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죄송해요"
사과를 하면서도 그녀는 뛰고있었다. 나는 부딪힌 어깨를 추스리며 그런 그녀를 못마땅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천천히 계단을 걸어올라가 지하철 승강장에서 전철을 기다렸다.
저 끝에는 아까 내 어깨를 치고 간 그녀가 초조한 얼굴로 전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순간 가서 따질까 고민도 했지만, 그런다고 내 기분이 딱히 풀릴 것 같지 않아, 관두기로 했다.
'지금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승강장 안쪽으로 한걸음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끝나가는구나...
책이나 영화에서 보아온 사람들의 삶과는 달랐다. 그저 하루하루가 같은 일상의 반복일뿐.
오죽하면 신입사원 하나만 들어와도 그게 신선함이 되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까..
퇴근길 또한 다르지 않았다. 다행히 남들과는 조금 다른 출퇴근시간덕에 지옥철은 피하지만,
앉아서 가는 건 좀 힘들었고, 주변 사람들은 항상 스마트폰과 눈싸움을 할 뿐이었다.
내 삶은 내가 주인공인데.. 감독이 언제나 같은 내용만 나열시킨다.
혹시 나에게 초능력이 있지 않을까? 응급한 상황이 생기면 갑자기 발현되는 힘이라던가, 비행능력,
아니면 미래를 보는 능력같은... 여기까지 생각한 나는 멋적은 웃음을 띄웠다.
'그래도 만약 있다면 순간이동이 좋을 것 같아. 출퇴근길만 피해도 그게 어디야..'
말도 안되는 상상이었지만, 그게 또 나름 재미가 쏠쏠해서 그치지 않았다.
내 머릿속에선 한번도 본 적 없는 지하철 테러범들과 싸우거나, 한번도 본 적 없는 여성과의 로맨스에 빠지기도 했다.
그렇게 한참을 상상의 나래에 빠져있을때..
'덜컹'
소리와 함께 전철이 멈추며 전등은 모두 꺼졌다. 다행히 지상으로 가는데다가 해가 완전히 지지는 않아서,
아무것도 보이지않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승객들은 두리번거리며 조금씩 웅성대는 소리와 함께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아,아. 승객여러분, 지금 우리열차 이상으로 인하여 잠시 정차중입니다. 죄송합니다.'
지하철 기장의 방송으로 승객들의 불안함을 막기에는 조금 부족한 감이 있었나보다.
여전히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딴에는 주변인들에게 전화로 이 상황을 알리는 사람도 있었다.
지나치게 지루한 일상이 문제였을까.. 나는 불안함보다는 호기심이 더 많았다.
또한, 이 상황이 악화되었을 때,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 지를 생각했지만,
방금까지 하던 상상이 연결되었는지, 현실과 비현실을 왔다갔다 했다.
'저 손잡이를 잡아당긴 후, 문을 열고.. 가만.. 문이 열리지 않는다면? 갑자기 숨겨진 나의 초능력이... 후후...'
다시 한번 상상의 나래에 빠져있는데, 방송에서 흘러나온 목소리가 지하철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아아.. 승객여러분, 지금 우리열차 이상으로 한동안 정차해야 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지금 기술팀이 이쪽으로 오고있으며..'
승객들 핸드폰에 불이 나기 시작했다. 가족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사람, 약속에 늦겠다며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는 사람,
119에 구조요청을 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문을 수동으로 여는 이도 있었고, 이를 막는 이도 있었다.
그러던 중, 창밖으로 아까 나와 어깨가 부딪힌 여자가 뛰는 것이 보였다.
내 호기심은 극에 달했고, 상상의 나래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나는, 이미 열려있는 문으로 뛰어내려 그녀를 쫓기 시작했다.
"이봐요!"
그녀는 잠시 멈춰 가방을 꼭 안은 채 뒤를 돌아봤지만, 곧 다시 뛰기 시작했다.
나는 오기가 생겼다. 호기심도 넘쳤다. 왠지 따라가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런 상황때문이었을까? 나는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뛰었지만, 힘든지도 몰랐다.
그런데 저 여자는 육상선수 출신인건가? 내가 체력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남자였다.
하지만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헉..헉...."
이제 자존심마저 상해버린 나는 다리가 아픈줄도 모르고 계속 뛰었지만, 속도는 줄고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속도도 줄고있었기에 멈출 수는 없었다. 그러던 중,
'빠~앙~'
엄청난 소리와 덕에 정신을 차려보니, 내 앞에서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는 기차가 보였다.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보니, 옆 선로를 달려오는 또 다른 기차의 존재까지도 알게 되었다.
두 기차의 선로 사이에서 달리던 나는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도저히 밖으로 나가기엔 너무 늦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게되었다.
이렇게.. 죽을 수 밖에 없는건가.. 허무했다.
나는 조금 다른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시계바늘처럼 매일 같은 일상이 아닌..
뭔가 다른 생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비록 지금이 아니라도 언젠가는..
옆으로 피할 시간도 안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 생각은 그보다 빨르게 여러가지 추억거리를 꺼냈다..
여자친구와의 밥 한끼, 친구들과의 술 한잔, 그렇게 싫었던 상사와 마시는 캔커피 하나까지.. 이런게 행복이었던가..
그리고 사랑을 주시기만 하시던 부모님... 부모님.....
여기까지 생각한 내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런 느낌이 처음이었지만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처음인게 당연했고, 두번은 겪을 수 없을테니...
두 기차는 빠르게 교차해 지나갔고, 이제 내 몸은 떨어지고 있었다. 지금까지와 같이 천천히, 선로가 깔려있는 바닥이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천천히 나는 두 발을 땅에 디뎠다. 이게 죽은건가? 살아있을때와 너무나 느낌이 똑같다.
눈에 보이는 풍경도, 지나간 기차가 계속해서 앞을 보고 달리는 소리도, 내 몸을 붙들고 있는 손이 주는 감촉도..
응? 손이라고?
이상한 느낌에 뒤를 돌아보니... 그녀였다. 그녀는 체념한 듯 입술을 깨물며 한숨을 쉬고서 말을 건네왔다.
"죄송해요. 이제 더는 따라오지 말아주세요.."
그리고선 다시 뒤돌아 뛰기 시작했다.
내 머리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모르겠다. 이와중에 그녀가 너무 예뻤다. 평소에 TV속의 연예인들을 봐도 이런 충격은 없었다.
흔들다리 효과라 했나.. 죽었다는 생각을 한 뒤 처음보는 사람이라서 그런 것인가.. 심장이 두근거려 도저히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지금 내가 저 여자한테 반한건가? 아니면 그냥 멍청한 심장이 착각하는 것인가? .... 역시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지금 저 여자 놓치면 반드시 후회한다.
뛰었다. 계속 뛰었다. 어차피 심장은 그때부터 격하게 뛰고 있었다. 다리가 아픈건 모르겠다. 그냥 계속 뛰고 있었다.
어느샌가 주변 풍경이 많이 변해있었다. 이 도시에 이런 곳이 있었던가? 드라마에서 봤을 옛날식 벽돌담을 지나,
영화속에서나 나올법한 나무로 무성한 집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그 집은 다세대 주택이 아닌, 한 가정만 살고 있을 것 같은 2층짜리 집이었다.
나는 숨을 고르고 옷을 단정히 고쳐입은 뒤, 천천히 그 집으로 들어갔다.
누구를 만나던 상관없었다. 나쁜 의도로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그저 함께 차라도 한잔 마시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한편으로는 매일 반복되는 이 무료한 생활에 엄청난 활력소가 찾아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걷다보니 어느새 문 앞에 서있었다.
손가락이 초인종을 가리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쉽게 누르지는 못했다. 왜일까?
아직 결심을 하지 못한건가? 아니다. 그녀를 좋아하는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한번 만나보고싶다는 마음만은 확실했다.
아니면 다른 사람이 나올까봐? 그것도 아니다. 함께 자리해도 상관없었다. 직장생활에서 배운 넉살이 아주 믿음직스러웠다.
혹시 결혼을 했을까봐? 그것 역시 아니었다. 그저 그녀라는 사람 자체가 궁금했을 뿐..
한참 고민중에 앞에서 문이 열렸다. 그녀였다.
그것도 나오는 길에 나를 발견하고는 눈이 휘둥그레진 그녀였다. 이제 내 믿음직스러운 넉살이 나올 차례였다.
"아... 안녕하..."
하지만 내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그녀가 내 입을 손으로 틀어 막은 것이다. 동시에 그녀는 집 안쪽을 향해 외쳤다.
"다녀올께!"
동시에 나를 밖으로 밀며 그녀도 나온 뒤, 문을 닫았다.
"따라오지 말라니까요!"
"죄송합니다. 궁금한 것이 있어서.. 저도 모르게 따라왔습니다."
"빨리 가세요. 그리고 다시는 이 곳에 오지 마세요."
"안되겠습니다. 큰 걸 바라지 않습니다. 저와 차 한잔만 하시지 않겠습니까?"
"안돼요. 빨리 가요!"
그녀는 다급하게 외치며 내 들을 떠밀기 시작했다. 그 때, 안에서 문을 열고 한 남자가 나왔다.
차가운 인상의, 그녀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아보이는, 그 남자는 문 앞의 모습의 잠시 놀란듯 했으나,
이내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 했다.
"손님이 계셨네? 내가 너무 눈치없이 나왔나? 아니, 이럴게 아니고 안에 들어가셔서 차라도 한잔 하시죠?"
부드러운 말투였다. 말하는 분위기상 남편은 아닐테고, 그녀의 오빠인가?
내가 그녀의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라는 것을 아직 모르는 상황이니 좋은 이야기가 나오는건가?
어느쪽이던 나에게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남자가 사실을 알기 전에 내가 원하는 그림을 만들어야 한다.
"배려 감사합니다. 그럼 차 한잔만 얻어먹고 가겠습니다."
"별 말씀을요. 들어오시죠. 너도 차 한잔 마시고 나가. 아직 여유 있잖아."
부드러운 미소와 부드러운 말투, 하지만 차가운 얼굴이 합쳐지니 조금 섬칫한 느낌은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나무들은 집안에도 참 많았다. 일반적인 화분으로 된 관상용 식물이 아닌, 밖의 나무들과 같은 큰 나무들이 집안에도 자리하고 있었다.
아니, 그보단 나무들이 무성한 곳에 나무들을 잘라내지 않고 집을 지었을 것 같다는 표현이 더 옳은 표현이리라..
생전 처음보는 풍경에 나는 놀라움과 위화감, 그리고 설레임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대화 나누세요. 저는 나가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차를 잘 모르지만, 향이 정말 좋네요."
실제로 그 차는 향이 아주 좋았고, 차라고는 녹차와 중국집에서 먹던 쟈스민차정도밖에 모르던 나는 차의 향을 맡으며,
향긋한 차와 그의 배려에 진심이 가득 담긴 감사를 보냈다.
그 남자가 나간 뒤, 남아있는 둘에게 잠시나마 정적이 흘렀다. 번뜩 정신을 차린 나는 우선 대화를 시도했다.
"여쭙고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서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 악의로 그런것은 아니지만 우선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네요."
"......."
듣기만 하며 대답이 없던 그녀였지만, 나는 계속 이야기했다.
"이런 일이 처음이라 저도 경황이 없네요. 묻고싶은게 너무 많습니다. 먼저.. 아까 기차 사이에서 왜 저를 잡아주신건지,
그리고 어떻게 잡아주신건지 너무 궁금하네요.. 아, 감사의 인사를 먼저 드려야 하는게 순서인데, 궁금증때문에 순서가 뒤바뀌었네요. 죄송합니다."
"......."
하지만 그녀는 이번에도 답이 없었다. 사실 이런상황이면 답답해야 정상인데, 내 잘못이 큰 탓인가? 그런 마음은 들지 않았다.
나는 그녀에게 잠시 시간을 주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눈 앞에 놓은 차를 가져와 바싹 말라버린 입술을 촉촉히 적셔주었다.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는지, 집으로 들어온 뒤 처음으로 그녀의 입술이 떨어졌다.
"왜.. 왔어요?"
조심스럽고 짧막한 질문이었지만, 너무 여러가지 답변이 나올 수 있는 질문이었다. 순간적으로 갈등하는 사이, 그녀는 말을 이었다.
"왜.. 왔어요... 왜... 왔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조금씩 커지고 있었고, 내 갈등이 끝나기도 전에 더 큰 갈등을 몰고왔다. 그리고 느낄 수 있었다.
'아..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왜 왔냐구요! 왜!! 왜 왔어!!"
왜 왔냐는 목소리는 계속 커지고 있었고, 나중엔 거의 절규에 가까울 정도로 들려왔다. 눈물까지 보이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기 시작했다.
내가 당황하고 있는 사이, 내 눈으로 보고있지만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왜 왔어!! 왜~!!! 대체 왜 왔..읍!!...읍읍....."
그저 인테리어의 한 종류? 아니면 독특한 집주인의 취미정도로 생각했던 나무가 움직이더니 그녀의 입을 막고 몸을 들어올린 것이다.
이성적으로 판단했을때는 그녀를 구해야 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손가락은 커녕, 놀라서 크게 뜨고있는 내 눈꺼풀마저 움직일 수 없었다.
그 때 뒤에서 그 남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적당히 해야지. 물론 네가 나를 좋지않게 생각한다는 것은 알지만, 손님을 앞에두고 이렇게까지 할 건 없잖아, 안그래?"
너무도 침착한 목소리에, 나는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그 남자의 오른쪽 팔이 점점 나무로 변해가며 그녀에게까지 연결되어있었다.
아무리 내가 무료한 일상에 신선한 충격을 원하기는 했지만.. 이건 솔직히 너무한것 아닌가?
이 상황에서도 웃긴건, 소변이 마려웠다. 영화에서는 이런상황에 화장실가는 사람은 한번도 못봤던 것 같은데..
"화....화장실을.. 다녀와도 될까요?"
내가 싫다.. 이와중에 물어보는게 이런거라니.. 그 남자도 순간 당황했는지 움찔하더니, 곧 크게 웃으며 위치를 알려주었다.
"하하하하. 네 물론이죠, 거실에서 왼쪽 문입니다. 둘이 대화하라고 자리도 비켜주시나보네요."
난 대답도 못하고 천천히 움직였다. 이 상황을 굳어버린 내 머리로는 이해 할 수가 없었다. 반쯤을 현실을 도피하는 마음으로 화장실 문을 여는 순간,
바닥에 한 여자의 머리가 뒹굴고있었다. 내가 아는 바로는 원래 머리라 하면 몸통과 목으로 연결되어있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있었지만,
목 아래로 연결되어있어야 할 부분이 보이질 않았다.
이젠 놀라기도 지쳤다. 나는 점점 침착해지며, 또한 소변도 더 급해졌다. 그 머리에서 눈을 떼고 그저 급한 용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나는 뭔가 이상한 느낌에 눈을 떴다. 감지도 않았던 눈을 어떻게 떴는지는 모르겠다. 분명 나는 눈을 뜨고있었지만, 눈을 감고있었다.
하반신은 소변으로 축축해져가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나는 용무를 처리하기 전, 전처리를 잘 해놨었는데, 분명 젖어가는 느낌이었다.
그 순간 나는 느꼈다. 주위는 어두웠고, 나는 내 침대위에 누워있었다.
젠장.. 지금 나가면 분명히 가족들이 깰텐데.. 별 수 없이 나는 방 안에있는 속옷로 빠르게 갈아입고, 해당부분을 이불로 가리워놓고 옆으로 옮겨갔다.
도저히 해결방안이 나오지 않는 지금은 그냥 포기하고 다시 잠을 청해야만 했다.
다시 마주한 두 사람은 아까의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었고, 그저 미소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과 달라진 것이라고는, 그저 그녀가 눈에 띄게 살갑게 대한다는 정도?
그 때 나는 두 사람간의 모종의 대화가 있었음을 깨달았고, 또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혹시 이 두 사람이 사람들을 납치해서 장기밀매를 하려는 사람들이라면?
그 남자가 처음보는 나를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온 것도 이해가 됐고, 그녀가 이 생활이 지친것이라면 방금 상황도 이해가 됐다.
하지만 금전적으로 얽힌 상황이니 무조건적으로 털고 나올 수는 없었으리라.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나는 그 남자를 밀어서 넘어뜨리고, 그녀의 손목을 잡아 밖으로 뛰기 시작했다.
금전적인 문제는 나중의 일이다. 일단 그녀가 더 이상 손을 더럽히게 하고싶지 않았다.
집안의 나무들이 우리를 잡으려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차피 오늘 놀랄만큼 다 놀랬다. 아니, 최소한 올해 놀랄건 다 놀라놨다.
나와 그녀는 그 나무들을 피해 현관까지 도착했지만, 현관문은 나무들이 막고있었다.
내 얼굴이 절망으로 물드는 순간..
그녀는 눈을 감고 주문을 외기 시작하니, 몸에선 금색 오오라가 보이기 시작하며 점점 덩치가 커져갔다.
한도끝도 없이 커지던 그녀의 몸은 곧 용의 형상으로.. 마치 히어로스오브스톰의 크로미와 같이 변한 것이다.
크로미는 본명은 크로노르무(Chronormu). 'ormu'로 끝나는 건 원래 남성 청동용의 작명법이기 때문에 크로미가 여성이냐 남성이냐를 두고 끊임없이 논쟁이 오갔으나,
용군단의 작명법은 법칙이 아닌 굳이 지킬 필요는 없는 습관이라고 한다. 설정 땜빵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대사에서 남자 이름 아니라고 본인이 직접 말하기도 한다.
청동용군단의 일원으로 주로 본 모습이 아닌 노움 형태로 뽈뽈거리며 나타나며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기 귀찮은 듯 크로미라고 불러달라고 한다.
귀여운 노움의 모습에 이리저리 뽈뽈거리면서 퀘스트를 부탁하기 때문에 은근히 인기가 많은 인물.
달라란 분수대에서 크로미의 금화를 낚을 수 있는데,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노움이나 시간 여행 같은 시시껄렁한 농담 좀 안 하고 말을 건네는 이를 만나보고 싶어요" 라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가보다(…). 게다가 하필 그 분수대에 빌었으니...
(나무위키 크로미 참조)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귀염둥이였던 크로미가 시공의 폭풍에 뛰어들었습니다.
"청동용군단의 힘을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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