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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길가다 기운이 맑아보인다 라고 들은 썰.ssul
게시물ID : humorstory_4423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만점돌파
추천 : 10
조회수 : 863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5/11/28 23:5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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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치과예약이 예약되어 있어서 평소보다 일찍 나가게 되었다.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도 많이 없었고, 날씨도 제법 쌀쌀하게 눈이 내려 나의 기운을 더 맑게 해주었을 것이다.

귀에는 이어폰을 꽃은채 플로리다의 휘슬을 들으며 "예예 캔유 블뤼마 휘슬 붸뷔"하며 

양손은 말년병장처럼 주머니에 넣고 어깨는 바운스에 따라 흔들흔들.

흡사 뒤에서 보면 두툼한 패딩 하나를 입은 떡대 하나가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븅쉰처럼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나의 병신력에도 불구하고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 그것도 아녀자가 나타났다.

"기운이 넘치시네요. 직장인이세요?"

아... 딱 보면 그런 기운이 온다.(읍..읍..)

비록 넘치는 병신력이 항상 준비되어 있었지만 진정한 고수는 함부로 힘을 내뿜지 않는다.

하지만 무시하고 그냥 가려 했으나, 자꾸 옆에서 따라오니 어쩔 수 없이 나의 병신력을 조금 쓰기로 했다.

"아뇨!! 백순데요!!!"

라고 당당하게 여성분에게 외쳤다.

그러자 당황했는지 어.. 어... 를 하며 뭔가 나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껀덕지를 찾기 시작했다.

"아.. 그러시면 전역하신지 얼마 안되셨나봐요"

"아뇨!! 4년 넘었는데요!!!"

"아.. 그럼.. 저.. 아하하 취업준비 하시느라 많이 힘드시죠?"

"아뇨!! 아부지 가게 물려받을껀데요!!"


아뿔사.. 그만 신나게 이힣이힣 대답하느라 말이 뇌를 거치지 않고 그냥 입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녀의 눈에는 금요일 밤부터 친구들과 술퍼먹고 놀다가 다음날 아침 집에 들어가는

어떤 가게 사장님의 한심하고 멍청한 아들로 보였을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거 없고 흙수저다.)

그러자 그녀는 본격적으로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나의 패배라니.. 크윽..

그녀는 기운이 맑지만 아직 탁하다. 제사를 지내면 된다.

제사를 지내면 앞길이 평탄하게 뚫릴것이고 복이 많이 올것이다.

라는 기분좋은 덕담을 말했지만...

패자는 말이 없는법.. 그냥 난 묵묵부답으로 나의 패배를 시인하였다.


그렇게 그녀도 자신의 승리를 인정하고 더이상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주변에 새로운 배틀상대를 찾는듯 두리번두리번하며 움직이고 있었다.


아.. 이대로 끝인건가.. 아쉬움이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었다.

결국 난 토요일 아침에 희대의 병크를 저지르자 생각했고

근처 편의점에 가서 따듯한 캔커피를 구입했다.

그리고 다시 그녀에게 가서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캔커피를 건내주었다.

"취직해도 일하시느라 힘드시죠.. 힘내세요..."

라고 부끄러움은 너의 몫이다 하며 멋지게 도망갔고

그녀와의 이별에 눈물이 나올것같아 꾹 참았지만

결국 치과선생님의 드릴 한방에 나의 눈물샘은 터지고 말았다.
출처 오늘 아침 의정부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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