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오빠의 성격은 정말 온화함 그자체다. 평화의 상징이고 온화한 컨트롤러라는 별명답게,
큰소리 안내고 동생들을 통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심지어 학교 다닐때는 공부도 좀 잘 했던 편이라, 내가 기억하는 큰오빠는
"문과는 문과이고, 이과는 이과로다. 어리석은 동생들아 그냥 다 풀면 될 것을 무엇하러 과를 나누느냐." 하는 자세였다.
얼핏 보면 남들에게는 완벽해보이는, 온화해보이는 오빠에게는 그날이 있다.
작은오빠, 나, 막내가 그날이라고 부르는 날은 큰오빠가 무지많이 예민해지는 날이다.
평소에 내가 오빠한테
나: 아, 짜증나. 작은오빠 한테 뭐라고 할 거야.
큰오빠: 그러지마.
나: 아니야. 화내야겠어. 할래.
큰오빠: 그럼 해.
나: 아니야, 그럼 안 할래.
이렇게 까탈을 부리곤 하면 큰오빠는 어떻게든 달려보는 편인데 내가 부리는 까탈과 예민의 곱하기 십 쯤 부리는 날이 있다.
일년에 한 두번 쯤...
예민함이 극에 달하는 시기의 이유는 정말 다양한데(다양하다고 쓰고 우리는 모른다고 적는다) 그때의 예민은 큰오빠를 폭주하게한다.
막내가 백치미 넘치는 말을 하면 평소에는 그러려니 하는 큰오빠가 그 날에는
큰오빠: 멍청이같은 소리 하지마. (이것도 말만 험할 뿐, 평소와 같은 평온한 어조로 말하는게 포인트)
라고 하고...(막무룩), 작은오빠가 엉기면 "닥쳐" 라고 바로 받아쳐낸다.
그럴 때 우리는 더이상 큰오빠를 건드리지 않는다. 나한테는 좀 순화해서 말하기는 하는데,
큰오빠: 아, 너 안되겠다. 나나, 너 너무 말을 안 들어.
라고 하면 그날이 온것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원인을 몇번 생각해봤는데, 셋의 머리에서 나온 것은 날씨가 춥다거나, 심하게 덥다거나, 세계평화가 걱정되서가 아닐까? 하는
쓸데 없는 생각들만 늘어 놓다가 끝나버린다.
하루는 큰오빠가 운전을 하고 (큰오빠는 운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있는데,
앞에 앉은 나와 뒤에 앉는 막내가 싸우기 시작하자, "그만해, 조용히 하자. 그만해. 이따가 싸워" 반복하다가 차에서 내려버렸다.
얼른 막내가 내려서 큰오빠를 따라갔지만... 오빠는 택시를 잡아타고 가버렸다.
그 이후 우리는 큰오빠가 운전을 할 때 싸우지 않는것으로 암묵적인 합의를 했다.
작년 연말 직전에 오빠가 한번 폭주한 적이 있었는데, 이유로 추정되는 것은
한달 내내 거의 밥을 해먹지 않고, (큰오빠가 집에 있지 않는 이상은...) 배달음식에 맥주를 계속 사다 마셔서
생활비가 빵꾸났을 때이다. 문제는 우리 남매들 술도 좋아하지만, 음식도 꽤나 잘 먹는 편이어서
피자도 네명이 먹는데 세판은 시키고... 치킨도 세마리 이상이 필요한 집이다ㅠㅠ
집에 들어왔을 때, 치우지 않은 피자 박스가 쌓여져 있는 것을 보고 큰오빠가 일단 한번 참고 방에 들어갔는데
샤워하러 들어가다가 내가 미처 쓰고 물기 제거를 하지 않아서 큰오빠가 미끄러진 것이 사건의 개요이다.
결국 큰오빠의 분노가 폭발했고, 그 날 저녁 작은오빠와 막내는 거실에서 잠을 잤다.
다행인 점은 큰오빠가 오래 화내는 타입이 아니라, 다음날 다같이 저녁을 해 먹으면서
큰오빠: 배달음식은 일주일에 1회 이상 먹지 않으면 좋겠어. 욕실은 쓰고 바로바로 청소하고.
정도의 말로 분노를 다스렸다.
"맏이라서 그런지 우리 큰애는 너무 참는거 같아" 라는 엄마의 말처럼,
큰오빠가 마냥 참는 사람인 것을 원치는 않는다. 화도내고, 혼도 내면서 언제나 우리 남매의 최연장자, 혹은 어른이면 좋겠다.
화를 내도 온화한 컨트롤러 큰오빠의 그날은 이렇게 지나간다.
우리는 이렇게 항상 넷이 함께,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