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작스런 발표, 부실하고 의혹 키우는 표현 등 논란 곳곳에
A4용지 한장 분량의 발표는 채 총장의 혼외자 존재를 의심할 만한 정황을 확보해 청와대에 사표수리를 건의했다는 내용이다.
법무부는 △채 총장이 임씨가 운영하는 술집에 자주 드나들었던 점 △임씨가 2010년 부인을 칭하며 채 총장의 집무실을 찾은 점 △임씨가 혼외자 논란보도 직전인 6일 새벽 잠적한 점을 예로 들었다.
이어 "(혼외자) 의혹이 사실이라고 의심하기에 충분한 진술을 확보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인정할 진술과 정황 자료가 확보됐다"고 덧붙였다.
조 대변인은 발표문에 담긴 예시 외에 다른 감찰 결과를 묻는 기자들에 질문에는 "밝힐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밝히지 않은 내용 중 좀 더 구체적인 정황이 있다"고만 할 뿐 진술과 자료의 성격 등에 대해선 일절 설명을 피했다.
'처신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으면 사표수리를 건의하는 게 아니라 본격감찰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엔 "검찰 조직의 빠른 안정을 위해 사표수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무부의 진상결과 발표를 두고 검찰 조직이 안정되긴 커녕 검찰 안팎의 의혹과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법무부가 확인한 정황에 대해서 구체적인 설명을 피한데다 예시도 든 정황도 이미 드러난 사실이거나 혼외자 존재여부와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적은 것들이다.
채 총장이 혼외자 존재에 대해서 강력히 부인하고 이를 보도한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한 마당에 이를 뒤엎을 만한 결정적인 진술은 못 된다는 평가다. '의혹이 사실이라고 의심할만한, 진술과 정황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두루뭉술한 말이 되레 의혹을 더 키울 가능성이 높다.
발표 형식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통상 사회고위층에 대한 감찰 혹은 수사 결과발표의 경우 담당자 혹은 책임자가 직접 하는 것이 보통이다. 또 국민적 관심사에 대한 결과인만큼 기자들에게 미리 발표 일정을 알리고 가급적 많은 보도가 될 수 있도록 해왔다.
전날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중간수사결과 발표에서 김수남 수원지검 검사장이 직접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감찰업무의 총괄 책임자인 안장근 법무부 감찰관이 직접 발표하고 여러 사실관계에 대해 설명하는 게 정상이다. 그럼에도 법무부는 금요일 오후 늦게 발표일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뒤, 대변인을 통해서만 간략히 입장을 전했을 뿐이다.
현직 검찰총장에 대해 감찰을 지시한 초유의 사태에 대한 결과발표로는 부실하고 무책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