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은 여기!
생각날때마다 써야지 하면서
많이 못쓰게 되네요
울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침을 한번 삼키고
숨을 두번 들이쉬며 마음을 다잡았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내 모습이
눈물로 어우러지는걸 원치 않았다.
그게 멋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멋있게 보이며 헤어져야지,
쿨한 모습 보이며 보내줘야지,
그렇게 속으로 몇십번을 되새겼는지 모르겠다.
멍청하게도 그랬다.
" 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둘이 서로 좋다는데, 내가 괜히 걸림돌이 되는거 같은 느낌이 들어
너한테 잘해준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그런거 같지도 않고,
잘난것도 하나 없는데
이렇게나 이쁜 너를 만나는게 나한텐 너무 과분했나봐... "
이상하게도 말이 술술 나왔다
방금까지만해도 아무 말도 못할 것 같았는데.
그녀가, 유정이가 무슨 말을 하기 전에
말을 더 해야 할 것 같았다.
" 좋았던 기억들을 생각하면 너를 붙잡고 싶은데...
붙잡아도 잘 만날거란 생각이 안들어서 속상해
너를 보내주는게, 그냥 이대로 헤어지는게 정답인거 같은데,
헤어진다고 생각하니까 가슴이 너무 아파... 슬퍼...
너무 속상하다 유정아. "
" 나... 나는... "
울먹이는 소리가 들렸다.
코가 시려온다. 바람이 차게 불어온다.
" 알아... 아무 말도 하지마.
그냥 내가 떠나는게 맞는거 같아.
그냥... 여기까지만 하자. 우리 헤어지는게 맞는거 같아
너랑 보낼 수 있어서 행복했어... 안녕... "
헛소리가 나올거 같아서
왜 그랬냐고 원망하고 탓할거 같아서
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안녕이라고 내던지듯 말하고는
그녀를 품에서 놓았다.
걸어가는 뒷편에서 울음소리가 들렸지만
그 울음소리가 좋은 소리로 들릴리는 없었다
이쁘기만 했던 그녀가 너무 미웠고
왜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나에게 일어났는지
믿을 수가 없었다.
난 누굴 믿고, 누굴 사랑해야 하는걸까.
모든 세상의 슬픔과 역경이 나에게만 쏟아지는것 마냥
몸이 무겁고 마음이 아프고 삶이 싫었다.
첫사랑이니까, 당연히 이별도 처음이였기에-
첫 실연의 아픔을 겪는 나로서는
이 모든 것들을 이겨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잠수'
모든 연락을 끊고, 어떠한 소통도 단절한채로
그냥 방안에 멍하니 있는게 제일 좋았다.
하루는 눈물이 나기도 했고
욕만 하루종일 하기도 했지만
뭘해도 마음이 풀어지지는 않았다
답답한거 같기도 하고... 머리가 아픈거 같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입맛도 없고
밥은 안넘어가는데 술은 잘 넘어가고 그랬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보다는
그저 빨리 시간이
지나갔으면 하는 생각만 들었다.
학교를 가면 그녀와 마주칠게 뻔하니까
학교도 못갈 거 같았다.
그래, 휴학을 하자.
군대를 다녀오자.
라는 생각이 정리가 되기도 전에
학교에 전화를 하고 휴학을 신청했다.
휴학은 생각보다 더 쉬웠다
네, 휴학 신청하려구요. 네네 맞습니다
군대가려구요.
아, 네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당장 내일이라도 군대를 가고싶었지만
망할-
군대라는 곳이,
가고싶다고 아무때나 아무나 들어가는건 아니였다.
신체검사도 해야하고
적정인원이 맞는 시기가 있어야 입대가 가능했다.
세상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술이나 먹으며 하루를 보내야지 하는 마음에
편의점에 터덜터덜 술을 사러 갔다.
며칠 씻지 않은 몰골이라
수염은 덜 자란 풀때기마냥 얼굴에 덕지덕지 자라나 있었다.
세수는 해서 뭐해, 면도는 해서 뭐해
보여줄 사람도 잘보일 사람도 없는걸.
혹시나 유정이를 마주칠 수도 있을거란
생각이 잠깐 문득 들기도 했지만
이런 추레한 모습을 보이기도 싫었고
그냥 잠깐이라도 마주친다는게 너무 싫었다.
막... 너무 미워서 마주치기 싫다기보단
아직도 어렴풋이 유정이 생각이 나고
보고싶고, 왜 헤어지자는 말을 했을까 하는 마음도 들고
난 잘못한게 없는데 왜 내가 이렇게 아프고 있나 하는 마음도 들고
마주치면 다시 돌아와달라고 울고불고 매달릴까봐
... 그래서 마주치기가 싫었다.
미우면서도 다시 한번 보고싶다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
주변과 소통을 끊고
그렇게 술에 찌들어 살기를 일주일,
배가고팠다.
뭐 좀 먹을게 없을까 하며 집을 뒤적거렸지만
제대로 된 요리 하나 할줄 모르는 내가
먹을 수 있는건 라면밖에 없었다.
라면은 됐고,
뭐라도 먹을까 하는 생각에
오랜만에 샤워를 했다.
한여름이라 차가운 물로 씻어도 됐지만
굳이 뜨거운 물을 틀어 몸을 녹이고 싶었다.
뜨거운 물이 몸에 닿을때마다 몸이 녹아내렸다
노곤노곤하니 몸이 풀리는 느낌이 좋았다.
샤워를 한다는게 이렇게 좋은거였나.
수염도 깎았고, 스킨도 바르고 로션도 발랐다.
향수도 뿌리고...
그렇게 마치 일주일 전의 나처럼 치장 아닌 치장을 하고
집을 나섰다.
핸드폰엔 부재중 전화도 여럿 떠 있었고
수십통의 문자가 와 있었다.
그 중 가장 문자를 많이 보낸 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야 이 새끼야. 이제 좀 살만하냐?
이런 xx한 xxxx한 미친 새끼. 아오 진짜."
입이 조금 걸걸한 이 녀석은
아니 이 여자는,
내가 사랑한 그녀의 제일 친한 친구이자
나와 가장 친한 여자이기도 했다.
유정이와 나를 이어주는데 있어 큰 역할을 한 그녀.
내가 고백하지 못하고 끙끙 앓고있을때
유정이도 나를 좋아한다는 천금 같은 소식을 전해주었던 그녀가
어느 순간부터 오랜 시간을 함께한 불알친구처럼 편했고
지금은 욕도 주고받을 정도로 친한 사이가 되어 있었다.
거 참 욕 한번 실하네
" 배고프다... 밥이나 먹자. 어디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