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싱
늦은 밤
온종일 제 몸을 돌리던 미싱기
배냇저고리를 기우며
한바탕 울음을 그치고 고이 잠든
미우나 고운 아일 내려다보며
배고픔을 잊었다
십만원을 조각낸 장난감보다
외삼촌의 손에 들려온
세발자전거보다 이젠
만화책을 집는 녀석
소리 지르며 제 방문을 닫을 때
장롱속 가장 깊숙이 고이 숨겨놓은
배냇저고리는
물어뜯은 흔적하며
잔뜩 배인 분유냄새에
하얗게 먼지 앉은 재봉틀
배고픔을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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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새가 되는 나무는 없다
동틀 무렵 올려다 본 하늘
서쪽으로 날아가는 저 새들에게
깃털 가득 이파리 내음이 배어있다
무거운 발 벗고
그 숲, 찾아가고 싶었다
나무들이 사는 숲
저 깊고 깊은 산 속 어딘가
가지들이 단단한 뼈가 되고
이파리가 깃털되어
뿌리를 박차고
나무가 새가 되어 날아가는
아직은 새가 되지 않은 나무 찾아
등허리에 꼭 붙잡고 매달려서
나무가 새가 되어 날아가면
구름에 업히고 싶었다
땅에 묶인 발치에
사뿐히 내려앉아 발등을 쪼아대는 녀석
초록 빛 뽐내는 깃털을 뒤적여
멀리 아침을 알리는 성당의 종소리처럼 마주치는
영롱한
그 눈
나른하게 한숨을 내쉬고는,
이봐, 어디에도 새가 되는 나무는 없어
째려보는 소리 눈부시다
운문이라고는 썼지만 시같지도 않은 걸 시라고 써 올리니 창피하기만 하네요...
학교에서 대차게 까였었지만 기념삼아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