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둥산
산울림과 메아리는
사람에게 오지 못하고 그만 사라졌다.
난 항상 메아리를 들어왔지만
언젠가 모르게 그 메아리가 사라졌다.
알고보니 앞산에 등산로가 생기고
그러다 사람들이 나무를 훔쳐가서 더 이상 메아리가 울리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 산을 오를 때
나무를 가져가려고 올랐나 보다.
그 나무는 그리고 그 산은 이제 누구의 것도 아니다.
고등어
살아있던 고등어의 눈은
이리저리 움직이기 바쁘다
누가 나의 몸에 쇳조각을 꽂을까
그러다 바늘을 보고 퍼렇게 질려
몸이 퍼렇게 된 것일까
삶을 잃어버린 고등어의 눈은
미동조차 없다
삶을 잃었기 때문일까 생을 잃었기 때문일까
자길 이미 죽여버린 그 쇳조각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저주를 한다
저 놈의 조각 따위에게
내가 죽다니..
저 놈의 조각...
조각...
그러다 뜨거운 육수가 부어지는 순간
고등어는 깨닫는다
내 저 몸에 들어가 복수를 하리라
그러고는 꿀떡하고 길고 긴 동굴 속으로 빨려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