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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 대장 빡빡이 이야기
게시물ID : humorstory_4463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성2
추천 : 23
조회수 : 2291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6/08/16 10:3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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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폭염이 지속하던 지난 주말 지방에서 친구 아버지의 칠순잔치가 있었다. 나와 친구들은 자신의 아버지 칠순잔치인 것처럼 어떤 놈은 열심히 사진을
찍었고, 다른 어떤 놈은 열심히 노래하며 춤을 췄고, 다른 놈은 열심히 먹고 있었다.
친구 아버지께서는 "우리 못난 아들놈이 그래도 친구들은 제대로 사귀었네.. 허허허.." 라며 우리에게 말씀 하셨을 때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자성어는 "유유상종" 이라는 단어였다. 그렇게 잔치가 끝났을 때 못난 아들놈의 친구들을 보 어머님의 표정은 "수고했으니 어여 시골물 흐리지
말고 는어여 서울로 가시게나.." 였지만 예의상 말씀하신 "시간도 늦었는데, 여기서 좀 더 놀다 자고 가라.." 는말씀을 진심으로 알아들은 뒤 하룻밤
민폐를 끼치고 다음 날 서울로 출발했다.
 
제비뽑기로 차를 가져온 녀석의 차에 나를 포함한 네 명이 서울로 이동했다. 연휴의 중간이라 상행선은 막히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경기도 오산에 도착하기도 전에 우리 생각이 오산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한 녀석이 말했다.
 
"고속도로 말고 국도로 가자.. 이왕 이렇게 막히는 거 차 구경 말고 풍경 구경이나 하면서 여유 있게 가자고.."
 
녀석의 말대로 우린 국도로 빠졌지만 우리 눈에 들어온 건 대자연이 아닌 고속도로와 똑같이 우리 시야에 들어오는 건 자동차뿐이었다.
심각한 교통체증은 오후가 지나도 계속되었고 속도가 나질 않았다. 운전하는 녀석을 제외하고 우리가 하나둘씩 폭염에 녹아내리며 허기를
느낄 때 우리 눈에 들어온 직접 손으로 휘갈겨 쓴 "가정식 백숙! 닭 직접 잡음 100미터 우회전" 이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운전하던 녀석이 먼저 말을 꺼냈다.
 
"우리 가정식 백숙이나 먹고 갈까? 복날에 서로 얼굴도 못 봤는데.."
 
그때 자고 있던 한 녀석이 "무슨 가정식 백숙.. 가정식 백반이겠지."
 
두 녀석은 백숙이다 백반이었다며 옥신각신 싸우고 있었다. 나의 중재가 필요했다.
 
"백숙 맞아. 닭을 직접 잡음 이렇게 쓰여 있었어.."
 
그리고 잠시 후 "닭, 오리 백숙 30미터 우회전" 이라고 100미터 이전보다 좀 더 성의있게 하지만 뭔가 절박한 필체로 쓰인 글씨가 보였다.
결국 우리는 차도 막히고 배도 고픈 관계로 백숙을 먹기로 했다. 우리가 찾은 식당은 가정집을 식당처럼 개조 아니 거의 가정집이었다. 
우리 차가 주차되었을 때 마치 내가 시골집에 내려갔을 때 아버지께서 마중 나오시듯 사장님으로 추정되는 아저씨께서 직접 나와 우리를 반겨
주셨고, 우리를 안방으로 안내하셨다.
 
"사장님 저희 여기서 먹어도 되나요?"
 
"괜찮아유.. 우리 집에서 여기가 제일 시원해요. 그냥 여기서 드셔.."
 
문 위쪽의 사진 속 곱게 한복을 입은 인상 좋으신 할머니께서 우리를 지켜보고 계셨고, 우리는 닭백숙을 시키면서 사장님께 물었다.
 
"그런데 닭은 사장님께서 직접 잡으시는 건가요?"
 
주문을 받으시던 사장님께서 순간 뜨끔한 표정으로 말을 더듬으며 말씀하셨다.
 
"워..원래는 잡는디 요즘은 날이 더워서 미리 잡아놔요.. 더위 탄 닭은 손님들이 맛이 없데.."
 
"아.. 닭도 더위 타는구나..그럼 맛있게 해주세요."
 
우리가 눈치 보면서 안방 구경을 하고 있을 때 먹음직스러운 닭백숙이 나왔다. 사람은 4명 하지만 다리는 2개, 누가 다리를 먹을까 고민할 때
운전하던 녀석이 "난 운전했으니 다리 먹을 자격이 있어.." 라며 과감히 다리 한쪽을 집어서 갔고, 조수석에 있던 녀석은 "난 옆에서 저 새끼
졸음운전 하지 말라고 쉴 새 없이 입을 놀렸으니 다리 먹을 자격이 있어.." 하며 남은 다리 하나를 집어갔다.
 
배고프던 우리는 허겁지겁 닭을 해체하고 있을 때 애절하게 듣는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오묘한 소리가 났다.
 
"뽀오오오오오오오옹."
 
말없이 닭만 먹던 그 안방에 적막이 흘렀다.
 
"누구냐? 누가 신성한 닭을 먹는데 구슬프게 한오백년을 휘파람으로 부는 거야?"
 
"나다. 이 새끼야.. 운전하느라 힘들어서 그랬다."
 
"야.. 운전하느라 힘들어서 한오백년 좀 불렀다고 웬 성화냐. 닥치고 닭이나 먹어." 나는 방귀 하나 때문에 싸우고 있는 녀석들을 말렸다.
 
"집중해서 먹고 있는데.. 그럼 나도.."
 
녀석은 잠시 온몸에 힘을 주며 집중하더니 "뿌욱.." 이라는 경쾌한 소리와 어제 칠순잔치에서 먹었던 각종 음식 향이 섞인 방귀를 뀌었다.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우리는 녀석에게 감정을 실어 온갖 욕설을 했다.
 
"왜 나한테 지랄이야! 사람이 밥 먹다보면 방귀 뀔 수도 있는 거지!!"
 
"그래? 넌 음식 먹는데 방귀 퐁퐁 끼면 식욕이 돋냐? 그럼 이거도 한번 쳐 드셔 봐!"
 
나도 녀석의 말에 언제 맡아도 구수하고, 품위를 잃지 않는 방귀를 만들어서 간신히 꼈다. 이제 방안은 닭백숙이 아닌 세 놈이 뀐 방귀 냄새로
진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한 녀석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닭을 먹고 있었다.
나를 포함한 세 녀석은 한 번씩 방귀를 뀌며 누가 이 방안의 진정한 방귀 대장 뿡뿡이인지 자웅을 가릴 때 운전하던 녀석에게 크고 아름다운
아니 그동안 우리가 연주하던 방귀 소리와 차원이 다른 깊은 분노의 빡친 울림을 몸 속에서 냈다.
 
"빠악!"
 
그 소리는 마치 도자기 장인이 "이게 아니야!" 라며 만든 도자기를 깰 때 내는 소리처럼 맑고 청아했다.
 
"저 새끼가 진정한 방귀 대장 뿡뿡이다!" 라고 인정하기도 전에 녀석은 "시발.." 이란 말과 함께 밖으로 뛰쳐나갔다.
 
"저 새끼 설마?"
 
"쌌네.. 쌌어.."
 
"저 새끼 빡친 소리로 봐서는 대형 폭탄 터진 건데.."
 
우리는 아주 잠시 녀석을 걱정하다 '싼놈은 싼놈이고..' 라며 다시 백숙에 집중했다. 그리고 우리가 백숙을 다 먹고 계산하고 나왔을 때
주차장에 있던 녀석의 차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가 1시간여를 더운 여름 식당 앞에서 보냈을 때 녀석은 다시 돌아왔다.
우린 녀석이 우릴 버리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했고, 앞으로 녀석을 의리의 똥쟁이, 녀석의 방귀소리를 반영해 방귀 대장 빡빡이라 부르기로 했다.
 
그리고 녀석은 처음보는 반바지를 입고 수줍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야 이 새끼들아! 서울가자!"
출처 그날 백숙은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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