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자주 올릴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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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이루고 뒤척이다 게시판에 글을 올렸는데 새벽 한시가 넘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덧글이 순식간에 십여개가 달렸다. 살짝 기대하며 글을 클릭했는데 이게 웬걸……. 대부분의 글들이 부정적이었다.
고백하라는 사람은 20여 명 중에 5명 정도였다. 그냥 밥셔틀로 보인다느니, 고백은 손잡고 뽀뽀하고 나서 하는거라느니(전 이말이 이해가 안가네요. 나도 벌써 나이를 먹은 건가요? ㅜㅜ)
하지만 이런 말 듣는다고 해서 좋아하는 마음을 접어버릴 수는 없었다. 고백을 하지 마란다고 해서 여기서 포기할 수도 없었다. 여태껏 살아오면서 연애는 아니더라도 그냥 내 마음을 전해보지도 못한 채로 계속 살아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영이가 내 마음을 받아주던 받아주지 않던 일단 고백해보자고 결정하고 나니 그나마 좀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서 덧글중에 생일날은 절대 고백하지 마라는 충고만 받아들여서 생일날은 즐겁게 보내게 해주고 그 다음번에 만나서 고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생일날은 빼빼로데이 바로 다음날이었는데 빼빼로데이날 미영이에게 빼빼로 좀 받았냐고 물어보니 줄 사람이 어디 있냐고 막 웃어서 좀 안심이 되었다.
생일선물은 뭐할까 고민하다가 너무 부담스러운 선물은 안 될 것 같고, 전에 만났을 때 장갑사야한다고 가판대를 계속 기웃대던 모습이 생각나서 털장갑을 하나샀다. 그리고 빼빼로랑 장미꽃도 하나 산 뒤에 미영이를 만나러 출발했다.
평일 낮에는 미영이가 근무중이기 때문에 미영이네 집 앞 버스정류장에 가서 기다렸다. 이날도 역시나 너무빨리가서 한참 기다린 끝에 미영이가 버스에서 내렸다.
원래는 버스에서 내리는 미영이한테 선물이랑 꽃이랑 다 같이 주려고 했는데 차마 입이 안 열려서 그냥 종이가방에 든 채로 미영이랑 같이 걸어가게 되었다. 같이 쪽갈비를 먹으러 갔는데 먹는 내내 선물을 줘야하는데.. 줘야하는데.. 하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결국에는 주지도 못하고 가게를 나와서 가다가 생일파티는 집에서 언니랑 하자고 하기에 미영이에게 케이크를 사주겠다고 사갈까 하고 물어봤다. 그러자 미영이는 밥도 사줬는데 케이크까지 안 사줘도 된다고 말하길래 뭐라 할 말을 못 찾고 잠시 있었더니 미영이가 옆구리를 막 찌르면서 한마디 했다.
“오빠, 이럴때는 한 세 번은 물어봐야죠~ ㅋㅋㅋㅋ”
그래서 둘이 막 웃으면서 케이크를 사서 미영이네 집으로 갔다. 그렇게 언니랑 인사하고 셋이서 케이크랑 치킨 시켜먹는데 나는 선물을 언제 줘야할지만 고민하고 있었다. 언니랑 있으니까 괜히 선물을 꺼내기가 부끄러워서 집에 갈 때 문 앞에서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있다가 막차시간이 가까워져서 일어났을 때 나는 집 앞에서 선물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런데 미영이가 버스정류장까지 바래다 준다고해서 또 선물줄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버스정류장까지 같이 걸어왔는데도 나는 여전히 선물조차 건네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집중 못하고 이야기만 나누다 보니 결국 내가 탈 버스가 신호 건너편에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버스가 코앞까지 와서야 나는 정말로 용기를 쥐어짜서 장갑을 꺼내 미영이에게 주었다.
“생일 선물이야. 보니까 장갑필요한것 같아서 오는 길에 하나 샀어. 생일 축하해”
미영이가 깜짝 놀라서 고맙다고 하는데 거기서 더 이야기는 나누지 못하고 버스를 타고 헤어졌다. 가방에 남은 꽃이랑 빼빼로를 보고 우울해하고 있는데 미영이에게 장갑 고맙다고 잘 쓰겠다는 문자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