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경시` 철없는 아이들
`대장금` 음식書帖모방 미운 친구등 `엽기 요리법` 작성 붐
아이들이 인간을 요리한다. 엽기공포 영화장면 같다. 사람의 머리를 삶아 소금에 찍어 먹고, 다리는 푹 곤다. 초등학생 사이에서 ‘인간요리법’을 기록한 ‘서첩’이 붐이다.
이름난 이의 글씨를 모아 꾸민 책이 원래 서첩(書帖)이다. 그러나 어린이들 사이에서도 인기 절정인 사극 ‘대장금’이 서첩을 요리 레시피로둔갑시켰다. 드라마에서 ‘박나인’이 ‘장금’에게 서첩을 물려주는 장면을 본 어린이들이 서첩을 자의적으로 응용하고 있다.
음식이 아니라 인간을 조리하는 법을 적는다. 친구와 교사, 학원강사를향한 적개심을 농축한 서첩이다.
서울 D초등학교 4학년 전수훈(10) 군은 “미운 선생님과 나쁜 친구를서첩에다 요리하고 나면 속이 후련해진다”고 털어놓았다.
제 맘에 들지 않는 상대를 요리하는 방법을 A4용지 반장 분량으로 빼곡히 기록, 해당인의 책상서랍 등지에 몰래 놓아두는 초등학생들이 흔하다. 당한 아이는 즉시 또 다른 서첩을 작성해 반격한다. 와중에 서첩의 내용은 더욱 잔혹해지게 마련이다.
서울 A초등학교 5학년 이모(11) 양은 “서첩을 모르면 왕따다. 방학이지만 상관없다. 내가 싫어하는 애한테 서첩을 넣은 편지를 보내면 된다”고 전했다.
교사들은 사실상 속수무책, 수수방관이다. 반짝 유행하다 말 ‘아이들장난’을 정색을 하고 제재하기보다는 짐짓 못 본 척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 효제초등학교 김형진 교사는 “개그맨을 흉내내듯 잠시 번지다가그치리라고 짐작했는데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자칫 생명경시나사회불신으로 악화할 개연성도 무시 못한다”고 지적했다.
중앙대 김시욱 교수(아동심리학)는 “어린이는 자신의 스트레스와 적개심을 언어가 아닌 글이나 그림 등으로 표현한다. 부모와 대화 부족, 학업 스트레스 등을 서첩이라는 수단으로 해소하는 듯하다”고 진단하면서“전문 상담사나 교사의 지도로도 해결하지 못한다면 아동 정서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원광대 조수현 교수는 ‘해동(海東)의 서성(書聖)’으로 통하는통일신라시대 명필 김생(711~790?)의 유일한 서첩인 전유암산가서(田遊巖山家序) 양각본을 발견했다. 진짜 서첩이다.
김지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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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경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