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장황하더라도 이해 부탁드립니다.
저는 90년대 학번으로 입대전에는 주사파NL동아리에서 활동을 하다 회의를 느껴 탈퇴 후 즉시 군 입대, 제대 후에는 PD로 전향하여 활동을 했습니다.
졸업후에는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했지만, 2000년대 민주노동당, 사회당 가입해서 당활동도 했고, 활동가는 아니었지만 운동권덕후라고 자부합니다.
오유분들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옳은 것을 추구하고자 하시나, 통진당이 어떤 당인지, NL이 어떤 존재인지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알리고자 글을 씁니다. 아주 단편적인 내용이고, 개인적 경험과 조사를 통해 쓰는 글이니 참고만 해주세요.
통일진보당의 전신 민주노동당은 국민승리21로부터 시작했습니다. 저는 아직도 국민승리21을 얘기할때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1996년 노동악법 날치기 사건 이후에, (나우누리는 게시글에 "▶근조 민주주의◀" 머릿글 안달면 무개념 취급 받았죠.)
재야의 활동가들은 신한국당(현 새누리당)은 구제할 수 없고, 새정치국민회의(현 민주당)는 선거에만 관심 있다고 판단하게 됩니다.
당대 네임드급 활동가인 권영길씨와 단병호씨가 재야인사를 규합하고, 민주노총을 가세시키며 국민승리21이라는 정당을 만들죠.
여기까지는 아주 좋았습니다. 권영길씨가 97년 대선에서 비록 1.2%밖에 얻지 못했지만, 우리에게는 미래가 있다고 자위했죠.
언제인가는 원내에 영향력있는 의석수를 확보해서, 진정한 민주주의를 만들고, 사회적 약자들을 돕고,
이를 위해서 부자들의 주머니를 열게 만들자고 생각했죠.
그런데... 2002년에 갑자기 암세포 당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전국연합, 현재 경기동부연합으로 통칭되는 NL 주사파 활동가들이었습니다.
남북화해무드로 대학가에서 활동 기반과 대의를 잃은 NL 조직이 새로운 숙주 활동공간으로 민주노동당을 택한 것이죠.
당시 제가 있던 민주노동당 XX지구당은 사람은 적었지만, 열정적인 위원장님과 당원들이 함께 고민하고, 활동하고 가끔 좌절하지만 다시 일어서는 화목한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어느날인가 전체 200명도 안되는 지구당에 하루에 무려 100명이 입당 지원서를 냈습니다.
그 후에 약 일주일간 3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입당 지원서를 냈습니다.
바닥이 좁았기에 그 중 몇명이 주체사상파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당원 몇명과 이 사람들의 입당을 보류해야 한다고 건의 드렸습니다. 그러나 위원장님은 운동에 있어서 PD, NL 선을 그어서는 안된다고 못을 박으셨습니다. 물론 중앙당도 선거를 앞두고 세불리기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 해서인지 따로 지침을 내리지는 않았구요. 그런데 이분들이 들어와서 활동에는 관심이 없고, 철학산책과 주체사상관련 서적으로 사무실을 도배하며, 의도적으로 주체사상관련 논쟁을 일으켰습니다.
"동지는 현 정권이 미제자본의 앞잡이 짓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오?"
"김일성씨가 독립운동을 했다는것은 알고 있나요?"
"우리나라에도 공산당선언만큼이나 역사적인 선언이 있는데..."
씨발 내가 언제 물어봤냐? 이런 식으로 시작하지만, 항상 결말은 주체사상에 대해 열변을 토하며, 걔네말로 계몽화를 시키려 했죠.
저도 나름 NL 엘리트 학습을 받은 몸이라 스탈린주의의 허구성과 주체사상내에 존재하는 맑시즘에 대한 오해를 논파하곤 했습니다만... 결론은...
"결국은 아무것도 하지말자는 수정주의적인 발상 아닌가요?",
"당신이 민주세력을 빨갱이 취급하는 한나라당이랑 무슨 차이가 있소?"
"민족의 승리를 위해서는 민중의 희생도 필요한 것이다."
요새 일베벌레들이 "왜 일베한테 고인 욕은 못하게 하면서, 니네는 일베 욕하냐." 면서 피해자 퍼포먼스 하는 것을 보면, 그때가 많이 생각납니다.
아쉬울뿐입니다. 일베와 주사파가 이런 대한민국 바닥이 아닌 1930년대 독일에서 태어났으면, 자기네들 생각을 탄압받지 않고 마음껏 펼쳤을텐데요.
아무튼 쪽수가 깡패인지라, 이런 사람들 하고 도저히 함께 못하겠다 싶어 탈당을 했습니다.
당시 많은분들이 탈당했고(물론 신규 입당한 수가 훨 많았지요.), 90년대말 유럽 복지에 자극 받아 생기기 시작한 사민주의 활동가들과 합류하여,
사회당이 만들어집니다.
저는 왠지 힘이 빠져서, 당비만 내는 유령당원이 되었지만요.
그 당시 탈당하지 않고, 남아 계시던 분들과 위원장님도, 한참 고생하시다 2008년 탈당해서, 진보신당으로 들어가시거나,
아예 시민운동에서 손을 떼시거나 하셨죠...
결국은 2008년 심상정,노회찬씨 탈당을 계기로 민주노동당은 NL에 일베벌레 용어로 민주화 장악당하게되고,
권영길씨, 단병호씨 역시 말은 못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게 없다고 느끼자, 더러워서 2선으로 물러나게 됩니다.
2012년 유시민씨, 심상정씨, 노회찬씨는 '세상도 많이 변했으니 이놈의 운동권 일베벌레들 NL 주사파들도 정신 차렸겠지,
우리가 교화시켜서 사람 만들고, 민주당과 연합해서 독재세력도 이겨보자'라는 생각으로 민노당과 합치게 되는데... (이건 순전히 제 생각이지만)
여기서부터는 최근일이니까 잘 아시겠죠. 총선에서 민노당은 민주당의 표 갉아먹고, 당권파 후보 만드는데만 모든 전력을 쏟았으며,
대선에서는 이정희만 띄워주고, 민주당과 선거공조는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은 이런 최악의 상황이 되고 말았죠.
사실, 통진당은 민주당 같은 야권을 도와줄 생각이 절대 없었습니다.
NL 주체사상은 북한이 미국에 저항하는 군국주의일때나 가치가 있거든요.
북한이 화해무드속에서 경제 개방을 해서 세계로 나간다면,
NL 주사파는 존재의 의미가 없어지게 됩니다.
그러니 걔네 입장에서는 북한을 계속 문 걸어잠그게 만드는 새누리당이 오히려 친구인거죠!
그리고 새누리당이랑 싸우는게 논점도 확실하기 때문에 내부 결속용으로도 최고죠!
반대로 새누리당 역시 얘네가 없으면 사건을 덮을 이슈를 만들 수가 없습니다.
NLL 문건이 이렇게 히트 치는 것도 이석기가 적당히 간첩 밑밥을 뿌려줬기 때문이죠!
통진당이 있어야 야당도 종북으로 쌈싸먹기 쉽거든요!
지지세력 결집용으로도 통진당의 가치는 최고죠!
그러니, 얘네는 절대 통진당 해산 안시킵니다. 전국민이 원해도요!
서민들과 민주주의의 적이요? 새누리당, 재벌, 좃중동만 생각하지 마십시오.
통진당은 충분히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 합니다.
지금 갸웃거리실지는 모르겠지만, 새누리당의 악행에 분개하는 중간에 통진당에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