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싫다.
냉장고에 분명 어제 먹다 만 소주반병이 있었는데
취하고 싶은 기분인데 사러나가야돼 말아야돼 도대체 누가마신거야 이런기분 참 싫다.
평소같으면 아빠가 마셨나보네 이러고 말껄 괜히 없어진 소주반병 핑계대면서 서러워지는 이런날도 싫다.
가끔 남의 가슴에 박혀있는 대못보다 내 손톱밑에 조그만 가시가 유난히 아파보일때가 있다.
어쩌면 가끔이 아닐지도. 그런걸보고 이기심이라고 해야하나 주제파악못하는거라고 해야하나
공익근무가 그런거 같다. 군인이라고 하기엔 가오가 안서고 직장인이라고 하기엔 돈이 없고 학생이라고 하기엔 자유가 없고
차라리 현역이 부러웠다. 돈쓸일 안생기니까. 이런얘긴 안하는게 좋다. 굳이 남의 대못박힌 자리 후벼팔 필요 없으니까
그래서 그냥 내손톱에 박힌가시 건드려가며 아프네 아프네 응 아픈거구나 원래 아픈거야 아플수도 있지
그러면서 출퇴근시간 버티는거 그리고 퇴근이후 시간 역시 버티는거 그랬던거 같다.
결국 퇴근후 아르바이트자리를 하나 찾았는데 원래는 하면 안되는거지만
6시에 끝나는 직장과 6시반부터 시작하는 직장사이에 편의점이 하나 있다.
거기 편의점 알바가 참 이쁘다는게 굳이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일까
우연히 갑자기 평소에 잘 먹지도 않던 요플레가 땡겨서 들어갔다가
'와... 이쁘다..'
하고 계산하고 나오고 그 이후로 매일같이 난 저녁때마다 요플레를 하나씩 먹는사람이 되었다.
마치 원래 그랬던것처럼 자연스럽게 아니 적어도 자연스러워 보이게
'얼맙니다' 하면 '네' 하는거 말고 유일하게 나눠본 대화란게
3주쯤 전이였던가
음료수 있는곳 쪽 정리한다고 바닥에 쪼그려앉아있느라고 조금 내려간 바지 때문에 속옷이 살짝 보이더라
민망해서 '저기요 이거 계산요' '아 네 잠시만요'
근데 이걸 대화라고 해도되나
그사람을 처음본게 아직 더울때였던것 같은데
뭐가 그리 좋아보였던걸까. 예뻐서. 이건 당연하고
편의점에서 나오는 노래를 소리내지 않고 따라부르던 입모양
영업용미소나 목소리
내 카드를 받던 작은 손가락
꼬부라진 삼각김밥같던 머리랑 왠지 착해보이는 눈
친구를 만나서 나름 야심찬 계획. 이걸 야심차다고 해도 되나. 아무튼 두달 가량 평일에는 잠깐이나마 매일 가다시피했고
뭔가 그사람도 나를 알아보는 눈치가, 뭐 물론 나의 착각일수도 있고
빼빼로데이때 고백하자. 라는게 내 계획이었다.
편의점에서 늘 사던 요플레 하나를 사고 조금 비싸게 포장되어 있는 빼빼로를 사서 내 연락처라도 쪽지로 남겨놓고 이거 드세요 하고 나오자고
나도 뭐 아주 바보는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훈남인것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동네 공익인거 알겠는데
어떤 결말일지도 누가 이미 스포해줬는데도 원하지 않아서 부정하는 그런 결말
그래 이제 요플레 그만먹자 하는 생각도 있었던것 같고
어제밤에 배달을 나갔다가 우연히 그 편의점앞을지나는데, 10시가 좀 넘었나.
평소엔 그쪽방향배달이 잘 없는데 그 앞을 지나가게 왠지 기웃하게 됐는데
그때가 퇴근시간이었나보다.
편의점 바깥으로 나온 그 사람은 평소랑 똑같은데 옷도 몇번 보던 옷인것 같은데 다른사람같아보였다.
그리고 편의점 앞에 서 있던 어떤 남자의 팔짱을 꼈다.
어... 어... 하면서 한 3분쯤 배달 오토바이를 끌고 몰래 뒤를 밟았다.
그리고 배달을 갔다.
칼출근 정말 좋아하는데 오늘은 평소보다 20분 먼저 집을 나서서 그 편의점에 들러 요플레를 하나 샀다.
알바가 없는날도 굳이 퇴근길에 먼길 돌아 들러서 가던 곳인데 오늘은 아침에 가야할것 같더라
당분간 요플레는 아침에 먹어야겠다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원래 요플레 안먹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