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와의 인터뷰.’
현재 출시되고 있는 온라인 게임 중 상당수의 상품이 판타지적 스토리를 시간·공간적 기반으로 하고 있다. 으레 마법사가 등장하고 약물과 지팡이 등이 사용된다. 21세기 들어 영화로도 개봉해 전세계를 열광시킨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대중들을 ‘마법의 세계’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아직까지 일반인들은 마법이란 ‘동화적 허구’에 불과하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양 사회에선 마법을 하나의 학문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도 심도있게 마법을 연구하는 학자와 전문 출판사가 있다. 국내에서 출간되고 있는 대부분의 마법 관련서를 감수하고. 강연을 하면서 마법학자로 활동하고 있는 박영호씨를 만나 마법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마법은 과학이다
마법학자 박영호(필명 움브라) 씨는 마법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이다. 첨단 과학시대에 ‘마술’도 아니고 ‘마법’이라니. 그저 동화에 빠진 키덜트(Kid+Adult·아동의 정신세계를 가진 어른) 쯤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직접 만난 그는 여느 저명한 학자 못지않게 진지하고 박식했다. 박 씨는 프랑스 파리 제4대학(소르본)에서 종교를 전공했다. 또 가톨릭대학교에서 ‘아카드(고대 오리엔트)’어를 공부했다. 마법학에서 가장 필요한 히브리어와 헬라(고대 그리스)어. 아람(고대 이집트)어. 아랍어에도 능통하다. 흔히 천사의 언어. 마법어라 불리는 에녹어(Enochian)는 문법체계가 없기 때문에 말로는 사용할 수 없다고 그는 설명했다.
14일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 마을의 출판사 ‘좋은글방’에서 박씨를 만났다. 다짜고짜 “마법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차분히 “마법은 과학이면서 예술”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마법은 에너지(氣)를 다루는 학문이다. 물리학적으로 절대 불가능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는 물질과 에너지를 필요한 곳에 사용하는 법을 연구하는 것이다.
마법의 기초는 힌두와 헤르메스학. 유태 카발라에서 각기 출발했다. 힌두는 인도 힌두교이며. 헤르메스학이란 세상이 불. 물. 공기. 흙 그리고 아카샤(에너지의 근원) 등 모두 5개 원소로 이뤄진다는 이집트 신비주의 사상이다. 카발라는 유태 고급 경전으로 이 3가지의 학문(종교)에서 마법학이 계승·진화·발전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근대에 들어 영국의 알리스터 크롤리와 독일의 프란츠 바르돈 등 현대 마법사들이 마법의 이론을 체계화했다. 특히 프란츠 바르돈은 마법학 입문서로 꼽히는 ‘헤르메스학 입문’을 남겼으며. 자전적 소설 ‘프라바토’로 대표적인 현대의 마법사로서 명성을 쌓았다.
◇세상은 이미 마법의 땅
그렇다면 마법의 지팡이를 휘두르며 주문을 외우는 해리포터나 간달프 등 일반 대중들이 알고 있는 마법사들은 무엇일까. 박씨는 철저하게 마법학에 기초해 창조된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이들 소설에 등장하는 마법사들에 대한 묘사나 서술을 보면 일반인들이 1~2년 마법을 공부해서 쓴 수준이 아니라며. 저자인 톨킨이나 조앤롤링은 수준높은 마법학자라고 했다. 특히 집 요정 ‘도비’의 존재나 그에 대한 서술. 공격 주문 ‘아브라카타브라(다 이뤄지리라)’ 등 실제 주문이 작품에 등장하는 것을 봐도 전문가 수준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마법학자의 시각에서 보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저자 루이스 캐롤(소설가). 예이츠(시인). 샤갈(화가). 모차르트(음악가) 등이 마법사의 경지에 오른 인물들. 영화 ‘인셉션’. ‘생명의 나무’ 등도 전문 마법 지식이 녹아있는 작품이라고 분석했다.
박씨의 주장에 따르면 마법이란 허구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일상 속에서도 생일날 촛불을 끄며 소원을 비는 것. 친구들이 모여 누군가의 행운을 바라는 것 등 많은 것이 생활 마법의 일부다. 동양에서 제사를 지내며 치성을 드리는 것이나 기수련. 단학. 부적에 괘를 그리는 행위 역시 서양 마법과 같은 원리다.
파주 | 글·사진 이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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