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지난 대선 당시 자신의 핵심 복지공약이었던 기초연금 지급 대상 축소와 관련해 “(기초연금을) 어르신들 모두에게 지급하지 못하는 결과가 생겨서 죄송한 마음”이라며 사과했다. 이에 야당 등은 공약 파기라며 ‘예산 전면전 불사’를 경고하고 나서는 등 강력히 반발했다.박 대통령은 오전 청와대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세계경제 침체와 맞물려 현재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세수 부족이 큰 상황이고, 재정건전성도 고삐를 쥐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공약 수정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이렇게 말했다.특히 박 대통령은 기초연금 축소를 결정한 직접적 이유에 대해 “모든 어르신들께 20만원을 지급할 경우 2040년에는 157조원의 재정 소요가 발생하게 돼서 미래 세대에게 과도한 부담을 넘기는 문제가 지적됐고, 국민연금과 별도로 기초연금 제도를 설계하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한계도 제기돼 국민행복연금위원회에서 소득 상위 20~30%를 제외하고 모든 어르신들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타당하다는 데 대해 합의점을 찾았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도 박 대통령은 ‘공약 포기’라는 야당과 관련 시민단체 등의 비판을 겨냥해 “이것이 결코 공약의 포기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국민과의 약속인 공약은 지켜야 한다는 저의 신념은 변함이 없다”며 “임기 내에 반드시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박 대통령은 “일부에서 복지를 비롯한 공약을 원점 재검토하라는 주장도 있으나 그것은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하지만 박 대통령은 향후 기초연금 추가 확대 등을 위한 재정 확보 방안 등은 제시하지 않은 채 ‘사회적 합의’를 위한 ‘국민대타협위원회’ 구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초연금을 포함해 우리 사회에 필요한 복지제도는 국민적 합의가 전제된다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 이것을 실천하기 위해 대선 때 공약했던 ‘국민대타협위원회’를 만들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국민대타협위원회는 박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에서 복지 확충 등을 위한 합리적 조세 수준을 결정하기 위해 설치하겠다고 공약한 기구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여야 대표와의 3자회담에서 ‘국민 공감대’를 전제로 증세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어, 국민대타협위를 통해 증세 논의를 본격화할지 주목된다.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날 재원 마련과 관련해선 ‘증세’는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지하경제 양성화와 추징금 문제, 세금 탈루 문제의 해결을 통해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만 했다.박 대통령의 사과를 두고 여야는 상반된 반응을 내놨다.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공약 이행의 공동 책임을 지고 있는 집권여당으로서 모든 어르신들께 다 혜택을 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서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대단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불확실한 경제상황 속에서 기초연금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운영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반면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은 어르신들을 우롱한 ‘불효정권’”이라며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와 복지라는 시대정신을 따르겠다는 조건부로 대통령이 된 것인데,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대표 공약들을 모두 뒤집고 있다. 국민을 이렇게 무시하면 머지않아 박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무시당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