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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방을 위한 달리기
게시물ID : humorstory_4443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그분의붓
추천 : 0
조회수 : 100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3/03 00:5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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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난 지금 의무소방을 준비하고 있다. 의무소방은 의무경찰과 비슷하게 시험으로 선발하나 큰 차이점이 있다면 그 시험의 난이도는 매우 높다는 것이다. 필기 시험도 수준을 달리해 의무소방 합격자 중 절반이 SKY출신이다. 하지만 필기 시험은 공부를 하면 고득점이 가능하다니 그리 걱정은 없었다. 다만 내가 가장 걱정하는 시험 중 하나는 체력시험에서 1200미터를 6분 11초 내로 달려야 하는 것이다. 건강한 사람들이라면 가능하겠지만 안타깝게도 내게는 너무 벅찰 뿐이다.

 예전부터 오래 달리는 것엔 소질도, 아니 그보다 저주받은 몸뚱아리라 오래 달리기는 불가능했다. 운동장 두세바퀴를 뛰면 영혼이 육체에게 아듀라고 눈짓하며 조상님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시대정신과 독립운동에 대해 논할 정도였으니. 지금은 운동도 안해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좋아지진 않았다. 하지만 난 신검 1급이었고 이 의무소방이나 카투사가 아니면 결국 최전방에서 북한괴뢰군에게 자본주의의 풍족함을 엿보여주며 귀순을 종용해야만 한다. 따라서 나는 오늘 의무소방에 대한 대비로 1200미터 달리기를 연습했다. 하지만 오늘은 날이 아니었다.

 왼쪽 무릎은 걸을 때마다 뼈가 부딪혀 고통스럽고 허벅지와 골반 사이의 양쪽 근육은 부풀어오르기라도 했는지 서있기만 해도 아팠다. 하지만 오늘 하기로 결심한 것은 어떻게라도 해야했기 때문에 밤 11시에 집을 나섰다. 근처 중학교의 운동장에서 먼저 스트레칭을 간단히 했다. 그리고 휴대전화를 이용해 시간을 재기로 하고 달렸다. 대충 300미터 달리니 시점이 흐려졌다. 아마 밤이고 내가 눈도 나쁘고 하니 아마 아둑시니가 낀듯하리라. 500미터정도 달렸을 때는 심장이 해치를 열고 레버를 당겨 긴급탈출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사도에게 쳐발려 멘탈이 바사삭 깨져버린 신지마냥 패닉하는 심장을 다스리며 600미터만 달리자고 마음 속으로 되뇌였다. 600미터를 달리고 나니 뭔가 연습이 되기는 개뿔이고 휴대전화로 켜놓은 스탑워치는 0.78에서 멈춰있었다. 옘병할. 그래도 쉬고 나서 다시 600미터만이라도 달리자라고 굳게 다짐했다. 어느정도 쉬고 나니 놀란 종아리가 평온을 찾고 심장도 괜찮아졌다. 다시 돌아온 몸으로 달리려고 하는데 왼쪽 무릎뼈가 계속 덜거덕거렸다. 하지만 남자가 한번 굳게 다짐한 것에 포기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든 다리를 절면서라도 달리려고 했지만 무릎 뼈가 아이돌 다리마냥 매끈해지기 전에 그만두었고 나는 내가 헌역 1급이라는 사실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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