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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소서 쓰다가 생각난 나의 2014년도
게시물ID : humorstory_4457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쿠크다스
추천 : 5
조회수 : 80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6/16 09:5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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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내 인생에서 가장 우여곡절이 많았던 그 때를 추억하며..

 2014년 1월 초, 성적표 인터셉트에 실패했던게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이른 아침, 어머니가 카드명세서 몇 개와 쓸데없이 학교 이름이 크게 적힌 낯익은 우편 하나를 가지고 들어오셨다.
평소라면 아침잠이 없는 내가 미리 빼돌리고 평화로운 아침 식사를 즐겼을것이었다.
하지만 전 날 밤, 오랜만에 형이 외박을 하면서 개인적인 뜨거운 시간을 가졌고 그 여운에 젖어 나의 존재 가치는 무엇인가를 꽤나 심각하게 고민하느라 늦게 잠든것이 화근이었다.
  첫 번째 카드명세서를 보던 어머니는 조용히 아버지의 밥그릇을 빼앗았다.
  두 번째 카드명세서를 보던 어머니는 아버지의 수저마저 빼앗았다.
아버지는 묵묵히 밥그릇과 수저를 다시 챙겨오셨지만 밥상에 올라온 갈치처럼  아버지의 용돈은 네토막이 나버렸다.
 마지막 우편, 평소에는 흰 봉투에 성의없이 프린트되어서 날라오던 학교 우편은 쓸데없이 정갈하고 심플한 디자인으로 절취선까지 세겨져 성의있게 포장되어있었다
쭈욱 훑어보던 어머니의 표정이 굳어졌고 이대로는 용돈은 커녕 내 사지가 갈치마냥 네토막날것만같아 빠르게 선수를 쳣다.
 '수능 성적처럼 숫자가 낮을수록 좋은거에요^^b'
 설익은 밥알이 붙어있는 주걱은 꽤나 찰지게 내 머리통을 두드렸고 그 옛날 흥부가 형수님께 맞고 서럽게 울었던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 후 나는 약 보름간 삼재를 맞은 듯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히 했으며 숨도 눈치를 봐가며 쉬어야했다
 1월 말 기다리던 설연휴, 식사때도 눈치봐가며 김치-콩-김-김치-메인 반찬 순으로 먹어야했던 나에게는 굉장히 행복한 시간이었다
또한, 아직 학생이라는 명목으로 2살위의 갓취직한 친척형한테까지 넙죽 엎드렸기에 세뱃돈 또한 쏠쏠했다.
오랜만에 배와 주머니가 풍족해졌고 부모님께서도 복돈을 챙겨주셨기에 이제 고생은 끝! 행복할 일만 남았을것이라 생각했었다
 설연휴가 끝나던 2월 2일, 새 해니까 목욕 좀 하고 오라는 어머니의 말씀에 친구를 불러 사우나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2월3일, 아침에 일어나보니 아버지한테서 장문의 문자가 와있었다
대충 '형이랑 얘기해본 결과 너는 사회 경험이나 현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부디 많은 것을 경험하길 바란다' 이런 내용이었고 나 또한 '지켜봐주십시오!' 같은 답장을 했던것으로 기억한다
 이것이 2014년 아버지와의 마지막 대화였다
사우나에서나와 반나절을 게임하고 늦은 저녁 이마트 피자를 한 판 사서 집으로 향했다
 목에 걸고있던 출입카드를 앞뒤반동으로 툭 대었지만 열리지않았다
 피자를 내려놓고 비밀번호를 입력해도 열리지않았다
호출을 눌러도 대답이 없었다
전화를 해도 아무도 받지않았다

그렇게 2월 3일 나는 집에서 쫓겨났다.
내가 가진 것은 피자 한 판, 세면 도구 셋트, 폰, 세뱃돈이 전부였고 2015년 1월 19일이 되서야 되돌아올 수 있었다.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내일 이어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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