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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팬픽] 공주님께 들려드리니 옛날이야기 좋아하시는지 7
게시물ID : pony_272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라케
추천 : 13
조회수 : 481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3/01/20 21:35:43

이 글은 라케의 '공주님께-' 시리즈의 네번째 장편입니다. 앞 세편을 안 읽으셔도 내용 이해에는 하등 지장이 없습니다.

 

전편 포탈 : 링크

 

1편 : 공주님께 알려드립니다. 우린 영웅은 아닙니다.

2편 : 공주님께 고합니다. 솔직히 그건 아니죠.

3편 : 공주님께 술 한잔 올립니다.

 

4편 : 공주님께 들려드리니 옛날이야기 좋아하시는지.

0화

1화

2화

3화

4화

5화

6화

 

 

 

 

 

 

 

 

 

 

 

 

공주님께 들려드리니 옛날이야기 좋아하시는지

 

 

 

 

 

 

푸딩헤드는 자신앞에 진열된 시체들 앞에서 조용히 입을 열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전 푸딩헤드라고 합니다. 별 것 아닌 저의 공로를 읊어보자면, 어스 왕국을 멸망 직전으로 몰고 간 것과 강대했던 페가소폴리스를 무너뜨린 공로가 있습니다.”

 

산 마냥 쌓여있는 시체중의 하나가 입을 달깍였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푸딩헤드. 전 시알로. 어스포니 군의 병사였습니다. 살면서 한 일을 말해보자면, 태어나서, 살다가, 당신 밑의 군사로 들어가, 죽었군요.

 

“그렇습니까. 시알로. 삶에 불편을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시알로 옆의 백골이 입을 열었습니다. 참으로 시끄러운 입이었습니다. 구더기가 들끓었거든요.

 

전 키벤나라고 합니다. 당신만 아니었더라면 나의 낭군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을 유니콘입니다. 전 결국 페가수스들이 들이 부은 기름에 불타 죽었습니다. 제 혀는 이제 다 타버리고 대신 구더기가 그 역할을 해주고 있군요.

 

“당신의 삶에 유감을 느낍니다, 키벤나.”

 

푸딩헤드는 광대처럼 과장스레 그 시체의 산에 경례를 했습니다.

 

“이렇게 유감스러워 하는 여러분들께 한가지 유흥거리를 제공해드리려 합니다. 푸딩헤드의 목에서 피가 쏟아지는 화려한 분수. 분명 여러분도 즐겨주시리라 믿습니다. 분명 화려한 위문공연이 되겠지요.”

 

푸딩헤드의 품속에서 칼이 비죽 튀어나왔고 관객들은 열렬한 성원을 보냈습니다. 푸딩헤드는 그런 관객들의 성원에 싱긋 미소를 지어주었어요.

 

푸딩헤드는 눈을 감고 하늘을 우러렀습니다.

 

이제 곧 자신은 배은망덕한 신체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자신을 찔러죽이는 신체는 얼마나 배은망덕할까요. 하늘의 별들은 반짝였습니다. 저 하늘의 수많은 별들은 결국 터져버리겠지요. 화려하게 빛으로 화할 것입니다. 혹은 저 별들 중에는 이미 터진 체 그 옛날의 자신의 빛을 시간에 담아 이 땅위로 보내는 별들도 있겠지요.

 

그녀의 존경하는 스승은 포니는 모두 하늘에서 끌어내려진 별빛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짧은 순간밖에 반짝일 수 없지만 삶은 그렇기에 더욱 반짝인다고 자신에게 말했었지요.

 

그렇기에 포니가 죽어도 별이 떨어지지 않는다고도 했었습니다. 그들은 단순한 별빛이지 별이 아니기 때문이었지요. 그럼 자신은 별빛을 터뜨린 자인가요? 별빛을 터뜨린 자는 어떤 처벌을 받아야할까요?

 

푸딩헤드는 조용히 칼을 들었습니다.

 

“피고 푸딩헤드. 피고는 하늘에서 내려온 별빛들을 터뜨렸고, 그 죄악을 방만한 죄를 지니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죄를 뉘우치지 않는 데에 대해 그 죄질이 매우 악질이라고 생각되는 바, 본 제판정은 피고에게 엄숙히 사형을 언도한다.”

 

푸딩헤드는 자신의 눈을 가리고 있는 눈꺼풀에서 자신을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포니들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피칠갑이었고 모두가 사지가 찢긴 모습이었지요. 푸딩헤드는, 잠시 눈을 떴습니다.

 

푸딩헤드는 칼을 떨어뜨렸습니다.

 

수많은 시체들 사이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단 하나의 눈빛이 있었습니다. 아직 어린 소녀병이었고 온몸이 다친 듯 눈을 뜨고 있는 것 조차 힘들어보였지만 그 눈만큼은 생존에의 갈망으로 불타고 있었습니다.

 

푸딩헤드는 그녀에게로 달려가, 발굽을 뻗었어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전... 푸딩헤드라고 합니다.”

 

“사.... 살려, 주세요...”

 

“네. 살릴 겁니다. 살리고 말겁니다. 당신은 다시 빛날 것입니다.”

 

푸딩헤드는 그 어린 소녀를 들쳐업었어요. 생각보다 훨씬 가벼움에, 그녀는 놀랐지만 그냥 고개를 내저었습니다.

 

“많이 아프십니까.”

 

“아프.... 모르겠어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요...”

 

“목 마르십니까.”

 

소녀는 눈을 깜빡였고 뒤늦게 대답했습니다.

 

“네... 목, 말라요...”

 

목이 마른 걸 까먹었다는 듯 소녀는 연이어 목마르다고 말했습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스, 스마트... 쿠키.... 어스포니 군 소속, 스마트 쿠키 도위(徒尉)입니다.”

 

“그러십니까. 전 어스포니 군의 총 사령관이자 대원수를 맡고 있는 푸딩헤드이며 어스의 총리입니다. 당신을 지금 이 시간 부로 어스포니 군의 사직(司直)으로 임명하겠습니다.”

 

“사...직이요?”

 

“네. 사직입니다.”

 

“제가... 사직이 된 겁니까?”

 

“그렇습니다. 스마트 쿠키. 축하드립니다.”

 

스마트 쿠키는 꿈꾸듯 중얼거렸어요.

 

“그럼 지금부터 전 중대를 지휘해야 합니까?”

 

“그렇습니다. 전 당신에게 서쪽하늘 발굽자리 중대를 맡길 생각입니다.”

 

“별들을 지휘해야 합니까.”

 

“네. 별들은 시끄럽고 사나우니 잘 다루어야 할 겁니다.”

 

“괜찮습니다. 전 반짝이는 걸 다루는 데에는 자신 있거든요.”

 

“그렇습니까. 그리고 별들은 생각보다 까탈스럽습니다. 길을 가다가 은하수라도 만나는 날엔 부대가 해체되지는 않기를 바래야만 하지요.”

 

“그러면 행군하다가 달을 만나면 어떻게 합니까.”

 

“그럴 땐 해를 불러야 합니다. 걱정 마십시오. 저희 측에는 해를 불러낼 수 있는 유니콘이 있습니다. 물론 그녀는 해보다 더욱 성격이 나쁘지만 잘만 이야기 하면 됩니다.”

 

“전갈자리는 사납다고 하던데요.”

 

“그건 모함하기를 좋아하는 호사꾼들이나 하는 이야기입니다. 확실히 옆에 둘만한 자는 아니지만 그렇게 사나운 자도 아니지요. 옛날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푸딩헤드는 조용히 옛이야기를 스마트 쿠키에게 들려줬고, 스마트 쿠키는 푸딩헤드의 말을 들었어요. 푸딩헤드의 등은 걸음을 내걸을 때마다 올라가며 내려갔고, 그건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푸딩헤드의 이야기는 점점 흐려져갔고, 스마트 쿠키는 점점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푸딩헤드의 등은 구름이 되었고 그녀의 말소리는 새의 노래소리가 되어 그녀의 귀를 속살거렸습니다. 그 몽환적인 기분에, 스마트 쿠키는 마치 모든 것이 꿈인 것 마냥 느껴졌어요.

 

“... 페가수스?”

 

 

 

 

어두운 감방안에 한 생명체가 숨을 들이내쉬며 목숨을 연명하고 있었어요. 그는 종족적으로는 페가수스, 대체적으로 허리케인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생명체였습니다.

 

그는 잠시 자신을 돌아봤어요. 그야말로 끔찍한 수준이었습니다. 날개는 이리 찢기고 저리 발겨져 피투성이었고 발굽은 여러번 땅바닥에 내리찧어 조금만 더 있으면 뼈가 보일 수준이었습니다. 혀를 입안 에서 굴려본 결과 이빨 몇개도 빠진 것 같다고 그는 생각했어요.

 

그는 다시 머리를 땅바닥에 내리찧었습니다.

 

“씨발! 씨발, 씨발!”

 

그는 말끝마다 계속하여 머리를 찧었어요. 살면서 이리도 비참한 기분은 처음이었습니다. 어둡고 고독한 감방은 그에게 감정을 증폭할 수 있는 기회를 내려주었고 그가 증폭한 감정은 분노였어요.

 

그 자신, 허리케인의 패전, 페가수스 군의 몰살, 페가소폴리스의 멸망. 그리고 푸딩헤드가 자신에게 들려줬던 페가수스의 고사(枯死)는 그의 머릿속에서 차례대로 휘몰아쳤어요. 그는 머릿속이 찢겨나갈 것만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다시 머리를 땅바닥에 찧었어요.

 

그의 입에선 다시 어스와 유니코니아에 대한 악담이 불같이 쏟아져나왔고, 굳게 닫겨있던 철문이 열렸습니다.

 

등장한 자를 바라본 허리케인은 폭풍과 같이 달려들었고 그 옆에 서있던 병사가 그를 걷어찼습니다. 푸딩헤드는 마치 얼음과 같은 냉혹한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봤어요.

 

“말 못하는 날짐승을 하나 주워왔습니다.”

 

“비웃으러 온건가.”

 

“키우기는 쉬우실 겁니다.”

 

“아니면 드디어 폭군의 목이라도 자를 날이 온건가.”

 

“이름은 팬시가 괜찮을 것 같더군요.”

 

“팬... 뭐라고?”

 

“팬시 말입니다.”

 

“대장군님!”

 

푸딩헤드 옆에 서 있던 병사가 비켜서고, 팬시가 대장군에게 뛰어들었습니다. 여기저기 다치고 지친 모습이었지만 그녀는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습니다.

 

“대장군님, 대장군님! 살아계셔서 다행입니다, 대장군님!”

 

팬시는 열성적으로 허리케인을 끌어안았고, 허리케인은 당황했습니다. 살아있는 자신의 병정을 보고 놀랐기도 했지만, 그녀가 자신에게 표하는 강렬한 애정과 기쁨에 더욱 당황했습니다.

 

자신은 그녀를 지옥같은 전장에 몰아넣은 장본인이었고 또한 패전한 대장군이었습니다. 이제 이름을 포로로 공유하는 그에게 어째서 이리도 자신에게 커다란 애정을 표하는 것일까요. 허리케인은 그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 처참한 죽음의 장본인 앞에서 어째서 이리도 강렬한 애정을 표하는 것일까요. 어째서, 자신을 원망하지 않는 것일까요. 어째서, 그 절망으로 가득찬 얼굴을 들어 자신을 매도하지 않는 것일까요.

 

이 모든 죽음의 책임은 너다. 넌 우리 모두에게 사과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개자식, 당장 무릎을 꿇고 나에게 빌어라. 너에게 개죽음을 요구당한 나는 그런 사과를 받을 자격이 있다.

 

그가 상상한 어떠한 저주의 말도 그녀의 입에선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그저 자신의 생존을 축하해 주었고, 기뻐해주었습니다. 허리케인은 자신을 끌어안으며 자신에게 애정을 표하는 팬시라는 존재를 인정했습니다. 그녀에게서 폭풍처럼 쏟아지는 애정과 기쁨에 무릎꿇는 자신을 인정했습니다.

 

허리케인 대장군은 팬시를 끌어안았습니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던 푸딩헤드는 입을 열었습니다.

 

“날짐승은 마음에 드십니까.”

 

“...푸딩, 헤드...”

 

“내일 부터 당신은 점령지의 옛 군주로서 행동해주셔야 합니다.”

 

“그 말은...”

 

“네. 그렇습니다. 개새끼가 되어주십시오.”

 

푸딩헤드는 말을 내뱉었습니다. 허리케인도 그것이 무슨 뜻인지는 잘 알고 있었어요. 그는 수많은 타지의 위정자들을 개새끼로 만든 전적이 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그 말의 속 뜻을 이해 못할리가 없었습니다.

 

푸딩헤드는 조용히, 잠을 방해해서 미안하다, 라는 내용의 말을 중얼거리고는 방을 나갔고 허리케인은 아직도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팬시를 바라봤어요.

 

그녀를 보며 허리케인은 수많은 자신이 파도처럼 자신에게 밀려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화려한 점령자였던 허리케인, 언제나 부하들을 보살폈던 허리케인, 수많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허리케인, 가차없이 적을 죽이고 다녔던 허리케인, 그리고, 지금은 패전한 대장군이자 포로인 허리케인.

 

후자만을 느끼고 있었던 허리케인은 수많은 허리케인들이 지금의 패전한 대장군인 자신을 철저히 매도하고 모욕하고 있단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확장은 물밀듯 거침이 없었고 허리케인은 묘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팬시, 할 말이 있다.”

 

팬시는 존경하는 대장군을 올려다 보았고, 허리케인은 입을 열었습니다.

 

참으로 묘한 기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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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의 주역들이 다 모였군요.

 

약 3회 내로 완결이 날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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