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별 생각 없이 쓴 글인데 이정토와 뽐뿌의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 덕분에 핫게로 처음 올라가봤네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몇몇 분들께서 '왜 일베따위를 분석하느냐' '일베 자체를 보기 싫다'라고 하시는 걸 봤는데, 일베 자체를 무조건 혐오하기보다는 일베가 어떤 식으로 변화해왔는지를 분석하면 차후 일베의 농업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써 보는 것이었습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불태라는 말을 믿기도 하니까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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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가 오유를 타겟으로 한 이유를 바로 쓰기보다는(사실 제 글에 올라온 댓글에 제가 생각한 것과 동일한 내용을 적으셨던게 있긴 하더군요.) 일베의 구성원들의 특징에 따라 살펴보는 게 먼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일베의 구성원은 대체로 10대~20대 초중반입니다. 즉 사춘기의 특성인 '또래집단 내의 강력한 유대감', '유대감 강화를 위해 또래집단 내의 은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함', '또래집단 이외의 존재에 대한 강한 배척', '자신이 우월한 점을 내세워 영웅심리를 보이는 경우가 많음', '(연령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도덕적 판단의 수준이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 도덕, 또는 법과 질서에 대한 복종 정도인 경우가 많음', '자기 스스로는 복잡하게 사고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실제로는 사고가 단편적이고 즉흥적인 사고를 많이 함'이라는 특징을 보입니다. 또한 연령대의 특성상 현재 진보를 지지하는 계층인 20대 중후반~30대 중후반(연령 특성상 고졸, 대졸, 대학원 졸이 많음)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저학력층입니다. (연령대의 특성상 학업수준이 대체로 중학교, 고등학교 수준, 또는 대학교 재학중 수준의 구성원이 많습니다.) 즉 지식의 분량이 인터넷의 주도계층에 비하면 미약한 편이기도 하지요.
대체로 웬만한 사이트들의 주 연령대는 20~30대입니다. 2000년대 초반에 인터넷을 접한 세대들이 10년이 지났고, 그들이 인터넷 내의 커뮤니티들을 만들고 키우는 등 인터넷 여론의 주요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즉, 대부분의 인터넷 사이트들의 성향은 그냥 '20~30대의 성향' 이지 딱히 '진보'라는 한 글자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똑같은 논쟁글을 올리더라도 뽐뿌에 올렸을 때 반응 다르고, 클리앙에 올릴 때 반응 다르고, 쭉빵에 올렸을 때 반응 역시 다르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왜 오유를 타겟으로 했을까?
그것은 그들이 커뮤니티에서 보여주는 모습에서 보면 알 수 있습니다.
1. 전문 커뮤니티에서 꾸준히 활동하기에는 지식의 양이 부족하므로 활동이 쉽지 않음.
2. 커뮤니티에서 지식을 배울 생각도, 의욕도 없음.
3. 일베 자체에서 산업화를 시키며 깽판을 치는 것 자체에 흥분을 느끼는 마조 기질이 넘쳐남.
4. 예의와 질서를 지키는 모습에 거부감을 느끼는 생활에 익숙해져 있으므로 일반적인 사이트에서 부적응자 모습을 많이 보임.
5. 즉, 상대적으로 공격이 쉽고 지식의 압박이 덜한 사이트를 공격하는 것을 선호함.
10대, 20대 초반이면 취미생활 등에 꾸준히 시간과 돈을 투자하기에는 쉽지 않습니다. 10대가 보배드림에서 페라리 어쩌고 해봤자 곧 애가 지식없음이 탄로나면 바로 게시판에서 매장당하고, SLR클럽에서 렌즈 밝기나 가격 이야기해봤자 조금만 헛소리를 하면 바로 촉이 딱 오지요. 정상적으로 취미를 가지고 사이트에서 공부하기를 원하는 사람일 경우에는 자신의 지식이 부족함을 알고 그 지식의 공백을 채우러 오는 사람이기에 처음부터 커뮤니티 안에서 분란을 일으키기에는 쉽지 않습니다만, 뒤에 나오는 일베 특유의 변태기질과 일베 특유의 욕질하는 문화에 적응되어 버린 모습이 합쳐지면 다른 사이트에서 일코(일반인 코스프레)를 하더라도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트러블을 내며 떠나게 됩니다.
실제로 한때 일베는 이러한 이유 때문에 루리웹을 공격하려 한 적이 있습니다. 2ch의 넷 우익들과 비슷한 논리인데요, '넷 우익이 볼 때 오타쿠는 더러운 존재들이다'와 비슷한 논리로 일베가 루리웹을 만만하게 보고 공격을 시도했습니다만(네오나치 기질을 보이는 일베인들이 오덕취미는 자신들이 이해할 필요가 없기도 하고, 중고등학교 내에서 오타쿠 학생들은 왕따의 대상인 경우가 많았던 자신들의 경험, 그리고 게임같은 문화는 자신들과 많이 익숙한 문화이니 충분히 쓸만한 사이트라는 판단으로 공격한게 아닐까 예상합니다.) 루리웹 유저들의 극렬한 반 일베정서가 나오게 되었고, 결국 루리웹은 일베와 관련된 인물은 영구탈퇴 조치를 해 줌으로서 그나마 좀 루리웹은 편안해졌다고 하더군요. (여담으로 일베나 일반인들이 흔히 하는 착각이 '오타쿠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라는 것인데요, 일본은 그렇다 쳐도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개인의 관찰이기에 성급한 전체화로는 무리가 있습니다만, 제가 본 느낌에서는 새누리당이 그동안 오덕문화들에 대한 탄압을 앞장서서 해 온 역사가 많기에 정부의 정책에 의해 덕질에 피해를 본 사람들이 반 새누리로 돌아간 경우가 많더군요.)
그런데 왜 일베는 뽐뿌나 클리앙, 파코즈 등의 사이트들도 많은데 유독 오유를 타겟으로 했는가?
사실 이것에는 정답은 없다고 봅니다. 조그만 눈이 굴러서 내려오면 거대한 눈사태가 되듯이 일이 커진 것이기에 딱 이것이다! 라고 예상하기에는 힘들지만, 제가 예상하는 것은 '유머사이트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 글에서 보여줬듯이 '유머'에 정치적 생각을 얹어주면 그 정치적 사고는 꽤나 쉽게 사람들에게 먹힙니다. 과거의 딴지일보나 디시 합필갤이 그러했고, 요새는 '나는 꼼수다' 가 단순한 정치해설 방송이 아닌 '대신 까주는 카타르시스'를 주는 '재미'를 주는 방송이었기에 이와 같이 큰 영향력을 발휘한 게 아닌가 싶더군요.
일베가 자신들의 유머와 유행어 등을 밀어붙여서 10대에게 그와 같은 지역감정 드립, 정치적 수꼴화, 네오나치화를 재미라는 명목 하에 내면화시키는데 성공했는데, 만약 오유가 더욱 재미있는 유머들을 생산해내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감소시켜 간다면? 이라는 불안감과, 일베蟲들을 배척하게 된 2012년 11월 24일 공지 이전에 보여준 오유 특유의 쉬운 접근성을 생각하면 일베인들에게는 최고의 먹잇감이었던 사이트였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게다가 유머 사이트라는 특성상 코스프레도 쉽습니다. 뽐뻐라면 할부원금은 알고 있어야 하고, 클리앙인이라면 IT나 얼리어댑터 지식은 있어야 하고, 파코즈라면 컴퓨터 부술 지식은 있어야 접근할 수 있지만 오유는 그럴 필요가 없죠. 그냥 웃긴글 보러 온 1인, 또는 자기 나름의 웃긴글 올리는 사람이라고 우기면 끝입니다.
또한 앞의 글을 통해서 간단히 썼습니다만, 일베는 고립되어있는 만큼 하나의 적이 필요했습니다. 그 대상은 다양한 스펙트럼의 인물들이 많이 모여 있어서 사이트의 이미지를 더럽힐 뻘글의 확률이 그나마 높을 수 있는 거대 사이트이며, 자신들이 이유없이 일단 혐오하고 볼 수 있는 사이트가 필요했습니다. 그 대상으로 오유를 지정하였던 것이고, 그 외에 다른 사이트들은 개인 또는 자신들의 재미에 따라서 개별적, 또는 게시판에서 즉석으로 뭉친 단체적으로 테러행위를 자행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 테러 행위는 일베에 대한 거부감을 더욱 발생시켰고, 커뮤니티의 구성원들을 더욱 결집시키게 됩니다. 결국 커뮤니티들은 반일베 성향을 보이게 되며 일베蟲 행위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고, 그렇기에 더욱 더 반 일베, 즉 반독재정치, 반새누리당 기조를 커뮤니티에 확산시키게 됩니다.
이렇게 되며 일베 vs 대부분 커뮤니티의 구도가 형성되는데, 이 타이밍에 수구 측은 참으로 좋은 인재들을 만났다고 좋아라합니다.
아시다시피, 수구 계층의 핵심은 60~의 노인계층입니다. 50대가 들어와도 젊은피 취급받는 상황이고, 20대~30대에서는 새누리당 하면 치를 떨며 싫어하기에 젊은 피를 수혈하기 참으로 어려웠는데 (딴지일보의 국민행동본부 잠입취재기를 참고하시면 좋겠는데....딴지 서버 테러 이후로 자료가 날아갔다고 하네요.ㅠ_ㅠ) 알아서 자폭해주는 인페스티드 테란같은 젊은 계층이 알아서 자신들의 홍위병 역할을 해 주고, 자신들에게 부족한 지식들 (예전에 한나라당 시절에 한나라당 측 인사와 대화해 보니까 기초적인 PC운용이나 그래픽 작업만 잘 해도 꽤나 사랑받았습니다.)마저 스스로 채워주겠다고 나서는데 누가 밉다고 할까요? 그러다보니 새누리당 쪽은 일베를 '보수 사이트'라는 식으로 포장해서 응원하기도 하고, 뉴데일리 등의 수꼴사이트와 언론이 일베를 밀어주기도 하는 등 별별 재미나고 어이없고 황당한 쑈쑈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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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오유 쪽 이야기는 쓸게 별로 없네요. 첫번째 글 때에 비해서 글이 심히 맘에 안들게 적힌 것 같습니다...-_-;;;;
세번째에서는 제 전공을 살려서 교육과 일베蟲과의 관계, 은어의 수명과 일베蟲의 언어의 미래 예상 등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꼭 이러니까 일베蟲이라는 곤충류를 관찰분석하는 리포트를 쓰는 기분이네요 -_-;;;)
출처 : 뽐뿌 이정토
작성자 : 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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