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media.daum.net/society/affair/newsview?newsid=20131009061105221 "한자어를 한자로 적지 않으면 뜻을 제대로 알 수 없으므로 한글로만 생활하는 국민 대다수가 사실은 문맹이다."
초등학교 한자교육이 '부활'할 조짐을 보인다. 지난 2월 새누리당 일부 국회의원들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글과 한자를 함께 사용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내놨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초등학교 교과서는 20년 전으로 돌아간다.
한글학회나 국어단체연합,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단체들은 '한자 숭배자들'이 초등학생들의 어깨에 한자 암기라는 짐을 얹으려 한다고 쓴소리를 냈다. 낱말을 한자로 적지 않아도 이해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고 이미 충분히 한자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 우리말에 한자어가 70%? 실질적 사용은 절반도 안돼
한글단체들은 한자 혼용론자들의 주장에는 '잘못된 상식'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인 속설은 '우리말의 70%가 한자어'라는 것이다.
한글단체들은 국립국어원이 간행한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51만여 개 낱말을 조사한 결과 한자어 비중은 57%였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에도 사전에만 실렸을 뿐 일상생활이나 전문 분야에서도 전혀 사용되지 않는 낱말이 수두룩해 실질적인 비율은 더 낮다는 설명이다.
국립국어연구원이 2002년 발표한 '현대 국어 사용 빈도 조사'를 보면 우리말의 낱말 사용 비율은 토박이말이 54%, 한자어 35%, 외래어가 2%였다.
한글단체들은 1920년 조선 총독부가 만든 '조선어사전'에서 '한자어 70%' 뿌리가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당시 침략자들이 사전에 토박이말을 30%만 싣고 나머지는 한자어로 채웠다는 설명이다. 당시 낱말들이 솎아지지 않고 표준국어대사전으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반면 한글학회가 1957년 완성한 '큰 사전'에는 토박이말 47%에 한자어는 53%정도다. 이를 다시 '우리말 큰사전'으로 정리하고 있는 한글학자 정재도씨에 따르면 전혀 사용하지 않는 한자어를 버릴 경우 그 비중은 30%로 줄어든다.
◇ 신문·교과서 한자 없이도 이해 술술 "슬프다! 조선 언문이 중국 글자에 비하여 크게 요긴하건만 사람들이 요긴한 줄도 알지 못하고 업신여기니 어찌 안타깝지 아니하리오" (정부가 인정한 유일한 외국인 독립운동가 호머 헐버트 박사)
2004년 국한문 혼용 문장의 최후 보루였던 서울대학교 '대학국어'가 한글 전용으로 바뀌면서 교재에서도 한자가 사라졌다. 신문 등 매체에서도 한자를 쓰지 않으면서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한자의 벽에 부딪히는 일은 줄어들었다.
한글단체들은 낱말의 의미는 맥락에서 이해되기 때문에 '동음이의어'나 '다의어'로 인한 혼동도 거의 없어 한자를 함께 쓸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장님이 사기를 당해서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졌다"와 같이 이미 문장 속에서 낱말의 의미는 부여된다.
이들은 또 초등학교 과정에서는 한자어로 분해해 어원을 밝히는 등 교육 방식은 필요치 않다고 주장한다. 발달심리학자 피아제의 발단 단계에 따르면 이런 방식은 '형식적 조작기'에 해당하며 중학교 이후에나 급속히 발달하는 영역이다.
또 현재 중학교 95%에서는 한문을 가르치고 있고 2009년 새 교육과정부터는 초등학교 정규 과목인 '창의적 체험활동'에 한자 과목을 추가되면서 이미 절반 이상의 초등학교에서 충분히 한자를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요즘은 유치원에서도 한자 급수 시험을 강요하는 곳이 있다고 한다"며 "교과서에 한자를 집어 넣으면 한자 사교육이 요동칠 게 뻔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한자를 익히고자 한다면 학생 개인이 꾸준히 암기해도 될 것"이라면서 "굳이 우리의 문자 생활을 과거를 되돌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