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 같이 아르바이트 하던 여자아이에게 고백을 했다.
그녀는 "고마워. 조금 생각해보고 메일로 대답할게." 라고 했다.
우린 서로 메일 주소도 주고받은 적이 없었다.
차인거구나.
이렇게 엉성한 거짓말로 거절하는 여자였다니.
나는 매우 실망스러웠기 때문에 그 이후로 그녀와는 말을 섞지 않았다.
고백하고 2개월 정도 흐른 어느날,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그녀가 할말이 있다며 나를 불러냈다.
어두운 표정으로 그녀는 나에게 물었다.
"저기...우리 정말 사귀는 사이 맞아?"
"메일로 대답해준다고 했는데 나는 대답을 들은 적이 없는데. 사귀자는 그런 이야기 없었잖아?"
"아냐, 나 고백 받고 바로 OK라고 보냈어."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그 후로도 나와 메일을 주고받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하는 곳 사람들이랑 다같이 짜고 장난이라도 치는건가?
순간 짜증이 일었다.
"애시당초 내 메일주소도 모르잖아 너?"
내말을 듣더니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어 메일 창을 보여주었다.
전혀 본 일 없는 주소가 내 이름으로 등록되어있었다.
그녀는 그 메일 주소가 내 것이라고 믿고 메일을 주고 받았다고 한다. 그것도 내가 고백 하기도 훨씬 전부터 메일을 주고받았었다고 한다.
"그럼 내가 메일 보낸 사람은 누구야?"
내가 묻고 싶은 말이었다.
누구한테 내 주소를 물어봤냐고 했더니 그녀야말로 나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어느 날 부터인가 나에게서 먼저 메일이 왔고 그 것을 계기로 연락을 주고받게 되었다고 했다.
겁에 질린 그녀의 모습을 보니 장난을 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그 자리에서 그녀의 핸드폰으로 문제의 메일 주소로 메일을 보내 보았다.
[아르바이트 끝났는데 지금 어디야?]
곧바로 답장이 왔다.
[지금 같이 있잖아]
진심으로 무서웠다.
결국 누구의 메일 주소였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그 후로도 몇번 메일을 보냈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우리는 사귀게 되었으며, 핸드폰 번호와 메일 주소도 바꾸고 아르바이트 하던 곳도 그만 두었다. 그녀와는 결혼해서 지금도 함께 있지만, 가끔씩 그 때의 이야기를 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