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오락실 당시 오락실이 한창 흥하던 시기가 스트리트 파이터나
철권 킹오파같은 대전게임이 등장하면서부터였죠
이당시 저는 대세였던 격투게임보다는 스포츠게임을 즐겨하던 편이었는데 특히 위닝일레븐
같은 축구게임을 즐겨했습니다. 물론 이런 스포츠게임도 일대일 대전이 가능했기때문에
보통 친구들이랑 게임을 즐겨하기도 했지만 저는 오로지 컴터와 하는걸 즐겨했습니다.
이유는 가끔 일방적으로 원사이드하게 밀리면 싸움이 일어나곤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남들이 잘안하는 축구게임만 했는데 제가 즐겨했던 축구게임은 지금은 기억이
잘 안나지만 위닝일레븐이나 피파와는 다른 2인칭 시점이었고 스킬을 사용하면 특수기술이
발동해서 화려한 특수효과를 즐길수 있었던 게임이었습니다.
그날도 혼자서 축구게임 삼매경에 빠져있는데 덩치큰 형이 제 옆자리에 앉아서
대전을 신청하더군요 그당시에는 동전만 넣으면 강제로 대전이 진행됐기 때문에
대전을 거절할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원치않은 대전은 시작되었고 첫판은 제가 이겼습니다. 사실 그 게임은
즐겨하던 사람이 별로 없었거든요 사실상 그형이 은든고수를 몰라보고 무모하게
덤벼든거라 양민학살이 자행되고 말았죠
문제는 그 덩치큰 형이 오기가 발동해서 끝없이 재도전하는거였습니다.
그렇게 제가 연달아 승리를 했고 그럴때마다 그형은 마르지 않는 샘처럼 계속
동전을 넣으면서 대전을 계속 이어나가는데 이형에게 극도의 좌절감을 맛보게 해야만
이 대전을 끝낼수 있겠다는 생각에 궁극의 초신공 스킬을 사용하면서까지 굴욕적인
패배를 안겨주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포기할줄 알았던 이형이 열받았는지 후우~ 한숨을 내쉬면서 얼굴까지 붉어지며
동전을 꺼내더군요 아뿔싸 오히려 상황은 더 꼬였고 제가 이길때마다 이형은
분노게이지가 인계점까지 가득 차올라 폭발직전이었고
옆에서 씩씩거리는 숨소리가 들릴 정도였습니다.
저도 그만 쫄수밖에 없었죠 그형이 덩치가 워낙 컸기때문에 이러다 나한테 시비걸면
어쩌나 두려움이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한 열판은 이긴것같은데 이러다 무슨 사단이라도
날까봐 결국 일부러 져주고 그냥 자리털고 일어났습니다.
그형이 나한테 뭐라고 한마디 하기전에 잽싸게 오락실을 빠져나왔을때 드는 안도감과
스릴감은 정말 말로 표현할수 없을 정도입니다.
지금도 잊을수 없는 아찔한 오락실 대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