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뇌는 항상 수많은 양의 감각자극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정보들은 너무나 방대하여 우리는 이 자극 정보 모두를 동시에 처리해서 지각하는 것은 물론이고, 처리하려고 동시에 주의를 주는것 조차도 불가능 하다. 그래서 인간의 뇌는 자극되는 감각 입력정보들 중에 소수만 선택적으로 주의해서 처리하고 있으며, 지각되는 외부의 대상은 그 선택에 영향을 받아 결정된다.
문제는 그럼 주의의 대상으로 선택되지 않은 대부분의 감각자극정보들은 그러면 어느수준까지 처리가 되느냐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가지 이론이 있다. 하나는 초기선택이론이다. 즉, 주의를 주지 않은 자극들은 아주 최소한의 얕은 수준만 처리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그 예로 양쪽 귀에 다른 말소리를 들려주고 한쪽 귀에서 들리는 소리에만 주의집중하게 하면 다른쪽 귀로 들리는 말소리의 내용은 거의 파악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 이론에는 명백한 반례가 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칵테일 파티 현상이다. 파티장 같은 소란스러운 곳에서 누군가와 대화에 집중하고 있다면, 자신의 대화상대 이외 다른 수많은 사람들의 대화내용들은 모두 처리할수가 없고 따라서 그런 정보는 주변소음으로 간주되어 거의 처리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그런 와중에서도 (다른사람들 대화라 할지라도) 자신의 이름은 안 놓치고 잘 들리는데 칵테일 파티현상은 이런 상황을 말한다.
칵테일 파티 현상이 의미하는 것은 우리의 뇌는 스스로 인식하지 못할 뿐, 사실 주의대상 밖의 수많은 감각자극들도 제법 깊은 수준까지 처리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는 초기선택이론에 오류를 시사한다. 왜냐하면 초기선택이론이 사실이라면 선택적 주의 밖에 있는 주변사람들의 대화 내용은 이름같은 음절정보까지 처리되지도 않아서 칵테일 파티 현상은 애초에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이런 칵테일 파티 현상은 후기선택이론의 근거가 될 것이다. 그러나 뇌의 능력이 아무리 위대하다고는 하나 상식적으로 모든 감각자극 정보들이, 아니 청각자극만 고려해도 뇌가 그 수많은 정보들을 후기선택 이론에서 말하는 수준까지 처리하고 있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니까 수많은 사람이 넘쳐나는 파티장에서 뇌가 그 사람들이 사용하는 모든 단어들을 다 처리해야 한다면 아마도 우리는 정작 상대방과 정상적인 대화에 집중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 할것 같다. 즉, 칵테일 파티 현상은 이래도 저래도 모순이다.
초기선택이나 후기선택이론의 헛점은 이 두 가정 모두 대상정보의 처리정도는 대상정보에 대한 주의 정도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는 가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두 선택이론 모두 이 가정에 따라 모든 대상은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주의정도가 같으면 모두 같은수준으로 처리되어야 하며, 따라서 문제의 초점은 주의결핍에 따른 정보들의 처리깊이정도가 된다.
그러나 기억예측모델에 따르면 지각에는 선택이론에서 말하는 주의작용과 함께 예측작용도 같이 관여한다. 즉 기억예측모델에 따르면 지각은 주의작용에 따른 현재의 외부자극과 예측작용에 따른 뇌의 준비상태가 일치하였을때 일어난다. 그리고 예측작용은 과거의 경험에 따른 기억에 의해 결정이 된다. 정리하면 기억예측모델에서 인지는 초기선택, 후기선택이론에서 말하는 자발적 주의와 함께 과거의 경험에 따른 학습기억의 영향도 받는다. 이 모델에 따르면 학습이 많이된 정보는 주의수준이 얕아도 인지될수 있고, 학습이 덜된 정보는 주의 수준이 깊어도 인지되지 않을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이야 말로 가장 학습이 많이된 정보이면서 단순하기까지도 해서 최소한의 주의만으로도 인지될수 있는 반면, 본 글의 내용처럼 처음듣는데다가 두서없고 복잡한 내용의 이론같은 것은 왠만큼 주의를 줘도 그 내용이 잡히지 않을수 있다.
학습이 많이된 정보는 처리될때 우선순위도 높다. 청각에서 자신의 이름은 뇌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인지 정보일듯 하기 때문에 자신의 이름은 물론이고 자신의 이름과 비슷한 소리가 들려도 뇌는 우선 그것이 자신의 이름은 아닌지를 확인 할 것이다. 청각자극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인지정보가 이름이라면, 시각자극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인지정보는 아마도 얼굴이 될것이다. 시각에서 얼굴은 청각에서의 이름만큼이나 접하는 빈도나 중요도 면에서 가장 핵심정보이기 때문에 시각자극에서 가장 먼저 고려되는 인지정보가 된다. 그래서 얼굴 비슷한 형상만 있어도 바로 얼굴부터 떠오르는 착시가 가능한듯 하다. 이렇게 이름이나 얼굴같이 최고수준으로 학습된 정보는 최소한의 주의만 줘도, 최소한의 단서만 있어도 바로 인출 되는 반면, 드물게 자극되어 얕은 수준으로 학습된 인지정보는 인출우선순위가 낮아서 정보유사도가 높아야 인출되기 때문에 왠만큼 주의를 줘도, 왠만큼 단서가 있어도 언듯 인출되지 않고 지나칠수 있으며 이렇게 인출이나 학습이 계속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렇게 서서히 망각될 것이다.
기억예측모델 (memory-prediction framework) 요약
1. 뇌에서의 신경세포는 어떤 인위적인 의도나 특정기준(?)에 따라 외부자극에 ‘반응작용’(자발적 주의)을 하려고 항상 대기하고 있다.
2. 신경세포는 시냅스 강화를 통해 반복되는 반응자극을 시간서열 불변형태의 패턴으로 기억한다.
3. 저장된 기억은 항상 인출의 기회를 기다리며 준비하고 대기하고 있다.
4. 저장된 기억은 그것의 패턴과 유사관련이 있다고 이해되는 현재의 외부자극에 의해 인출된다.
5. 저장된 기억의 사슬이 자동 순차적(자극입력 속도를 앞질러)으로 인출되면서 생각이 일어나고, 신경세포는 곧바로 올 외부자극에 대해서 매 순간 예측을 통한 유추결과로 준비상태가 된다.
6. 예측에 따른 준비상태와 실제의 외부자극이 결합하면서 서로가 유사한 경우 지각이 일어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자동적)주의가 일어난다.
7. 지각에 의해 관련된 기억의 시냅스는 강화되고 불변형태성은 안정화 된다.
8. 주의에 의해 관련된 기억은 교정되거나 새로 생성되고, 자극에 대한 우선예측 대상순위가 바뀌고, 동시에 미래에 대한 현재의 예측은 수정된다.
내용요약
1. 한정된 뇌의 처리능력으로 인해 모든 수많은 감각정보들을 다 처리할수 없기 때문에 뇌는 선택적 주의를 하여 정보를 처리한다.
2. 초기선택이론은 선택적 주의 이외의 자극정보들은 기본적인 아주 얕은 수준만 처리된다는 이론이다.
3. 그러나 초기선택이론으로는 칵테일 파티 현상이 설명되지 않는다.
4. 후기선택이론으로 칵테일 파티현상을 설명하기에는 뇌가 처리해야 할 정보가 너무나 많다.
5. 초기선택이론이나 후기선택이론은 대상정보에 대한 인지가 주의정도에 의해서만 결정된다고 가정하고 있다.
6. 기억예측모델에 따르면 대상정보에 대한 인지는 주의정도와 함께 대상정보에 대한 학습정도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
7. 기억예측모델에 따르면 이름같은 최고학습 수준의 정보는 주의정도가 얕아도 인지될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