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후 전국의 5대 범죄(살인, 강도, 강간·강제추행, 절도, 폭력)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국의 시군구 지자체별, 5대 범죄 숫자는 얼마인지, 그에 따른 치안 대책은 어떻게 마련돼 있는지 궁금했다. <오마이뉴스>는 유대운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전국 16개 지방경찰청으로부터 범죄 통계자료를 확보, 한눈에 보는 전국 범죄 지도를 작성하고 그에 맞는 대응 방안을 살펴봤다. 기획 마지막으로 이번 보도를 함께한 유대운 의원 인터뷰를 싣는다. [편집자말]
"박근혜 정부는 4대 사회악만 없어지면 민생 치안이 해결된다고 믿고 있다. 모든 경찰서는 경쟁적으로 4대 사회악 척결 플래카드를 붙이고 있다. 소주병에도 광고가 붙었다. 그 사이 5대 범죄는 꾸준히 늘고 있다. '수박 겉 핥기'식인데 범죄는 언제 잡나."
유대운 민주당(서울 강북을) 의원의 말이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4대 사회악(성폭력·학교폭력·가정폭력·불량식품) 척결' 중심의 치안 정책을 비판했다. 살인, 강도, 강간 등 5대 범죄가 늘고 있지만 눈에 띄는 5대 범죄 대책 방안이 없다는 이유다. (관련기사: 무서운 강력범죄? '중구'를 조심하시라)
지난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만난 유 의원. 그는 <오마이뉴스>와 함께 '한눈에 보는 전국 범죄 지도' 기획을 진행했다. 19대 총선 때 서울 강북을에서 처음 당선된 그는 안전행정위원회 소속이다.
유 의원은 4대악 범죄 척결을 내세우지만 정작 통계 시스템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폭력을 제외한 나머지는 장부에 손을 써서 관리되고 있다"며 "또 불량식품은 올해 통계만 있고, 그 전에는 없었다, 웃음이 나온다"고 말했다. 또 "4대악 척결 중심으로 일선 경찰들에게 과열 경쟁과 수사 혼선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말 공개 예정인 생활안전지도도 목소리 높여 비판했다. 4대 사회악에서 통계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상황이라면 행정구역별 치안 통계를 만드는 시스템 개발을 우선해야 한다"며 "설사 한다더라도 통계의 정확성을 높이고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생활안전지도에는 자치단체별로 5대 범죄와 4대 사회악 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구역이 표시된다.
그는 민생 치안을 위해 두 가지 해결 방안을 내놓았다. 경찰 인력 부족 현상과 관련해서는 "지역별, 인구별 다양한 통계를 만들어 분석을 통한 맞춤형 치안 대책이 필요하다"며 "또 경찰서에서 행정업무를 보는 경찰서들 일부를 일선 현장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자치단체와 경찰의 유기적인 협력도 역설했다. 그는 "설치 정보를 서로 공유하지 않아 CCTV가 겹치는 곳이 발생한다"며 "행정력과 돈 낭비를 막기 위해 경찰과 자치단체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이번 기획을 통해 국민들이 내가 살고 있는 시군구까지 범죄 통계를 알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서울청, 부산청 등 전국 16개 지방청별로만 자료가 나왔다. 부산 성폭력 몇 건, 대구 폭력 몇 건으로 이런식으로 국민들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이번에는 범위를 더 좁혔다. 전국 시군구 지자체별 범죄 통계다. 국민들이 자기 주변에서 발생한 범죄에 관심을 갖게 해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되길 바랐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고민한 것이다."
- 2008년부터 5대 범죄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경찰 인력은 부족했다. 정부도 증원하겠다고 하지만 쉽지 않은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 경찰 1인당 담당인구를 선진국 수준인 400명 수준으로 맞춘다고 약속해왔다. 그런데 경찰수 늘린다고 만사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모자란 부분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치안 대책이 필요하다. 시도별, 광역별, 인구수별 등 다양한 통계를 만들고 그걸 분석해 지역에 맞는 치안대책이 세워져야 한다. 또 경찰서 내근 인력을 일선 현장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전화 받는 경찰, 행정 경찰이 많다. 인원 증원에서만 방향을 찾는 것이 아니라, 경찰 내부에서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고민과 인력재배치 등 다양한 대책이 필요한 시기다."
- 112출동시간에서도 지역별 차이가 크다. 지역 특성과 신고 내용에 따라 천천히 가야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가장 빠른 곳과 느린 곳의 차이가 5배다. "물론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면적 따지고 산, 바다라고 핑계를 대면 안 된다.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다. 그 지역에 맞은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경기도 파주는 면적이 넓다. 하지만 파주경찰서는 우범 지대와 취약 시간을 분석해 경찰차를 미리 배치해 출동시간을 40% 넘게 단축했다. 통계 분석을 통해 자기 지역에 맞게 대책을 세운 것이다. 또 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듯이, 지역에 따라 2인 1조의 순찰차 운영을 1인 1조로 바꿔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돈 많은 곳이 안전하다면 국민적 반감 일어날 것"
- 치안 서비스 중요 요소로 CCTV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에서 CCTV 대수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완방안이 있다면? "그렇다. 재정자립도에 따라 설치율이 달랐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수도권에서만 1㎢면적당 13대였지만 영남권 2.5대며, 나머지 지역에서는 1㎢당 방범용 CCTV 설치대수가 1대를 넘기지 못했다. 국민들은 CCTV숫자에 관심이 많다. 검거율과 연관성이 높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받아들이면 돈 많은 곳은 안전하고 돈 없는 곳은 불안하다는 국민적 반감이 일어날 수 있다.
불평등을 없애기 위해서는 국가에서 직접 지원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 강북구는 올해 특별 교부금 10억 원의 예산을 받아 고화질의 CCTV 60대를 확보해 설치하고 있다. 또 경찰청에서 25대의 방범용 CCTV를 배당 받았다. 하지만 임시처방에 불과하다. 국가 지원을 늘려야 한다."
- 이번 조사에서 한계가 있었다면? "행정구역과 관할 경찰서가 일치하지 않는 곳이 있다. 경찰은 범죄를 경찰서 단위로 수집한다. 하지만 국민들은 행정구역에 살고 있다. 행정구역과 관할 경찰서가 일치하지 않는 곳에서 통계를 수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경기 화성시, 대구시 북구 등 14곳은 분석할 수 없었다. 이번 조사의 한계다."
- 지적처럼, 통계의 한계가 분명한데도 정부는 생활안전지도를 만들겠다고 했다. "불가능하다. 지금 상황이라면 행정구역별 치안 통계를 만드는 시스템 개발이 우선해야 할 일이다. 설사 한다더라도 통계의 정확성을 높이고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필수적이다. 때문에 더 많은 고민과 의견 수렴을 진행해야 한다. 생활안전지도는 지금 같은 시스템에서는 이뤄질 수 없다고 본다."
- 생활안전지도 외에 민생 치안을 위해 필요한 방안이 있다면? "CCTV 통합관제센터(이하 센터)가 더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된다. 들어간 돈을 생각해 본다면 범죄지도는 현황을 보여줄 뿐이지 범죄 예방에는 직접적인 효과가 낮을 것이다. 센터는 CCTV를 보는 것뿐만 아니다. 긴급 상황시에는 관제사가 경찰에 연락을 취할 수 있다. 센터는 범죄와 관련해 CCTV가 어디에 필요한지 분석해 적정 지역에 설치할 수도 있다."
"장부로 관리해서 4대악 척결?... 웃음 나온다"
▲ "모든 경찰서는 경쟁적으로 4대 사회악 척결 플래카드를 붙이고 있으며, 소주병에도 광고를 하고 있다. 그 사이 5대 범죄는 꾸준히 늘었다"
- 박근혜 정부는 4대 사회악에 치안 정책을 맞추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과열 경쟁과 수사 혼선이 생기고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4대 사회악에 관해서는 정말 최악이다. 성폭력을 제외한 나머지(학교폭력, 불량식품, 가정폭력)는 장부 수기로 통계가 관리되고 있었다. 또 불량식품은 올해 통계만 존재하며, 그 전에는 아예 없었다. 웃음이 나온다. 정확한 통계와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실제로 민생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수마저도 부족한 상황에서 국민 눈에 잘 띄는 4대악 인기 정책으로 끌고 가니까 민생에는 구멍이 뚫리는 것이다."
- 효율적인 치안 정책은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가 관건이겠다. "마치 박근혜 정부는 4대 사회악만 척결되면 민생치안이 안전하다고 믿고 있다. 모든 경찰서는 경쟁적으로 4대 사회악 척결 플래카드를 붙이고 있으며, 소주병에도 광고를 하고 있다. 그 사이 5대 범죄는 꾸준히 늘었다. 5대 범죄에는 수박겉핥기식인데 범죄는 언제 잡나."
- 국민 치안, 자치단체에도 책임이 있다. 경찰과 자치단체가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이 어떤 게 있을까? "물론 경찰서와 자치단체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자료를 통해 그 지역에 맞는 치안정책을 세울 수 있어서다. 하지만 현실은 형식적이다. 또 경찰서와 자치단체가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CCTV 관리만 봐도 현실이 이렇다. CCTV는 자치구 단속용, 경찰 방범용, 민간용 세 종류가 있다. 서로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한 지역에 2, 3대가 겹치는 곳이 많다. 돈과 행정력 낭비다.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먼저 구청이 전체 CCTV 설치 지도를 만들어야 한다. 경찰은 또 우범지역을 파악한 뒤 지자체, 민간과 설치를 협의하는 게 필요하다. 자치단체와 경찰서가 피나는 노력을 통해서 정보를 공유하고 치안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 올해 국정감사의 포인트를 어디에 맞추고 있나. "이번 기획과 관련해 치안 불균형과 통계의 신뢰도를 문제 삼겠다. 경찰 지도부가 아직 범죄 통계 구축에 대해 중요성을 인식 못하고 있다.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도시별, 광역별, 인구별 특성과 전국적 치안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 외로는 다시 경찰의 독립성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과 관련해서다. 경찰 수뇌부 스스로가 정치권력에 흔들렸다. 말도 안 되는 정치 개입이 왔다면 경찰 수뇌부가 막았어야 했다. 국민에게 개입을 고발했어야 했다. 이런 식이면 경찰은 정권 바뀔 때마다 수난을 겪을 것이다. 고생하는 일선 경찰의 수난이자 국민 수난이다. 그렇게 계속되면 경찰은 끝내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을 것이다."원 인터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10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