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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을 보는 남자
게시물ID : panic_11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eril
추천 : 48
조회수 : 352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07/11/26 02:02:43
상현은 어릴 때부터 환상을 자주 보았다. 그리고 나면 그 환상이 대부분 현실로 일어나곤 했다. 그러나 대부분 사소한 일들이고 또한 환상은 자주 나타나지 않았기에 상현은 이게 데자뷰라는 거구나 하고 무시하였다. 어느날 상현은 버스 정류장에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어린 아이가 엄마의 손을 잡고 옆을 지나가는 것과 동시에 또 환상을 보게 되었다. 그 어린 아이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차도에 그만 떨어뜨리고 말았는데 아이는 다급하게 장난감을 주우려 했고 그만 커브를 돌던 자동차에 치이고 엄마는 비명을 지르는 것이었다. 상현은 식은땀을 흘리며 눈을 크게 떴는데 이미 현실로 돌아와 있었다. 옆을 보니 그 아이가 이미 저만치 앞서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좀 전에 나왔던 그 코너가 보였다. 상현은 기다려요 하고 크게 외치며 달려갔다. 아이가 코너에 들어서기 직전 그는 아이와 엄마를 붙잡았다. 놀란 얼굴로 돌아보는 엄마와 아이. 상현은 가쁜 숨만 몰아쉬며 긴장한 얼굴로 그들을 붙잡은 채 버티고 있었다. 잠시 후에 환상에 나왔던 자동차가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아 나오면서 그들을 스쳐갔다. 상현은 그걸 보고 온 몸에 소름이 돋으며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그날 상현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일이 좀처럼 잡히지 않았고 자신이 보았던 환상들이 전부 현실로 나타났다는 것에 대해 공포를 느꼈다. 그리고 그날 밤이었다. 상현은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었는데 꿈에 검은 옷을 입은 한 사람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하기도 어려운 쇳소리로 그 사람이 말했다. "너는 법칙을 깨고 다른 사람의 목숨을 살려 주었어. 그러니까 나는 네 목숨을 대신 가져가겠다." 분노가 담긴 그 쇳소리 같은 말투에 상현은 공포를 느꼈고 비명을 지르면서 꿈에서 깨어났다. 다음날 상현은 전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하품을 연신 해대며 집을 나섰다. 그러면서도 전날밤 꿈이 생생한 것이 아직도 꿈 생각만 하면 소름이 돋는 것이었다. 그러나 애써 무시하며 다시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에 타려는 그 순간 다시 눈앞의 광경이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상현은 엘리베이터에 타고 1층 버튼을 눌렀다. 12, 11, 10, 9 ... 갑자기 덜컹 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것이었다. 9층에 정확히 멈춘 것도 아니고 문도 열리지 않고 그대로 갑작스럽게 멈춰버렸다. 상현이 놀라서 서 있는 사이에 끼릭 끼릭 하는 기분 나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끼릭 끼릭 끼릭 끼릭 끼릭 끼릭 끼릭끼릭끼릭 끼리리릭... 소리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마치 어딘가 조여져 있던 나사가 풀리는 느낌.. 그와 동시에 엘리베이터 안이 캄캄해졌다. 상현은 허전해지는 것을 느끼고 비명을 질렀다. 그렇게 그는 무서운 속도로 엘리베이터와 함께 추락하고 있었다. 아악!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또 다시 환상을 본 것이다. 그는 아직 12층에 서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띠링 엘리베이터가 열랐다. 그는 그때만큼 음산한 엘리베이터를 본 적이 없었다. 엘리베이터는 공포스럽게도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상현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듯 했다. 상현은 뒤로 풀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겨우 집으로 기어서 들어왔다. 그리고 한참동안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느라 애써야 했다. "엘리베이터가 왜? 멀쩡하구만.." 경비아저씨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말했다. 상현은 차마 환상을 보았다고 얘기할 수는 없었다. 오후가 되서야 정신을 차리고 계단을 걸어내려 12층부터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보니 엘리베이터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고 여러 층을 왔다갔다 하며 사람들을 실어나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환상에서 느꼈던 그 자유낙하할 때의 허전함을 지워버릴 수 없었고 그때마다 공포심을 느꼈다. 그날 밤도 그는 꿈을 꾸었다. 전날의 그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또 보였다. 그는 이번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상현을 조용히 노려볼 뿐이었다. 마치 분하다는 듯이. 꿈에서 깬 상형은 가슴을 진정시키며 시계를 보았다. 새벽 4시 12분. 뭔가 또 일어날 것만 같았다. 이대로는 견딜 수 없었다. 상현은 그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물론 12층에서부터 계단으로 걸어 내려갔다. 그리고는 버스에 올라 어디론가 향했다. 그는 지금 무당일을 하셨었던 친구의 어머니에게 용한 무당 한분을 소개받아 찾아가는 중이었다. 그 무당은 상현을 보자 심드렁하게 말했다. "무슨 일로 왔어" 상현은 여태까지 자신이 환상을 보았던 일들, 그리고 꿈에서 나왔던 그 남자에 대해 말했다. 별로 흥미없다는 투이던 무당이 꿈 얘기가 나오자 눈이 커지더니 상현을 자신 앞에 앉혔다. "좀 봐야겠군" 무당은 상현의 두 손을 잡고는 한참동안 상현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상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무당이 안색이 새파래지며 손을 뿌리치더니 일어나려 하는 것이었다. "아무 것도 아니야, 그냥 개꿈이야" 상현이 무당의 태도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것은 물론이었다. "하지만 그 환상은 진짜 일어났다구요, 현실과 똑같았어요!" 무당은 상현의 말에 아무 대꾸도 않은 채 자신의 물건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상현은 애가 탔다. "제발 저를 좀 도와주세요!" 무당이 일어서려 하자 상현은 무당의 손을 붙들고 버티었다. 한참이 지났을까 무당은 긴 한숨을 내쉬며 앉았다. "자네에게 붙은 것은 저승사자는 아니지만 정말 악독한 악령이야. 자네가 죽을 때까지 따라다니며 언젠간 자네를 죽일 거야." 상현은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무당님 그럼 저는 어떡해야 되나요 제발 저를 좀 도와주세요" 무당은 뭔가를 잠시 생각하다 굳은 얼굴로 말했다. "내가 부적을 하나 써 주겠네. 이것을 가지고 다니면 더이상 환상도 보이지 않고 그 악령도 꿈에 나타나지 않을 거야." "정말 감사합니다 무당님..!" 무당은 품에서 부적을 꺼내어 붓으로 몇자를 써주었고 그것을 접어 상현에게 건넸다. "이것을 옷 주머니 안에 꿰메어 항상 가지고 다녀." "네 알겠습니다" 상현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섰다. 그날 저녁 상현은 집에서 티비를 보다가 이상하게 어딘가 마음 한 구석이 불안했다. 이것은 그가 환상을 보기 전에 항상 느끼던 것이었다. 그러나 환상은 보이지 않았고 그는 이것이 부적 덕분이라 생각했다. 그날 밤 상현은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그는 무언가를 보았지만 이번엔 그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아니었다. 너무 흐릿해서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가슴이 미칠듯이 불안해져서 눈을 떴다. 그는 더운 것을 느끼고 무의식중에 옷을 갈아입으려고 부적이 든 겉옷을 벗었다. 그러자 또다시 환상이 빠르게 그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는 방안에서 곤히 자고 있었고 방문 틈으로 매캐한 연기가 흘러들어왔다. 놀란 상현이 일어나서 방문을 젖히자 거실은 불바다였고 새빨간 화염이 상현의 방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상현은 다급하게 현관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이미 화염이 집 전체에 번져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는 창문을 내다보았지만 이곳은 12층. 어떻게 방법이 없다. 그러는 와중에 어느새 불길은 상현의 방안에까지 발을 들여놓았다. 찌걱대는 불길 소리와 매캐한 연기. 숨이 막혀왔다. 상현은 비명을 질렀다. "아아악!" 상현은 또 환상을 본 것이다. 그는 현실로 돌아왔지만 연기가 방안에 차 있는 것을 느꼈다. 그는 급히 방문을 열어제쳤다. 그러자 방금 환상에서 본 것과 똑같은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너무 늦은 것이다. 타오르는 불길이 찌걱대는 소리 속에서 그 검은 옷을 입은 남자의 쇳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한편 무당은 상현을 보낸 뒤 조용히 혼잣말을 했다. "젊은 친구가 불쌍하지만 어쩔 수가 없군.. 내가 도와 줬다가는 나까지 저승사자의 원한을 사서 죽게 되니까 말야.. 환상을 못 보게 해서 목숨이 빨리 끊어지게 해야 내가 안전할 수가 있는 거지..이로써 저승사자의 분노를 사지는 않았지만 정말 십년 감수했군.. 어쨌든 정말 운이 없는 청년이야.." 제 자작글입니다 예쁘게 봐주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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