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아
아주오래 사겨왔던 나의 친구들아
너네 요즘 나에게 말하지
너는 불러도 안나오잖아
나도 예전엔 잘 나갔는데..ㅋㅋ
잘 안모이니까 잘 나가지.. 그나마 여유가 있었으니까
나도 더이상 학생이 아니야
대학 4년 졸업하고 구직못해 공부하는 취준생이고
칠순을 바라보는 늙은 아버지와 평생을 고생해 관절이 다 닳은 어머니, 그리고 젊은 나이에 불치병에 걸린 오빠가 있어
내 알량꼴량한 자존심으로 말 못할, 아주 장난스럽게 건넨 농 속에는 내 한숨이 들어있었어
나라고 안놀고 싶겠어
여자가 한참 예쁠 24살이라는데
두번 다시 없을 청춘이라는데
학교다닐때는 그나마 여유가 있었어
용돈은 못받더라도 학생이라는 신분이 있었으니까
생계를 걱정하지 않아도 좋고 다만 내 한몸 건사할 돈만 있으면 됐으니까
하지만 졸업 후 8개월
면접도 보러다녀야 하고 자격증도 따야하고 돈 쓸데는 많고 수입은 없고
직업학교 다녀야 얼마나 나오겠니
술 한번 사먹을 돈이면 한달 차비를 할 수 있고
밥 한번 사먹을 돈이면 응시료를 낼 수 있었어
이것도 남친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다 해내지도 못했겠지
무능력한 내가 가장 문제지만
나는 가난이 너무 싫다..
내일 먹을 쌀을 고민하던 엄마의 모습이 잊혀지질 않아
작업하다 떨어져 머리가 깨진 아빠의 모습도
야근하고 지쳐 돌아오는 덥수룩한 오빠의 모습도
난 너무 괴롭다
주제에 눈이 높아 초봉에 2천을 넘게 받겠다는 못된 심보도
아무것도 못하면서 너희들만 미워하는 내 모습도 너무 싫다
괜히 투정만 부린 것 같아 미안해
취업하고 첫 월급 받으면 한턱 낼게 그니까 너무 서운해 하지마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