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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animation_4435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흰장미★
추천 : 2
조회수 : 37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9/07/16 22:52:23
백합과 유미주의는 관련성이 깊다.
그 자체가 시각의 객관화, 거기서 일어나는 순수성과 아름다움을 담보하는 소위 '백합물'은 아름다움을 숭상하는 유미주의 사조와 무척이나 가까운 장르로 보인다.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궁극적 이상향, 아름다움. 유미주의가 추구하는 사상의 종점을 백합물은 무구한 두 소녀에서 찾는다.
"마리아님의 정원에 모인 소녀들이 오늘도 천사와 같은 무구한 미소로 높다란 문을 지나가고 있다. 더러움을 모르는 심신을 감싸는 것은 짙은 색의 교복. (..)"
떼묻지 않은, 인간이 가지는 가장 본능적인 무언가를 부정하고, 초자아를 추구함으로 가지는 가장 고결하고 이상적인 사랑. 플라톤이 정의한 플라토닉 러브의 개념은 오늘날 백합물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장화 홍련에서 두 자매가 보여주는 심리는 그것을 빼고 봐도 예쁘다.
아가씨에서 두 주종의 해방은 그것을 빼고도 아름답다.
솔직히 사회학에서 추구할 법한 이념이나 사상 같은 것은 문학에서 아무래도 좋다. 백합물이 추구하는 것은 그저 아름다움과 순수성이다.
국내 영화들이 비교적 넓은 범위에서 이를 조명한다면 일본의 백합물들은 더더욱 협소하다.
백합물 하면 떠오르는 여학교, 미션스쿨, 선후배, 플라토닉 러브..
아무것도 모르는 여학생들이 제각기의 개성을 가지고 나와 있을 법하지만 가슴 찌르는 무언가의 관계를 구성하고, 파괴하고, 회복해나가는 그 일련의 과정. 그것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다.
거기에 어떠한 위대한 사상은 없다. 역사주의적으로 특별하지도 않고, 어떠한 형식을 담고 있지도 않다. 그런데 그런 작품은 가슴을 직접적으로 찌르고, 자극한다.
정말 아무것도 없어도 좋으니까 보기 좋은 것, 예쁜 것만 남기고. 가슴에 직설적으로 다가오는 것만 남기고. 전부 지워버린 것.
그것이 백합물이다. 유미주의다.
그런 게 너무 좋다.
귀찮음도, 머리 아픔도, 복잡함도 전부 필요한데 가끔은 아니어도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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