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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침을 보지 못한다. 내가 아침에 보는 것이라곤 늘 봐왔던 현관, 횡단보도 그리고 학교뿐이다. 학교로 향하면 늘 오후가 시작되기에, 나의 아침은 단 10분. 등교시간만이었다. 그리고 거의 유일하게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던 방학과 주말에는 나의 게으름으로 늦잠을 자버린 탓에, 나는 언제나 하루의 시작을 보지 않고 하루를 시작해 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학교에서 직업체험을 나가게 되었다.
‘10시까지 은행으로 오세요.’
나는 설렜다. 길거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교복차림을 하고 길거리를 활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 까? 아니면 그토록 바랬던 평일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나는 그렇게 처음으로 금요일 하루를 제대로 시작할 수 있었다.
사실, 내가 아침을 그토록 누리고 싶었던 것은 아침을 사먹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늘상 패스트푸드점을 지나며, 맥모닝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맛은 어떨까, 하고 궁금했었다. 그 궁금증을 풀 절호의 찬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같이 직업체험을 가는 친구와 맥도날드에서 만나기로 했다.
아침 아홉 시였다. 나는 사거리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켜지기를 기다리면서, 나는 커다란 노란색 용이 두 개의 맞물린 횡단보도를 타고, 주변 상점들에 생기를 불어넣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거리가 깨어나고 있었다. 초록불이 켜지고도 얼마 동안, 나는 아직 제법 쌀쌀한 아침 공기 속에서 무언가 벅찬 것이 일어나는 것을 보았다.
삐리릭, 하고 시각 장애인을 위한 신호등 알림음이 울렸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나는 초록색 빛으로 채워진 사람을 보았다. 그리고 두리번거리며 친구를 찾았다. 아침은 꿈같이 한산했다. 그랬다. 사거리는 날마다 아침을 맞이하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출처 |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