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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에서 아재개그를 성공하기 위하여
게시물ID : humorstory_4432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누군가를위한
추천 : 6
조회수 : 1741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1/08 00:12:29
 드디어 킬 더 킹을 네이버에서 정식 연재하기 시작한 웹툰작가 마사토끼는 자신의 단편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개그로 남을 웃기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진정 대단한 것은 재미없는 개그로 남을 웃기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아재개그의 참 묘미는 정말 단순하고 뻔한, 그러면서도 허를 찌르는 이 방식을 이용해서 남을 웃기는 데 있습니다. 넌센스 퀴즈가 처음 나왔을 때는 정말 참신했지만, 오랜 기간동안 온갖 매체에서 소비해온 결과 만인의 레토릭이 되어렸습니다. '허를 찌르는'은 사라지고, '단순하고 뻔한'만 남은 거지요. 이제 우리는, 아무도 아이스크림이 죽은 이유나, 아몬드가 죽어서 무엇이 되는지를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냉장고를 부탁해의 셰프들은 토마토와 식빵, 계란밖에 없는 성규 냉장고에서도 토달토달같이 속이 풀리는 국물요리를 만들고, 진정한 비즈니스맨은 사막에 난로를, 북극에 에어컨을 팔아야 하듯이, 진정한 유머니스트(humornist)라면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웃음을 유발해내야 하는 것입니다. 

 소개팅녀를 처음 만난 것은 오늘처럼 추운 겨울날이었습니다. 저보다 조금 늦었던 그녀의 깨끗한 피부는 홍조를 띠고 있었습니다. 기회였지요. 저는 그녀가 앉자 일단 정수기에서 물을 떴습니다. 미리 와 있던 저를 위해서 찬물만, 그리고 바깥에서 추위에 떨었을 그녀를 위해서 따뜻한 물과 찬 물을 1.5:1 비율로 섞어서 자리로 가져왔습니다. 그리고는 일부러 찬 물을 줬다가, 다시 바꿔주는 겁니다. 

 "아, 이게 온수 섞은 거에요. 밖에 있는다고 추우셨을 텐데 이거 드세요."

 그녀는 감사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물을 입에 가져다 댈 때쯤 이야기하는 거죠.

 "이런 걸 물물교환이라고 하죠."

 네, 여러분 생각대로 두 번 다시 그녀를 볼 수 없었습니다.  
 
출처 제 주작입니다. 28년 살면서 여자친구는 물론이고 소개팅도 해 본 적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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