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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차 촛불집회, 그 뜨거웠던 열기들...
게시물ID : sisa_4452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두타선생
추천 : 11
조회수 : 506회
댓글수 : 29개
등록시간 : 2013/10/14 08:32:49
 
나랏님들, 이 아이들 보기가 부끄럽지 않습니까?...
 
 
스산한 밤 공기가 제법 차다. 며칠 전 내렸던 가을비 탓일까,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기도 전에 겨울의 문턱에 선 것 같은 착각마저든다. 하수상한 이 시절에 뜬금없는 정취라니? 한가로운 낭만타령이리라 싶다. 광장에 옹기종기 모여 차가운 밤공기를 서로의 체온으로 덮히며 열기를 이어가려는 분들을 보면서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한기를 비닐 한장으로 막기에는 분명 버겁다. 하지만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살뜰히 챙기는 따뜻한 눈인사로 섬뜩했던 냉기도 어느새 저 만큼 도망가고 있는 것을 느낀다. 얼마전 받았던 호의의 답례로 미리 챙겼던 사탕과 쵸코렛을 나누다 보니 어느샌가 다가온 온기는 이 천부의 콧망울에 땀을 맺게한다. 물론 평소 숫기 없기로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이 천부의 면구스러움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무대 양쪽에 설치되어 있는 대형 스피커에서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이 정권의 몰지각함을 성토하는 따끔한 질책이 연신 이어진다. 때론 험악하고 거친 발언이 쏱아지는데도, 누구 하나 불쾌한 반응을 보이는 분이없다. 오히려 누구보다 앞장서서 민주주의 질서를 수호해야 할 공기관들이 국가와 국민의 안보는 아랑곳하지 않고 당리당략적 이해관계를 쫓아 그런 불법을 자행했다는 사실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것과, 그 실체가 명백한 증거와 함께 속속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과 무관한 척, 먼 산만 바라보고 있는 후안무치한 작자들의 비열한 작태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을 뿐이다...
 
봄의 끄트머리에서 불붙었던 촛불들의 저항은 한 여름의 살인적인 폭염도 감히 막아설 수 없었다. 그 동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는 현실은 대단히 안타깝지만, 그 또한 부정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이 정권의 치졸한 계략이 국민의 저항에 무대응으로 일관하여 촛불이 스스로 점화되길 기대한 것이라면 그것은 대단한 착각이라는 것이다. 촛불의 의미를 전혀 알 수 없는 아둔한 자들의 객기가 더 큰 저항을 불러 끝내 불행한 사태를 자초할 것은 너무나 자명하기 때문이다. 나라의 근간을 흔들고, 법치를 훼손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유린한 이 부정한 정권이 어떤 명분으로 막아 설 수 있겠냐는 것이다...
 
 
"어둠은 결코 빛을 막아 설 수 없다" 고 했던가? 이 이치가 한치의 틀림도 없다면 이 광장에 모여있는 민주시민들이야 말로 곧 빛이다. 얼마 전 한강의 밤하늘을 수놓았던 폭죽의 아름다움이, 과연 촛불에 서린 이 분들의 미소에 견줄 수 있을까? 엄마의 손을 잡고 있는 아이의 똘망똘망한 눈 속에 비친 촛불의 현란함과 비교할 수 있을까? 어림반푼어치도 없다고 단언한다. 거치른 파도와 검푸른 바다, 그리고 먹구름이 잔뜩서린 하늘 속에서도 길을 밝히려는 촛불의 의미를 감히 어림짐작이라도 한다면 말이다. 자신의 주권이 오만불손한 세력들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고 빼앗겼다는 참담함과 자괴감, 근근히 맥을 이어오던 민주주의의 가치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는 당혹감, 과거로의 회기에 대한 두려움, 희망보다는 절망이 앞서는 오늘의 현실을 거부하기 위한 그들의 단호한 눈빛과 아우성이 한층 더 아름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촛불 개사곡 콘서트" 에서 불려지는 시민들의 노래 가사는 그야말로 기발하다. 이 비아냥이 박근혜씨를 겨누고 있는 것은 두 말할 나위없다. 하지만 구중궁궐에 파묻혀 환관들에 둘러싸여 있는 그이는 오늘도 묵묵부답이다. 아니 애써 외면하고 있다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어차피 그는 태생적으로 쓴소리에 귀을 열지 못하는 치명적 결함을 안고 태어났으니 어쩌면 우리의 바람이 부질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촛불들의 외침은 거칠 것이 없고 주저하거나 조금의 망설임도 없다. 추악한 정권의 "벼랑 끝 전술" 을 익히 알고 있기에 자그마한 빌미 조차 주지 않으려는 치밀함도 보인다.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확연한 의지도 보인다. 살아 남은 자의 부끄러움을 알기에...
 
 
저항의 강도가 약해진 것은 못느끼겠으나 촛불의 수는 확연히 줄었다. 하지만 어떠랴. 언제 우리가 수에 연연해 한 적이 있었던가. 많으면 많은대로, 적으면 적은대로 우리는 쉼없이 이 부정한 정권에 대해 이실직고 하라 다그쳐 왔지 않은가. 또한 미처 참여하지 못하신 분들도 한계를 느껴서라기 보다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불원천리 이 광장을 찾아올 수밖에 없던 이 천부도 그러 하였으니...
 
오만방자한 작자들의 괘씸한 소행이 멈추지 않는 한, 이 촛불은 결코 꺼지지 않는다. 다만 들불로 번지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이 천부는 또 하나의 희망을 가슴 가득 안고 이 밤을 달려 내려 갈 것이다. 희대의 부정선거 공모자 원, 판, 김, 세, 이들을 단죄하고 박근혜씨의 결단을 촉구하던 분들과, 오늘 옆자리에서 밝게 웃던 한분 한분의 모습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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