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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여름. 일병 정기휴가를 나왔다.
고향에 오자마자 아버지 가게를 들려 안부인사를 드리고,
나는 옷을 갈아입기 위해서 집으로 갔다.
첫 휴가 후 집을비운지 3개월이 지났는데도,
정말로 그대로인 우리집 대문, 거실 그리고 내방.
그런데 뭔가 어색하다. 너무 조용하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곤 물었다.
"엄마~ 개 어디갔어요?? 어디 병원이라도 보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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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 겨울, 강아지 한마리가 우리집에 왔다.
아버지의 친구분 아들이 키우던 강아지란다.
자취생이 혼자키우기 힘들어 시골로 보내졌다가,
마당개들처럼 지내지 못해 우리집으로 오게 된 것이다.
이놈은 유난히 날 싫어했다. 혼나기만하면 내방에 오줌을 지렸다.
너무 자주 사고를 쳐서, 결국 내방 입구엔 울타리를 칠 정도였다.
이놈이 아프기도 자주 아팠다. 우리집은 뭘 키우던 잘먹인다.
나름 치와와 믹스로 알고있던 이놈도, 결국 비만이 왔다.
비만에 나이까지들어 관절염도 걸렸다. 기도가 좁아져 구토도 잦았다.
그래도 내가 군대에 갈 때까지도 잘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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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 대답을 하신다.
"응... 너 휴가나오기 3일전인가 죽었어"
내가 최전방에 있어 항상 걱정이 많으셨던 부모님.
일부러 나에게 알려주지 않으셨구나......
아...그래서 집이 조용했구나.
대문을 열어도 조용하고,
내방입구에 울타리도 없고,
집에는 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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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모습을 못봐서인지, 아직도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예전엔 처음보는 개들도 날 반겨줬는데,
요즘엔 개 냄새가 나지않아서인지 반기는 놈 하나없다.
오랬만에 사진첩을 뒤지다가 생각이나기에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