭보를 쫓기 시작했다. 참 활기차게 노는 구나.. 라고 생각했다. 저걸 보고서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난 그것을 말하기로 했다.

 

"어쩌면 어디에서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구랑 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닐까?"

 

그러자 레리티는 날 올려다보며 말했다.

 

"응, 맞아. 그런 것 같아. 그래서 말인데..."

 

레리티는 포니들의 눈치를 한 번 살피더니 나에게 다가오라고 앞발로 발짓했다. 그래서 귓속말이라도 할건가 싶어서 얼굴을 갖다뎄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귓속말이 아니었다. 레리티는 가볍게 내 볼에 키스한 뒤, 부끄러운듯 베시시 웃었다.

 

"고마워. 예전부터 말하고 싶었던 거야."

 

이렇게 말하고서 도망치듯 포니들과 함께 어울려 놀기 시작했다. 난 볼에 살짝 묻은 레리티의 짐을 아무 생각없이 닦았다. 마치 여자한테 키스 받은 기분이었다. 레리티가 포니들과 어울려 웃는 모습이 오늘따라 유난히 귀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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