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깡패라는 공돌이 신분으로 졸업하고 그 흔한 자격증 하나 없이도
엔지니어라는 타이틀로 취업에 성공하며 공돌이가 취업깡패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하며 나도 이제 직장인!! 아우라를 뽐내던 햇병아리 시절 어느 날...
매번 나의 검증되지 않은 실력을 미심쩍어 하며 대북방송 확성기 버금가는 사자후로
나를 갈구던 수석 연구원이...
화장실을 가는 길에 내 뒷자리를 스쳐 지나가며 그날도 어김없이 고주파 스메싱으로
나에게 태클을 걸고 사라졌었더랬다.
항상 있는 일이었지만 그날따라 졸라리~ 짜증이 올라왔고 나는 같이 입사한 동기놈에게
메신저를 통해 넋두리를 날렸다.
"아놔. ㅅㅂ 들었냐? xxx 수석 고주파? 어쩜 하루도 안넘어가고 사람 속을 긁어대는건지...
미치겠다. 진짜..."
그렇게 불꽃 타이핑을 하고 엔터를 누르는 순간 뭔가 알 수 없는 썌~~한 기운이 나를
나를 자극했고 나는 직감했다. 뭔가 일이 꼬인 것 같다!!
불안한 마음으로 나의 진심을 전달한 대상자가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메신저 상단에
수신자 이름을 확인했고 나는 그 자리에서 실신하기 직전이었다.
그를 향한 나의 증오가 너무 강한 나머지 대화상대를 클릭하면서 동기놈이 아닌 xxx수석을
클릭했던 것이다. 정말 눈앞이 캄캄하고... 식은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회사고 뭐고 냅다 집으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그래도 냉정함을 잃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고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나의 뇌는 500% 회전되기 시작했다.
'그래!! xxx수석은 방금 화장실을 갔어!! 자리에 없단 말이지!! 그럼 내가 그녀석의 자리에 가서
내가 남긴 메세지 흔적을 지우는거야!! 그럼 되는거야!!'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상석에 위치한 xxx수석의 자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주위의 직원들의 시선이 있으니 최대한 자연스럽게.. 마치 볼 일이 있어서 온 것 처럼 태연하게
xxx수석의 자리로 갔고 나의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던 찰나!!
나는 다시 한번 가혹하고 잔인한 현실앞에서 붕괴되는 내 멘탈을 경험했다.
'윈도우 화면보호기!'... 사내 보안 정책상 수분 후에 자동 로그아웃이 되도록 설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xxx수석 전화번호? 아니면 생일? 아 ㅅㅂ 뭐지? 난 태연함을 잃지 않으려 했지만 어느새 내 발걸음은
내 자리와 xxx수석 자리에서 갈팡질팡 했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주위의 직원들의 나를 향한
이상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더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지만... 저 멀리 xxx 수석이 사무실로
돌아오는 것이 보였고 나는 어쩔 수 없이 내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심장이 터질 듯 뛰었고 그 울림이 내 귀에 내리 꽂히고 있었다.
xxx수석이 드디어 본인 자리에 앉았고 윈도우 로그인을 하는 것 같아 보였다.
이제 IS에 피랍되어 참수를 기다리는 신세구나. 눈을 질끈 감고 나에게 돌아올 엄청난 재앙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5분.. 10분...
'뭐지? 분명 xxx수석이 못 보지 않았을텐데?' 하지만 그는 그 어떤 미동도 없이 본인의 업무에
열중하고 있었다. 하늘이 도와 내가 전송한 메세지가 중간에 유실이 됐나?
분명 새로운 메세지는 팝업형식으로 도착하기 때문에 최소창으로 윈도우 작업표시줄에 걸려있을리가
없었다. 그러니 안볼래야 안볼 수 없는 상황이었을테다.
오만가지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가고 그 시간만큼 내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다 못 해
새하얀 연탄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그래 ㅅㅂ 이렇게 된 거.. 회사 그만둘 것 각오하고 나갈 때 나가더라도 할 말은 하고 가자!!'
라는 반 미친 상태로 자리에 일어나 뚜벅 뚜벅 xxx수석 자리로 갔다.
"수석님 드릴 말이 있는데... 옥상에 가서 얘기 좀 하시죠."
xxx수석은 멀뚱히 날 보더니 휴대폰과 지갑을 챙기고 아무말 없이 먼저 사무실을 나갔다.
그리고 나는 안보이는 포승줄에 목과 손목이 감긴 채 그의 뒤를 따라갔다.
옥상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대로 엘리베이터가 추락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고
혹시 이 인간이 정말 못본걸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내는 것 아닌가 후회도 해보고...
그 짧은 시간동안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가 내 전후두엽을 강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 졌고.. 이대로 무마시키고 넘어갔더라도 내 망각이 이 악몽을 잡아먹는
날까지는 나는 분명 두 다리 뻗지 못하고 악몽에 시달릴것이 분명했기에...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었다.
"그래.. 하고싶은 말이 뭔데 옥상까지 올라오래?"
그가 먼저 입을 뗐고... 나는 정리되지 않은 내 머릿속의 생각을 기계처럼 내 뱉어냈다.
"제가 잘 못 보낸 메신저 보셨지요? 우선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가 그런 메세지를 쓰게 되기까지
그동안 제가 받은 스트레스는 이만 저만 삼만 사만이 아니었습니다. 사회 초년생이 일을 잘하면
얼마나 잘 하겠습니까? 당연히 수석님 눈에는 못마땅 하실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매번 그렇게...
주절 주절... 수석님이 하시는 질책.. 언제든 들을 수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모든 직원들이
다 들릴만큼 큰 목소리로 매번 말씀하시면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저의 이미지와..."
모르겠다. 욕은 안했던거 같은데 아무튼 내친김에 눈 질끈감고 속내를 그대로 다 쏟아냈던 것 같다.
한참을 말 없이 내 얘기를 듣던 xxx 수석은...
가져온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어 옆에 있던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더니 나에게 건네며 한마디 했다.
"나도 안보이는데서는 대표이사님한테 쌍욕도 해. 그리고 니가 하고싶은 말이 뭔지 알아들었으니까
앞으로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한번 더 생각해보마. 담배한대 피고 천천히 내려와."
그러고선 성큼 성큼 먼저 옥상을 내려가는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던 xxx 수석의 그 뒷모습이...
그 어깨가 남산만큼 넓어보이고 그의 뒤통수에는 성인들만 보인다던 아우라가 발하고 있었으며
그가 남기고 간 향기는 그 어떤 꽃내음보다 향기로왔다.
덤덤하게 음료수를 까고 한모금 넘기면서 내 눈에는 눈물이 고였었다.
'아... ㅆㅂ 저 인간 존. 나. 멋. 있. 잖. 아."
그 이후 xxx수석은 보란듯이 내가 지적질했던 행동을 멈추었고...
그 일은 벌써 반 십년 전의 과거가 되었지만 이 ssul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것은
그 반십년 중에 오늘 이 글이 처음인만큼 xxx 수석은 뒤끝도 없고 입이 무거운 사람이었다.
지금은 서로 이직해서 같은 회사를 다니고 있지 않지만 수시로 연락을 하며
안부를 묻고 내가 회사를 옮겼어도 그는 인생의 선배로, 사회의 선배로서 많은 도움과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형님!! 지금 다시 말하지만 형님!! 존. 나. 멋. 있. 어. 요. 사랑합니다!! 또르르르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