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이 되었다. 누구나 반길 찬란한 주말! 드디어찾아온 이 황금 같은 주말을 셀레스티아 공주가 축복이라도 내려주시기라도 하는 듯이 밝은 햇볕이 따스하게 침대 옆 창문을 통해 내리쬐고 있었다. 어떤 포니라도 이렇게 화창한 날씨에 나들이를 가지 않고서는 못 배길 것이다.
그러나 여기, 한 포니가 나들이 가기에 최고의 조건을 갖춘 일요일 아침임에도 얼굴에 초조한 빛이 역력한 채로 집안을 서성이고있었다. 콰이어트퀼, 그는 문학계에 발굽을 들인지 얼마 안된 풋내기 유니콘 작가이다. 장애가 있는 페가수스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깃털의 무게’가 바로 그의 본격적인 데뷔작이었는데, 나름 괜찮은 실적을 거뒀다. (독자층이 페가수스에만 한정돼있었던게 좀 흠이었지만.) 지금은 수필 집 등을 간간이 내고 있다. 요즘은새로운 소설을 준비하는 꽤 중요한 기간인데 콰이어트퀼은 지금 그 문제 때문에 초조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사건은 오늘 새벽부터였다. 콰이어트퀼은 아직 자고 있었고, 옆 탁상 위에 있던 작고 낡은 초록색자명종의 시곗바늘은 거의
“아 아 악!”
하는 짧은 비명과함께 콰이어트퀼은 침대에서 집 천장을 뚫을 기세로 튀어 올랐다. 그리곤 다시 아래로 떨어져 고꾸라졌다.
“이, 이게 무슨…… 애주얼, 아, 아직이른 새벽이잖아요? 게다가 오늘은 일요일이라구요오. 어째서……”
주말 새벽부터코를 물린 황당함과 억울함에 콰이어트퀼이 반쯤 비몽사몽으로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애주얼이단숨에 말을 자르며 코앞으로 수첩을 들이댔다.
-큐 진정해 해줄 말 있다
애주얼이 자기몸집만 한 노란 수첩에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몽당연필로 글을 재빠르게 휘갈겨 썼다. 애주얼은 포니어를알아듣고 읽고 쓸 수 있는 햄스터였다. 이런 게 가능한 것도 오랫동안 콰이어트퀼과 붙어 다니면서 자연스럽게스스로 깨우쳤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아무 쥐나 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악필이긴 하지만 쥐 아니, 햄스터가 글을 쓴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것인가? 그만큼 애주얼은 여러모로 ‘기묘한’ 햄스터가 아니지 않을 수가 없다.
-문제 생겼다
“문제요?”
콰이어트퀼은 수첩을인식하자마자 곧바로 자명종 옆에 놓여 있던 검은 뿔테 안경을 염동력으로 들어 올려 코 위에 얹었다.
-내가 잡은 놈 보이나?
콰이어트퀼은 인제서야애주얼 옆에 묶여있는(그리고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쓰며 바둥거리는) 쥐가눈에 들어왔다. 그는 눈을 비비면서 말했다.
“네, 되게 냄새나고 지저분해 보이네요. 그런데 왜……”
-시궁쥐놈들이 이곳 공격한다
“예?”
콰이어트퀼은 잠이확 깼다.
-아까 니가 아직 자고있을동안 이녀석을 심문했다 오래전부터 준비해오고 있었던거 같다 이녀석 말이 진짜라면 오늘저녁에시작될거다 만약 뻥이라면 이놈 엉덩이를 신나게 걷어차줄거다 ㅡㅡ
“그, 그럼 얼마나 오는데요?”
-엄청(이낱말만 큼지막하고 굵직하게 강조되어 있었다.)많이 발디딜 틈도 없을걸?
“아.”
-떼거지로 몰려올거다 이번엔 다른구역 놈들까지 긁어모을거같다
콰이어트퀼은 막막하고, 착잡했다. 이번 주는 부업(생업이기도하고.)인 출판사 일로 무척 바빴다. 어제는 회사를 가지않는 토요일인데도 야근까지 했었다. 그래서 이번 주말엔 좀 휴식도 취하고 새로운 소설을 구상하기로 한것이었다. 비록 많진 않겠지만 몇 명이라도 있을 독자들이 기다린다. 출판사가기다린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기회가 될 주말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찾아오다니. 가뜩이나 눈이 나쁜 콰이어트퀼은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 같았다.
시궁쥐들이 얼마나악랄한 놈들인지는 이미 콰이어트퀼과 애주얼 둘 다 잘 알고 있었다. 최근 며칠 전 신문에서 포니빌이어마어마한 수의 시궁쥐 무리한테 공격당했었다고 보도되었다. 메인 식스(메인식스의 실존 여부에 대해선 포니들 사이에서 논쟁이 많지만, 이 둘은 여기에 대해선 크게 신경 쓰지 않는것 같다.)가 유연하게 대처하였지만, 마을 자체의 피해가어마어마했다고 한다. 말썽 요정 때가 피해가 더 컸기는 했다만, 시궁쥐들은훨씬 치밀하고 계획적이며 조직적이었다, 마치 누가 뒤에서 지휘하고 있는 것처럼. 메인 식스가 시궁쥐를 성공적으로 몰아냈다지만 그들 자체의 손해는 얼마 없을 것이다.
그런 시궁쥐들이이곳 캔틀롯으로 몰려온다니…… 캔틀롯이라면 셀레스티아 공주와 루나 공주가 있어서 괜찮을지 모른다. 하지만어제 두 공주가 메인해튼으로 중요한 행사에 방문하기 위해 출장을 갔다고 공식 보도되었다. 그동안 경비병들이더욱 캔틀롯 치안에 노력하겠지만, 어림없을 것이다.
그 일로 콰이어트퀼은아침 해가 밝을 때까지 넓지도 않은 집안을 그렇게 서성이고 있었던 것이다.
-큐 인제 그만좀해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아침시간이다. 나 배고프다
“아아.”
운이 좋게도 마침그 글귀가 서성이던 콰이어트퀼의 눈에 들어왔다. 물론 그만큼 애주얼이 수첩을 들고 뛰고 했으니까. 콰이어트퀼은 탁자 다리에 기대어있는 조금 허름해 보이는 자루에서 염동력으로 해바라기 씨 몇 알을 꺼냈다. 그러나 아직 그의 머릿속은 시궁쥐들에 대한 걱정투성이였으므로 애주얼에게 보는 둥 마는 둥 주었다. 그리고선 다시 집안을 돌아다니며 연방 “어떡하지……”를 반복해서 중얼거렸다.
한 시간 정도지났을까? 애주얼은 그렇게 콰이어트퀼의 지긋지긋한 짓거리를 참 오래도 쳐다봤다. 이렇게 오래 견딘 것도 대단했다. 애주얼은 아직 까먹지 않은 해바라기씨를 콰이어트퀼을 향해 던졌다.
“아얏.”
이번에도 효과는확실했다. 애주얼은 이번엔 수첩을 콰이어트퀼한테 집어 던질 기세로 들이댔다.
-그런다고 온다던 시궁쥐들이 다~~~ 물러간 댔나? 그만좀 하지 이제? 응?
“아, 미안해요…….”
그제야 콰이어트퀼은진정되는 듯했다. 그리고 이마에 빨갛게 부은 부분을 발굽으로 살며시 문질렀다.
“잠깐만요, 그 시궁쥐는 어디 갔죠?”
“?!”
애주얼은 크나큰실수를 인제야 깨달았다는 듯이 펄쩍 뛰어올라 침대 쪽으로 내달렸다. 그러나 침대의 다리 한쪽 아래엔갈기갈기 찢어진 밧줄과 얼룩 자국만이 남아있었다.
“찍!(제기랄!)”
애주얼은 자기손바닥으로 이마를 탁 친 다음 턱 아래까지 쓸어내렸다. 그리고는 짜증을 내면서 수염을 양손으로 난폭하게잡아 늘였다.
“도망 갔네요. 좋은 정보를 더 얻을 수 있었을 텐데.”
-도망갈거면 곱게 도망갈 것이지 오줌은 왜 찍 갈기고 가? 두고봐라잡히기만하면 엉덩이를 신나게 걷어차줄테다
둘은 그렇게 침대의한쪽 다리 밑 오줌 자국 앞에서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로 몇 분 동안 그렇게 가만히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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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고 싶었던 포니 팬픽을 이제서야 매듭지어봅니다. (사실 이제부터가 시작이네요... ㅎㅎ)
솔직히 너무 지체됬네요, 구상은 작년 기말고사 전부터였는데. 다 제 우유부단함 때문인거죠 ,뭐.
원작같은 느낌을 원했습니다. 그것이 잘 표현되었는지, 앞으로도 잘 표현될련지 걱정입니다.
유쾌함과 익살스러운 유머와, 너무 가벼워 붕붕 뜨지도 않고 이 작은 조랑말들에게 너무나도 무겁지 않은 분위기.
그리고 동료들과의 모험, 마지막으로 본편의 중심 테마인 우정.
주인공인 제 OC, 콰이어트퀼(Quietquill)과 애주얼(Azure)의 설정은 http://k7j03k.blog.me/130148406209 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물론 오유 포니게가 OC를 지양하는 분위기인 것은 알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원작파괴도 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원작과 엮여보려 하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