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대선 때 트위터에 무려 5만5689건의 ‘수준 낮은’ 정치성 댓글을 올린 사실이 검찰수사에서 확인된데 따른 것이다. 지도부 일각에선 여전히 “대선 불복”이라고 주장했지만, 다른 한편에선 “심각한 상황”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깟 댓글 몇개로 대선 결과가 좌우됐겠느냐”고 했던 기존의 태도와는 분명히 달라진 것이다.
지도부는 여전히 ‘대선불복’논리로 의혹을 뭉갰다. 황우여 대표는 21일 경기 화성에서 가진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우리가 언제까지 대선 주변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이렇게 있어야겠느냐”고 했다.
정우택 최고위원도 “민주당은 대화록 얘기가 나오면 화들짝 놀라고 댓글 얘기가 나오면 호들갑을 떨고있다”며 “아마 지난 대선에 대한 불복의 마음이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유기준 최고위원도 “민주당이 대선이 끝나고 10개월이 되도록 대선패배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고질적인 거리정치를 일삼는 것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꿈을 꾸는 ‘몽매지간’이 아니고 무엇이냐.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고 했다.
하지만 검찰조직의 생리를 아는 율사출신 의원과 여론에 민감한 수도권 출신 의원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특별수사팀이 절차를 어겨가며 공소장을 변경한 배경에는 ‘뭔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표시했다. 검사 출신인 박민식 의원은 교통방송에서 “오늘 신문난 걸 보면 인터넷 댓글보다도 트위터에 상당히 많은 정치색 있는 그런 내용을 퍼 나르고 리트윗했다, 이렇게 신문에 났는데 그게 사실이라고 하면 문제가 심각한 것 아니냐. 그런 기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검사출신인 김재원 의원도 MBC라디오에서 “어쨌든 저희들 좀 당혹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전날 윤상현 수석부대표가 언급한 공소장 변경 철회를 놓고서도 “내부적인 절차의 잘못된 어떤 과정을 거쳐서 공소장 변경신청이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법원의 입장에서 보면 공소장 변경신청 자체는 적법한 것으로 지금 판단할 가능성이 많다”며 “그것을 다시 철회하는 것도 엄청나게 신중한 결정을 거쳐서 해야 되리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됐을 때는 또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쉽게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수도권 재선인 김용태 의원은 평화방송에서 “저도 아침에 신문보도를 보고 깜짝놀랐다. 주말 전에는 내부에 전혀 보고 없이 해서 그야말로 검찰 조직 전체를 욕먹이는 일이었다고 해서 그런 줄만 알고 있다가, 상부에 지속적으로 보고를 했는데 거절했다는 거잖나”라고 당혹해했다.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작업을 놓고도 “국정원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는 마당에 정말 사이버부대의 댓글논란수사가 미진하다면 국회내의 검증절차를 밟아보자고 못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군의 댓글작업을 개인적 차원이라고 했던 지도부 입장과 다른 태도를 취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사안이 일과성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당장 새누리당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보수언론에서 과거와 달리 이 사안을 비중있게 보도한 만큼 당내 여론도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벌써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선 이 사안이 빨리 정리되지 않으면 내년 지방선거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기사 어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