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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둘, 남동생 하나 리턴즈- 일상
게시물ID : humorstory_4456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소울메이커
추천 : 58
조회수 : 5504회
댓글수 : 30개
등록시간 : 2016/06/02 16: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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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불다가 오른팔이 부러졌다. 남들 그 좋다는 봄을 깁스와 함께 보냈다.
작은오빠가 너 술 처먹고 언젠가 그럴 줄 알았다고 했다. 나도 알고 있었다.
 
덕분에 큰오빠와 막내가 수발드느라 심히 고생했다.
일단 살림에서 열외 (아싸!)가 되니까 나머지 형제들이 나눠서 해야 했는데,
팔 부러진 누나가 안쓰러웠던 막내가 술김에 “나나 내가 다 할게, 걱정 마.” 라고 말한 게 화근이 돼서, 정말 소처럼 집안일을 했다.
하루는 늦잠 자서 깨웠더니
 
 
막내: 어? 뭐 필요한데? 뭐?
 
 
이러고 있다. 불쌍한 놈.
그래서 깁스를 풀 때 가장 기뻐한 사람도 막내였다.
하루에 세 번은 그 깁스 언제 푸냐고 물어 봤던 거 같다. 안쓰러운 놈.
 
 
큰오빠: 나나, 너 이리 와.
나: 왜?
 
 
화장실로 따로 부르는 큰오빠의 말에 작은오빠는 너 이제 드디어 한 대 맞는다 라며 즐거워했지만
집에서 머리도 안 감고 돌아다니는 꼴이 보기 싫어서 억지로 머리를 감겨 주려던 것이었다. 그 현장을 구경 온 다른 형제들은
내가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 물을 부으며 큰오빠의 비위가 상하는 얼굴을 보았다고 했다. 개...놈들...
 
 
막내: 이제 저 손가락 못 쓰는 거야.
작은오빠: 형, 올 초부터 일진이 좀 그러네.
 
 
팔이 불편해 우울해 하니까 꽃구경을 가자며 큰오빠가 달랬다.
 
 
큰오빠: 날씨도 좋고...
작은오빠: 미세먼지 쩔고...
큰오빠: 심심하니까 벚꽃 보러가자.
작은오빠: 그 먼지, 내가 다 마시고...
큰오빠: (온화하게) 내가 말하잖아?
 
 
우리 남매는 여전히 복작 거리면서 잘 살고 있다.
화장실은 아직도 하나다. 급할 때 전쟁이지만, 그래도 집이 좁아서 치울 데도 적다고 말하는 막내의 이상하게 긍정적인 뇌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막내는 연초에 두 달간 배낭여행을 다녀왔고, 그 기억이 좋았는지 돈을 모아서 또 다른 여행을 계획 중이다.
오빠 둘은 연초 목표 금연과 절주에서 한참 벗어난 생활을 하고 있다. 큰오빠는 담배는 지금 힘들 것 같고 술을 끊겠다고 했다.
작은오빠는 술은 힘들 거 같고 담배를 줄이겠다고 했지만 세상 일이 제 뜻대로 되질 않는다는 걸 알게 될 좋은 기회다 싶다.
연말이 기대 된다. 연말에 지키지 못한 것들에 대한 벌금으로 가방 하나 사지 싶다.
난 애초에 새해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오빠들이 세우자고 해서 고운 말 쓰기라고 했고, 나름 고운 동생으로... 미안하다.
오빠들이 내년에 내 돈으로 차 한 대 사지 싶다.
 
소개팅도 했다. 팔이 부러진 여자가 나와서 남자가 놀란 듯 했다.
친구들이랑 하던 농담을 거르지 않고 말해 버려서 남자는 더 놀랬다.
 
남자: 그럼 부모님이랑 같이 사세요?
나: 아니요, 지금은 남자 셋이랑 동거를 하거든요.
남자: ???
 
처음엔 뭐가 잘 못 됐는지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이게 미친 거 아니면 뭔가 싶었다.
작은오빠가 그따위로 해서 잘 될 리가 있겠냐고 했고 그래서 길거리에서 멱살잡이를 했다.
여전히 수건을 제 자리에 두지 않지만 평범하고 평온한 나날들이다. 우리가 그렇듯 모두 안녕하시길.
출처 오랜만에 생존신고하는 우리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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