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자작/팬픽] 공주님께 들려드리니 옛날이야기 좋아하시는지 4
게시물ID : pony_263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라케
추천 : 17
조회수 : 553회
댓글수 : 16개
등록시간 : 2013/01/16 22:16:03

이 글은 라케의 '공주님께-' 시리즈의 네번째 장편입니다. 앞 세편을 안 읽으셔도 내용 이해에는 하등 지장이 없습니다.

 

전편 포탈 : 링크

 

1편 : 공주님께 알려드립니다. 우린 영웅은 아닙니다.

2편 : 공주님께 고합니다. 솔직히 그건 아니죠.

3편 : 공주님께 술 한잔 올립니다.

 

4편 : 공주님께 들려드리니 옛날이야기 좋아하시는지.

0화

1화

2화

3화

 

 

 

 

 

 

 

 

 

 

 

 

 

 

공주님께 들려드리니 옛날이야기 좋아하시는지

 

 

 

 

 

 

 

유니콘의 수장, 플래티넘 공주는 평했습니다.

 

“처참하군.”

 

“... 전쟁이 다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전하.”

 

“아니, 그대 꼴이 말이야. 클로버.”

 

플래티넘 공주의 충실한 조언자 클로버는 잠시 자신의 꼴을 돌아봤습니다. 확실히 공주가 ‘처참하다’라고 평할 만한 꼴이었습니다. 온통 피를 뒤집어 쓴 그녀의 꼴이 당연히 좋아 보일 리는 없겠지요. 클로버는 공주에게 고개를 숙여보이며 말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감히 이런 모습으로 전하를 알현하다니,”

 

“됐어. 그대 말대로 어차피 전쟁은 처참한데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것보다, 이번엔 누구였나.”

 

클로버는 눈을 움찔거렸지만 순순히 공주의 질문에 대답했습니다.

 

“시반도 장군이었습니다.”

 

“죄목은?”

 

“부관을 아무 이유 없이 살해한 죄입니다.”

 

“부관을 죽였다고?”

 

“네. 본인은 그 부관이 아버지를 죽인 원수라고 하더군요.”

 

공주도, 클로버도 알고 있었습니다. 시반도 장군은 아비, 어미 없이 태어난 고아였어요. 자신의 운명을 부관에게 물어 죽인 장군이 판치는 전장에서, 그들의 정신이 어디까지 피폐해 졌는지는 구태여 말할 필요가 없는 씁쓸한 사실에 불과했습니다.

 

공주는 막사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수많은 포니들이 자신의 육신을 약속된 죽음 앞에 봉헌하고 있었어요. 여태까지 참수해온 미친 장군만 해도 셋인 클로버는, 허망하게 그 모습을 바라봤어요. 정신적으로는 이미 눈물흘리고, 오열하고 욕하며 자신에 대한 연민에 지쳐 기절한 상태였지만 어찌되었든 그녀는 유니코니아의 수장인 플래티넘의 부관이었습니다. 기절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목숨이 그녀의 손에 달려 있었어요.

 

기절마저 자유롭지 않은 그녀는 그렇기에 눈을 바로 뜨고 명멸해가는 수많은 죽음들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저들을 죽음으로 내몰게 하는 명분따윈 이미 잊어버린지 오래에요. 페가수스들의 불평등한 자원 점거? 땅의 소유 주장? 웃기지 말라고 하세요. 이건 그냥 다 개죽음입니다. 당장이라도 클로버는 퇴각명령을 내리고 싶었어요. 가능만 하다면 당장이라도 했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녀에게는 플래티넘 공주가 있었습니다. 아직 공주의 지위마저 제대로 누리지 못한 그녀의 군주가 있었습니다. 선왕의 죽음도 지키지 못한 그녀의 어린 군주가 있었습니다. 그런 군왕의 신하로서, 그녀는 자신의 군왕이 이끌고 있는 전쟁을 승리로 장식할 의무가 있었어요.

 

자신의 눈이 플래티넘 공주를 바라보고 있단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플래티넘 공주의 눈은 거대한 울음으로 얼룩져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영원한 왕이어야 하기에 스스로 여왕에 오르지 않은 소녀는 숨이 막히게 울고 있었습니다. 클로버는 잠시 선왕이 했던 자신의 딸에 대한 평을 기억해 보았습니다.

 

‘너무 착한 아이다. 이런 환란의 시기에 태어나지 않았으면 사랑받는 여왕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클로버는 다시금 선왕에 대한 존경심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자신과 플래티넘 공주에게 연민을 느꼈어요. 군왕이 되기엔 너무나도 착한 소녀와, 그런 소녀를 군왕으로 만들어야 하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연민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상주와 같이 울어주는 군왕보다 가해자를 목메다는 군왕을 원합니다. 참새보다는 공작이 사랑받기 마련이지요. 하지만 클로버는 플래티넘이 화려해야하기에 냉정해야하는 군왕의 역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어요. 아직까진 다행히도 그 역할을 지속하고 있지만 언제 그녀가 군왕의 자질이 없다고 쫓겨날 지는 미지수였습니다.

 

공주는 어느새 얼굴을 닦아냈어요. 다시 클로버에 향한 그녀의 눈은 그녀가 가르친데로 냉혈해보였습니다. 뜨거운 피 대신 차갑게 재련된 철이 흐르는 듯 한 얼굴에서 클로버는 잠시 선왕의 얼굴을 엿보았어요.

 

“언제 시작인가.”

 

“곧,입니다.”

 

“그래, 곧, 인가.”

 

전장에서 페가수스가 던진 투창이 공주의 막사로 향했지만 마법장벽에 의해 막히고 말았고, 그 페가수스는 순식간에 유니콘들의 염동력에 의해 사지가 찢겼습니다.

 

유니콘의 공주, 플래티넘은 아무말 없이 그 모습을 노려보았어요.

 

 

 

 

페가소폴리스의 맹주 허리케인 대장군은 전황을 살폈습니다.

 

페가수스의 진지는 창공의 구름 위였고 당연히 다른 포니들에 비해 전황을 압도적으로 손쉽게 살필 수 있었어요. 그 결과는 참으로 고무적이었습니다. 페가소폴리스의 양익이 중간에 몰린 어스포니와 유니콘들을 학살하는 양상이었어요.

 

비록 어스포니의 나무들이 페가수스의 살을 탐하며 집어삼키고 있었고 유니콘들이 마법으로 페가수스들을 격추시키며 분전했지만 압도적인 높이의 이점을 이겨내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점점 페가수스의 양익은 예기적 피살자들을 전장 중앙에 몰기 시작했어요. 1군 장군인 에펠로페와 2군 장군인 시모크는 허리케인 대장군이 원하는데로 확실하게 전장을 이끌고 있었어요.

 

그 모습은 점점 구축이 잡혀가기 시작했습니다.

 

 

 

중앙에 몰린 어스포니들과 유니콘의 병사들도 상황을 깨닫고 점점 당황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쟁에서 대규모 포위는 그 위험성과 실패에 대한 부담 때문에 어지간하면 이루어지지 않는 작전이었지만 한번 이루어지면 그것만한 개죽음이 없는 작전이기도 했지요.

 

점점 모두의 머릿속에 ‘개죽음’이라는 한단어가 용솟음 치기 시작할 때 즈음, 유니코니아와 어스포니 양진영에서 퇴각의 나팔이 울렸습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퇴각이라니요. 헛소리였습니다. 개소리에 가깝지요. 분명 지금 우왕좌왕하며 퇴각하다간 몰살당할 것이 뻔했습니다.

 

모두가 겁에 질려 벌벌 떨기만 할 뿐 감히 누구도 앞서서 죽음으로 걸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전장의 주인들을 제외 하곤 말이지요.

 

“새끼들아! 퇴각하라신다! 달려!”

 

“뚫어 이 새끼들아! 어스포니 군 사직(司直) 카스단이 명령한다!”

 

“달려라 이 멍청이들아! 유니콘이 어스포니한테 질 것 같냐! 씨발, 좆나게 달리라고!”

 

“유니콘 군 사직(司直) 스말탄이다. 나와 함께 달릴 자 없나!”

 

사직들은 말로만 명령을 하진 않았어요. 그들은 페가수스들을 향해 자살적 돌진을 감행했습니다. 그저 발광에 가까운 저항만을 보여주고 있던 어스포니와 유니콘의 군에서 그 돌진은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던 포니들은 그들의 존경하는 사직들과 함께 자살적 행진을 함께 했어요. 울부짖으며 군가를 제창하는 병사들도 있었고 아무 말 없이 양 허리에 달린 도끼들을 만지작거리는 병사들도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페가수스들은 비웃었습니다. 가장 앞서 달려오는 사직들의 목에 언제 창을 박아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어요.

 

기세좋게 달려오던 카스단의 목에 페가수스의 창이 닿기 직전, 스말탄이 그 앞을 가려섰습니다. 웃기지도 않는 희생이라고 페가수스는 생각했어요.

 

거대한 착각이었습니다. 카스단은 스말탄이 만들어준 그 짧은 순간에 씨앗을 심었고 번개같이 자라난 나무는 근처의 페가수스들을 순식간에 도륙했습니다. 그런 사건들이 전장 곳곳에서 벌어졌어요. 그 때문에 사직들은 페가수스들에게 도륙당했지만 당황한 페가수스들을 뚫고 포니들은 퇴각하기 시작했어요. 실로 장렬한 퇴각이었습니다.

 

 

 

실로 장렬한 욕설이었습니다.

 

“이런 씨발! 당장 출정시켜!”

 

“하, 하지만, 대장군님, 여기서 출정한다면,”

 

“이게 우리의 마지막 기회다! 아직도 모르나! 당장 출정시켜!”

 

팬시는 대장군의 윽박지름에 놀라 뛰쳐나갔습니다. 그러니까, 날개를 여기저기에 부딪히며 뛰쳐나갔습니다. 대장군은 전황을 보며 이를 갈았습니다. 조금만 버티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혹은 조금 더 빨리 내보내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후회하기엔 너무 늦었습니다. 마치 구멍뚫린 물푸대마냥 페가수스들은 포니들을 보내주었고 더 이상 지체할 수는 없었습니다. 사활이 달린 전쟁이었고 패배한다면 멸망 뿐이었습니다.

 

진격 나팔이 울렸고 원더볼츠들이 뛰쳐나갔습니다.

 

 

 

 

 

-------------------------------------------------------------------

 

 

 

 

글쟁이에게 추천은 큰 힘이 되고 댓글은 글쟁이를 독자의 노예가 되게 만듭니다. 여러분.

 

이 불쌍한 글쟁이에게 댓글을 나눠주시기 바립니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