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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과거] 산문-눈
게시물ID : readers_445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acteria
추천 : 1
조회수 : 30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2/01 20:39:50

눈을 맞으며 그녀가 서 있었다.

그녀의 뺨을 타고 물이 흘려 내렸다. 눈물이였는지, 눈이 녹아 물이 되었던 것이였던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어느새 우리의 어깨는 하얗게 변해가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와 첫 눈을 맞이하면서, 내가 그녀에게 첫 눈에 반한 날을 떠올렸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혼자였던 나에게 그녀가 “안녕?”이라며 다가와 주었다.

그리고 오늘, 그녀는 또 다시 “안녕”이라고 말할 것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것만은 알 수 있었다. 세월이라는게 무섭다. 시간이 우리를 남남에서 연인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다시 남남이 될 시간이 왔다. 서로를 소름끼치게, 너무나도 잘 알고있는 남남.

차디 찬 눈송이가 눈에 들어갔다. 정적을 깨고 주머니에서 손을 빼 아픈 눈을 비비기 시작했다.

눈이 마치 그녀 같았다. 아름답고, 순수하고, 하늘에서 내려온. 하지만 그녀 때문에 나는 고통에 몸부림 치고 있었다. 그녀는 때 하나 묻지 않은 손으로 나를 보듬어 주려 했지만, 나는 그녀를 옷에 쌓인 눈 마냥 털어냈다. 그리고 이제 그녀도 서서히 나 때문에 죽어가고 있었다. 내 체온에 녹아가고 있었다.

오늘은 첫 눈이자 마지막 눈이 오는 날이 되겠지.

그렇다면 지루한 겨울이 될 것이다. 눈 올 때의 그 적막함과 뛰노는 아이들과 발자국을 남기는 만족감 모두 없을테지. 비가 오면 그녀가 생각날 것 같다. 그리울 것 같다. 사실 비는 눈과 별 다를게 없으니. 하지만 비는 내 옷을 적셔 나를 무겁게 만든다. 눈의 포근함을 그립게 만든다.

어느새 그녀의 눈 주위가 빨개졌다.

울고 싶은걸까? 추운걸까?

하이힐에 발이 아프진 않을까?

손이 시렵진 않을까?

내가 원망스러울까?

내가 보고싶어질까?

오만가지 걱정과 질문이 우박처럼 쏟아져 내렸다.

눈을 비비던 손을 어색하게 주머니로 다시 가져갔다. 눈을 내리 깔았다. 벌써 수북히 쌓인 하얀 눈 때문에 다섯 뼘 길이 조차 안 되는 나와 그녀의 사이가 무한히 팽창하는 듯 했다. 내 발자국으로 그 공백을 메꾸고 싶었다. 그녀를 힘껏 안고 싶었다. 안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결정이 부숴지고 녹아내릴 것 만 같았다. 두려웠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못 했다. 죄인이 변명 외에 무슨 말을 하리.

고개를 올렸을 때 그녀는 아무 일 없었단 듯이 웃고 있었다. 그녀의 볼 위로 또 다시 물이 흘러 내렸다.

눈을 맞으며, 눈을 마주치며, 우리는 그렇게 서 있었다.



글은 처음 써보네요; 미숙하지만 잘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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