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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랑
게시물ID : humorstory_4404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리리로로
추천 : 20
조회수 : 1497회
댓글수 : 17개
등록시간 : 2015/09/10 03:3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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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서로 좋아하는 사람과 관심분야가 같다는 것은 기적같은 일이다
그 수많은 인연 중에서도 10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그 타이밍에 서로 마음에 드는 일도 신기한데
거기에 더해 하는 일이나 취미, 좋아하는 것이 같다면,
그래서 그것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낭만적인 일인지
경험해본 사람들은 그것이 얼마나 짜릿한 행복인지 안다
 
나또한 그런 적이 있다
 
그사람과는 모든 부분에서 많은 것이 통했다
즐기는 취미가 영화라는 것도, 영화 장르도, 분위기도 모든 것이 닮았었다
나보다 몇살어린 친구였지만 나이따위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나와 통하는 것이 많았다
투박하지만 섬세한 손길과 털털하지만 여린성격도 나와 비슷했다
 
처음부터 우리는 서로를 의식했다
오랜 휴학끝에 복학한 대학교 생활
그 친구도 군 제대후 복학한후 나와 같은 수업을 듣게 됐다
수많은 학생들 틈에서도 우리는 우연의 일치인지 수업시간마다 가까운 자리에 앉게됐고
조별과제에도 우연치않게 같은조에 편성됐다
그리고 우연히도 그 친구가 조장을 맡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그 친구의 연락처도 공유할 수 있었다
과제를 핑계로 먼저 연락을 한건 나였지만
그후 그 친구의 적극적인 행동으로 연락한지 하루만에 우리는 야구장에 가게됐다
정말 우연히도 우리는 야구를 좋아했고 같은팀을 응원했다
 
그리고 나는 글을 좋아했고
그친구는 영화찍는 것에 꿈을 두고 있었다
 
당시 영화시나리오 작가가 꿈이었던 나는
자연스레 야구이야기와 함께 영화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연락한지 하루만에 야구장에 가게됐던 그날
우리는 집에 들어가기 전 연인이 되었고 첫키스를 했다
 
그후 우리는 다른 연인들처럼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다
 
그러다 함께 영화를 찍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친구가 마침 학교 제출목적으로 영화를 한편 만들었어야 했었고
그 즈음 영화에 푹빠진 나도 영화를 한번 만들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나는 시나리오를, 그 친구는 감독을 맡게 됐다
 
꽤 힘든 시간이었다
주제선정부터 시나리오작업, 장소섭외, 장비대여, 배우섭외까지
어느것하나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 긴 시간동안 우리는 단한번도 싸운적이 없었다
서로 배려했고
짜증이나도 그러려니 삼키며 다독였다
 
편집도 만만치 않았다
며칠밤을 같이 학교작업실에서 밤을 새며 컵라면으로 대충 끼니를 때우면서도 우리는 웃었다
 
모든것이 사랑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때로는 싸우기도 했다
질투때문이기도 했고 사소한 의견이 안맞아서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관심분야에서만큼은 서로를 존중했다
그 일로 싸운적은 한번도 없었다
 
서로 헤어지기 아쉬워 공원에서 아침을 기다리며
밤새 이야기한 것은 영화와 글 얘기였다
 
정치적인 생각이나 생활 신념도 나와 아주 잘 맞았다
그런 얘기는 서로 꺼내지 않는 편이었지만
어쩌다 우연히 알게된 생각이 비슷했기에 조심스레 얘기를 몇번 꺼내다 알게 된 것이었다
그 부분은 마음에 들고 안들고를 떠나서 그냥 반가웠다
 
그렇게 비슷했던 우리는 점점 더 비슷해졌고
더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었다
 
시간은 당연하게도 흘러갔고
졸업 시기가 다가왔다
서로 진로가 달랐기에 자연스레 멀어졌고
나는 졸업식에 가지 않았다
 
보통 연인들이 그렇듯
다시 가까워졌지만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헤어지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채 우리는 헤어졌다
 
헤어진 후 그 누구도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잊으려 애썼고 자연스레 잊었으며 서로의 기억에서 잊혀 갔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나는 책을 한권냈고 그후 원하던 작가가 됐다
그 사이 그 친구는 단편영화제에서 큰 상을 수상했고 누구나 알만한 단편영화를 만들어냈다
그 친구의 수상소식을 듣고 내 일처럼 많이 기뻤다
일부러 소식을 찾아본 것은 아니었지만 누군가 오유 영화게시판에 그 친구가 만든 영화를 올렸고 수많은 찬사가 이어진 댓글을 보며 내심 뿌듯했다
 
그 영화를 보면서
언젠가 그친구를 주인공으로 글을 써야겠다 다짐했고
막 첫발을 내딛었을때 그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나는 글 쓰는걸 멈췄고
그 친구와의 기억을 미화하는 것을 그만뒀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고
그 시절 '우리'는 아름다웠지만
지금은 '너와 나'이기에
기억에서 꺼내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또 다시 시간이 흘렀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그 친구가 그립지는 않지만
그 시절 내가, 그때의 우리가 그립다
 
또 그때 그 시절이 그립긴 하지만
돌아가고싶진않다
다시 돌아가더라도 우리는 또 똑같이 헤어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 우리는 후회없을만큼 사랑했기 때문이다
 
서른셋.
지금 내 나이.
짧은 시간도 아니고 긴 시간도 아닌 어정쩡한 세월을 보낸 지금
그래도 기억하고싶은 행복한 한 조각을 남겨준 그 친구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행복하길 바란다
 
 
 
출처 새벽에 살랑이는 바람때문에 센치해진 나의 뇌와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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