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세월호 유가족들은 불쌍한 사람들이 아니라 억울한 사람들이라고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에 이어서 좀 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불쌍한 이들은 누구인가.
제가 예전에 한 번 크게 아팠던 적이 있습니다. 감기를 두달 가까이 앓았는데 정말 죽는 게 아닌가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에는 끽해야 삼일 정도 아팠는데 일주일이 지나고 이주일이 지나자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오직 한 가지, 제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만이 머릿속에 가득했습니다. 저를 돌봐주시는 부모님도 어느 순간 생각하지 않게 되었고 하루 한 번쯤은 꼭 떠올리던 짝사랑하던 그녀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의 연락도 모두 무시했습니다.
제 머릿속을 가득 채운 건 오직 나는 왜 이렇게 아파야 하는가 나는 왜 하는 슬픔과 자기연민 뿐이었습니다. 자기 생각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병원에 다닌 끝에 감기가 떨어지고 개운하게 자고 나자 그제야 주위 사물들이 정상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흐릿하던 주변사람들 얼굴도 다시 선명해졌고요
저는 세월호 사건을 외면하고 피하는 사람들, 세월호 유가족에 대해서 비난을 가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진짜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들은 삶에 여유가 없고 나약하고 병든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정치적 입지 때문에 세월호를 덮으려는 악인도 분명 소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세월호 외면자들은 악인이 아니라 단지 자기 생각 밖에 못할 정도로 마음이 좁고 병든 불쌍한 사람들에 불과합니다. 북유럽에서 사건 사고가 터지면 온 국민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참여하려고 노력하죠 이는 우리가 대조적으로 그들이 삶의 여유와 행복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리고 우리가 그렇지 못한 것은 우리를 둘러싼 삶의 조건들이 가혹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철학자 니체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고통스러운 비극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그 누구보다도 건강하고 활기찬 민족이기에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이에 비해서 불행한 사람들은 삶의 고통스러운 진실은 외면하고 오직 자기 자신의 행복을 쫒기에 급급하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저는 세월호 외면자들을 불쌍하게 여기렵니다 그들은 나약하고 병들어서 어쩔 수 없었던 겁니다 아직 건강하고 힘찬 우리들이 세월호 문제를 비롯한 우리사회의 문제들에 관심을 잃지 않고 해결을 촉구해나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