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들 글이 좀 길어질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제발...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정말 도움이 필요합니다.
어제 오늘 두산과 삼성에 취업 지원서를 낸 27살 대학교 4학년인 청년입니다. 오늘 친구와 술한잔 했습니다.. 근데.. 그닥 취하진 않네요..
제 얘기는 아닙니다. 실업계 고등학교 야간을 나온 한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의 의도가 아니라 집안 사정이 않좋아서 그리됐습니다. 그 형편이 지금도 나아지진 않았습니다. 형편 때문에 야간 실업계 고등학교를 가야할 형편이면 아시겠지요.. 고 2때 교회에서 만나 친해진 친구 인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같이 술집 알바도 같이 했었습니다. 성실하고, 우직한 친구입니다. 아쉽게도 그닥 똑똑하진 않는 것 같습니다. 공부를 오래 놓아서 공부하는 버릇도 들지 못했구요. 하지만 착하고, 주위 사람을 살필줄 아는 친굽니다. 지금은 현대 자동차 3하청 물류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3하청이라... 큰 비젼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 친구와 제가 많이 친하다고 생각하는(자기와 비교하는) 친구가 몇명 있습니다. 한 친구는 아버지가 중2때 돌아가시고 지금은 대학교에 다닙니다. 한 친구는 군대 백일 휴가때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지금은 대학교에 다닙니다. 한 친구는 군대를 의가사 제대하여 지금은 대학교를 다닙니다. 한 친구는 가정형편이 어려웠지만 지금은 조금 나아졌고, 근데 부모님께서 자식에게 지원을 잘 안해주시고, 공무원 준비중입니다. 한 친구는 가정은 괜찮고, 의경을 제대하여 경찰 공무원 준비중입니다. 한 친구는 24 나이에 전문대에 다시 입학하여 게임회사에 기획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 친구는 가정은 어렵지만 가정의 전폭적인 지지로 중국으로 5년 유학후 신학을 준비하며 공부중입니다. 한 친구는 가정은 그저 그렇지만 정신 못차리고 이일 저일 하며 방황 중입니다.
그 친구.. 올해 부터 방송통신대에 다닙니다. 얼굴? 못났습니다. 키? 작습니다. 그저 단편적인 답변을 주실까봐 염려되어 미리 주위상황을 말씀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오늘 저에게 속마음을 얘기하더군요. "실은 나.. 니가 오늘 삼성, 두산 지원했다는 얘기에 속으로 대학이 뭔데.. 토익이 뭔데.. 내가 가기 싫어서 대학 못갔나? 이런 생각을 했다. 공무원 준비라도 해볼까 했는데 친구들 보면 그것도 쉽게 봐지진 않는다. 자격증부터 따야할까? 스물일곱? 훗! 어리지.. 남들한테는.." 라는 군요.
제가 원래 상담을 자주 해주는 편이라서.. 예전에 뭣도 모르고 "정신차려라!!" "힘들 뿐이지 못할 일은 없다." "너보다 힘든 사람들 많다." 이런 얘기들 자주 했었습니다.
근데 오늘은 어떤 얘기도 못해주겠드라구요.. 그냥 술김에 튀어나오는대로 얘기해줘도 내 입장에서만 나오는 개소리 일듯 싶고.. 걱정되고, 관심도 가지만 제가 실질적으로 해줄 수 있는 것도 없고.. 솔직하게.. "방통대 나와서는 명함도 못내민다." 라고 말할려다가.. 그 다음 말이 생각이 안나드라구요.. "맘 독하게 먹어라.." 훗! 못하겠드라구요.. 저는 어찌됐든 선택의 길은 있는 사람이니까요... 조언 조차 못해주는게 너무 싫드라구요...
저희 집도 넉넉한 형편은 못됩니다. 하지만 어찌어찌 잘 지내고 있네요..
이 친구를 위해 어떠한 조언이 필요할까요? 제가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요? 택시를 태워 보내는데 "조심히 들어가라." 라는 말 대신 "미안하다." 라는 말이 먼저 나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