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장편 영화로 데뷔한 한국 감독 중 가장 인상적인 데뷔작을 만든 감독은 류승완 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그의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를 소개하겠습니다.
* 이 영화를 본 첫 느낌은 한 영화 키드의 재기발랄함이라는 것이죠.
류승완 감독은 자기가 영화 속에서 하고 싶었던 것들 모두를 편하게 이 영화에 담은 듯합니다.
내가 계속 감독을 할지 안 할지, 이 영화가 어떻게 될지와 상관없이 성역 없이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 한국식 명품 액션 영화라는 것이 있다면, 혹은 앞으로 만들어진다면 그것은 류승완 감독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외국 영화에서 볼 수 없는 액션의 미학이 여기에 담겨 있습니다.
* 우정 출현에 정재영, 안길강, 임원희. 특별 출연에 이장호, 기주봉까지.
신인 감독의 데뷔작에 이렇게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도와준 적이 있었는지.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이장호 감독의 연기. 씬 스틸러가 따로 없더군요.
* 이 영화는 재기발랄한 한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하지만, 한 연기 천재의 데뷔작이기도 하지요.
바로 감독의 동생. 류승범. 이렇다 할 연기 공부 없이 등장한 이 영화에서 그야말로 연기로 씹어 먹어 버리죠.
류승범의 연기는 그 특유의 아치 느낌 때문에 과소평가되지 않나 싶습니다.
양아치에서 '부당거래'의 검사 역할까지. 이렇게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는 배우가 몇이나 있을지.
* 우리는 눈에 보이는 길을 가지만 그 길은 어디로 이어질지 아무도 모르죠.
메시지도 액션 영화답지 않게 비교적 묵직합니다.
* '부당거래'로 어느 정도 자신의 역량을 보여준 류승완 감독이지만
데뷔작에서 보여준 기대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와 사회에도 관심이 있는 감독이기에 앞으로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사로잡는 더 뛰어난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 개봉 예정작인 한석규, 류승범, 하정우, 전지현을 캐스팅한 엄청난 제작비의 '베를린'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