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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오류와 언론의 확대재생산 / 권선필
게시물ID : sisa_371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Love_Eraser
추천 : 10
조회수 : 39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07/11/30 00:00:51


  대선을 20여일밖에 안 남겨둔 요즈음 유권자는 불안해하고 있다. 도대체 대선정국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유권자들이 불안해할 수밖에 없는 데는 큰 책임이 여론조사에 있고, 이를 확대 재생산해 낸 언론에 더 큰 책임이 있다. 사람은 예측이 불가능할 때 불안감이 높아진다. 대선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이 아닐지 모른다는 데서 나온다. 사람들이 투표행위를 할 때 선택기준은 두 가지다. 내가 원하는 후보는 이런 사람이어야 한다는 ‘나의 가치’와 주변 사람이나 언론을 통해서 듣는 소위 ‘판세 이야기’를 종합해서 판단한다. 이 둘 사이에 격차가 커지면 커질수록 불안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다수의 유권자들에게 이 격차를 최소화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언론은 대선과 관련해서 이러한 구실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추측해 볼 수 있는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그렇다.
최근 후보 지지율 조사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여러 문제점이 제기됐다. 이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길이 없었는데, 마침 최근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미디어 다음>과 <조인스>가 함께 ‘아르앤아르’에 의뢰하여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를 뜯어보면 그 문제점의 단서가 잡힌다. 참고로 조사보고서 원문은 <조인스>에서 내려받아 직접 볼 수 있다. 11월14일 벌인 이 조사를 보면, ‘12월19일에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에서 지지할 후보의 결정 여부’에 대해 조사한 결과 ‘아직 지지할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49.4%로 지난주(49.6%)와 비슷하게 나타났다고 한다. 이전에도 세 차례 조사가 있었고, 그 추세는 명확하게 지지할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줄어드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오늘이 대통령 선거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는가’라고 물은 결과, 이명박 후보 44.4%, 이회창 후보 14.6%, 정동영 후보 10.9%, 문국현 후보 5.8%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응답자의 49.4%가 후보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는데 어떻게 상위 두 후보 지지율의 합을 내면 59%나 될까?

바로 이 점이 현재 모든 언론에서 말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허구 혹은 과장이라는 증거다. 여론조사를 정확하게 한다면 우선 후보자를 결정했는지를 묻은 다음에 결정한 후보자가 누구냐고 묻는 것이 논리적이다. 그렇다고 본다면 현재의 지지율은 대략 절반으로 낮추어 보아야 한다. 다시 말해서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44.4%이지만 이는 지지자를 결정한 사람들 중의 44.4%이므로 전체 유권자 중에는 대략 22.2%라고 보는 것이 옳고, 그렇게 보도해야 할 것이다. 후보를 결정한 사람들만 유권자로 보는 언론보도는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절반의 국민을 무시하는 태도이며, 이들에게 필요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잘못을 범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여론조사 환경이 판이하게 달라졌다는 점도 지적받아야 한다. 2007년 10월 현재 유선전화 가입자는 2310만명이나 이동전화 가입자는 4300만명에 이른다. 또한 유권자의 23%가 29살 이하이며 이들은 사실상 유선전화를 거의 활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언론이나 여론조사, 특히 모든 유권자가 참여하는 선거에서 여론조사가 공정하게 유권자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여론조사기관으로서의 전문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며, 이를 검증하지 않고 그대로 퍼뜨리는 언론은 게으르거나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권선필/목원대 행정학과 교수 


출처 : 한겨레 기고
http://www.hani.co.kr/arti/SERIES/60/25333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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