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7160
한국 천주교의 사회 참여도 더불어 조명받아 금년 3월 취임한 천주교회의 266대 프란치스코 교황의 ‘파격 행보’가 천주교회를 넘어 사회 각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네티즌들도 교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선이 많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애자 등 기존의 천주교회가 죄악시했던 이들에 대한 포용하는 발언을 지속하고 자본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무신론자도 양심에 따라 살 수 있으면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천주교회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불식시키는 행보를 보여 왔다.
물론 교황의 발언이 그간 천주교의 노선에서 배치된다고는 볼 수 없다. 기독교도들에게 사뭇 급진적으로 들리는 무신론자에 대한 포용조차도 1965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교회 밖에도 구원은 있다”고 선언한 것의 연장선상에 있다.
또한 천주교회는 자본주의 탄생 이후 자본주의 체제에 대해 비교적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던 것이 사실이다. 천주교회는 무신론자인 공산주의자들과도 불화했지만 특유의 사회교리를 통해서 자본주의 체제의 질서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비판을 해왔다. 천주교 사회교리를 뜯어보면 이자소득을 비판하고 노동자에게 생활이 가능한 임금이 주어져야 함을 역설하는 등 시장지상주의의 입장에서 볼 때는 진보적인 주장들을 꾸준히 전개해왔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 시대가 겪은 전임자 교황들에 비해서 천주교회 내의 진보적인 주장들을 훨씬 더 적극적으로 대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1978년부터 2005년까지 재임했던 요한 바오로 2세는 첫 폴란드 출신 교황으로 교회 밖에서는 비교적 진보적인 인물로 비춰졌고 이라크전쟁을 반대하는 등 나름의 활동을 했으나 교회 내부에서는 오히려 보수파의 손을 들어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2005년부터 재임하다 올해 초 건강 문제로 사임한 베네딕토 16세의 경우 교회 안팎으로 완고한 보수파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에 비해 첫 비유럽권 출신, 첫 예수회 출신이라는 수사로 둘러싸인 현 교황은 일정 부분 교회 내 진보파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는 처지다. 최근 교황의 일련의 연설들도 영국 진보언론 <가디언>지로부터는 환영받고 미국의 종교언론들로부터는 비판받는 등 교회 내외의 호불호도 뚜렷하다.
교황의 행보에 대해 한국의 네티즌들도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교황의 행보를 다룬 기사는 조회수의 측면에서나 댓글 반응에서나 긍정적이다. 한 일간지 온라인 담당자는 “원래 교황 관련 기사는 천주교도들에게 기본적으로 관심이 있기 때문에 조회수가 제법 나오는 편이다. 최근에는 천주교도가 아닌 이들도 더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세계화의 불공정성을 질타하며 예수님은 목수였음을 상기시키며 “일자리가 없으면 존엄도 없다”는 설교를 한 대목에서는 많은 진보주의자들도 감탄을 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천주교가 사회운동의 전면에 서는 양상도 교황의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고 추정한다. 천주교정의사제구현단이 시국선언을 주도하고 대구 지역 사제들이 성명서를 내는 등 한국 천주교가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국면에서 전면에 나서는 것을 염두에 둔 분석이다. 한국 사회의 민주화에 긍정적 역할을 했던 김수환 추기경 사후 보수적인 정진석 추기경 체제에서 눈치를 보던 진보적 사제들이 교황의 행보에 고무됐다는 분석이다.
물론 이러한 분석은 지나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한국 천주교회 사정을 아는 한 관계자는 “천주교 정의사제구현단의 신부님들은 예전 민주화운동 시절부터 활동했던 이들이고 이 단체 역시 젊은 사제가 새로 유입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 그리고 천주교는 이미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4대강 반대 등에 앞장서 왔다. 새삼스러운 움직임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 진보정당의 관계자는 “천주교가 전면에 나서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은 그만큼 현재 다른 영역의 사회운동이 빈약해졌고 국정원 규탄 시위가 민주당 지지층 이상으로 파급되지 않는 현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한국 사회의 실정과는 별개로 교황의 교회 개혁과 자본주의 비판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고 어떤 파장을 낳을 것인지는 지속적인 관심을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는 향후에도 세계시민들의 관심사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