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무려 여섯살이나 어린 남동생이 있다.
지금은 같은 상에 마주 앉아 술잔도 기울이고
가끔은 담배 심부름도 시키는 성인이 되었지만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동생은 내게 말도 잘 못거는 소심하다면 소심한 남자였다.
이 이야기는 조금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날 동생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나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형, 친구들은 형이랑 맨날 투닥거리거나 쳐맞거나 괴롭힘 당한데.'
'원래 형제는 그렇게 태어난거야.'
'근데 나는 형한테 한번도 맞은 적도 없고 끽해야 심부름 정도 시킨다고 했더니 애들이
웃기지 말라면서 믿지도 않고 세상에 그런 천사는 없을거래.'
'원래 가끔 날개잃은 천사가 인간계에 있을 때도 있지.'
라는 말도 안되는 말을 하며 동생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었지만 실은 내심 엄청 찔렸다.
동생은 기억하지 못하는 듯 했지만 동생이 아직 세상만물에 인지를 끝마치지 못했을 때 난 조금 나쁜 짓을 했었다.
1. 어렸을 적, 그러니까 내가 아직 초등학생이었을때 동생과 동네를 걸을 때면 동생은 항상 내 새끼 손가락을
잡고 걸었다. 그런데 무슨 나쁜 심보인지 모르지만, 아니 정확히 동생의 머리가 승용차의 사이드 미러 높이와
같은 위치인 것을 알았을 때 난 항상 접히지 않은 사이드 미러쪽으로 동생을 이끌었고 바보같이 계속하여
부딪히는 동생을 보며 깔깔 거렸다.
2. 1번보다 어렸을 적에 우리집엔 꽤나 많은 동화책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인 호랑이가 관련된 동화책은
해당 장을 펼치면 입체효과로 기존 면적에 두배가량 커진 그림이 나왔는데 그 그림이 문제였다.
호랑이가 '왕!' 하며 사지를 벌리고 그 아가리또한 크게 벌린 그림이었는데 동생은 쿨타임 5분마다
그것을 보여주면 울어제꼈다. 그리고 나는 그걸 꽤나 즐겼다.
3. 이 이야기는 나는 기억 못했지만 동생은 아직까지 기억하여 날 사기꾼이라 모는 이야기인데
바로 동전마술이다. 동전을 바닥에 놓고 그 위에 보자기를 마름모꼴로 펼치고 양 끝을 빠르게
잡아당기면 동전이 보자기의 주름에 끼게 되어 동전이 사라지게 보이는 마술이었는데
당시 난 집앞의 구멍가게에 있는 작은 오락기에서 맛보는 작은 쾌락 때문에 동생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펼치곤 했다.
물론 이 모든 이야기는 공소시효가 지나 당사자와의 합의를 끝마친 상태이며 치킨 두마리로
쿨하게 마무리 지었습니다.
(아직 당사자가 모르는 사건도 있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