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 인간학의 역사를 보면... 20세기 초 유럽에서 유행하는 학문 중에 우생학이란 것이 있었다. 주로 백인종이 다른 인종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학문적으로 입증하려 한 것들이었다. 거기에 새롭게 ABO식 혈액형 지식이 도입되면서, A형이 우수하고 B형은 뒤떨어지며, 따라서 B형이 비교적 많은 아시아인들은 원래 뒤떨어진 인종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독일의 듄겔박사도 이런 걸 다루기 시작했고, 거기에 유학 가있던 일본인 의사 하라에 의해 이 주장이 일본에 들어왔다. 물론 일본은 황인종의 나라이니만큼 차마 인종간의 우열기준으로 사용하진 못했고, 그 대타로 성격을 나누는 기준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80년대에 들어오면서 여러 학자들의 비판으로 그 붐이 가라앉긴 했지만, 이 이론이 우리나라에는 다른 엉터리 과학이론들과 마찬가지로 이 일본의 혈액형관련 서적들이 번역, 인용되면서 대중들 사이에 널리 퍼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그냥 가볍게 여기는 혈액형 인간학이지만 그 역사는 이렇게 엉터리 과학이론의 극치였던 우생학에서 시작되었고 단지 구분의 기준이 되었던 <인종>이 일본으로 넘어가 <성격>이라는 기준으로 껍떼기만 바뀌었을 뿐이다. 이러면 좀 뽀대날라나? 서양인은 대부분 A형과 O형이고, B형과 AB형은 10% 정도 밖에 없어 혈액형으로 사람을 나누는 유행 자체가 없으며, 나치스의 만행을 경험한 유럽인들은 혈액형으로 따지는 인간학을 우생학의 망령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일본과 한국은 혈액형이 네 가지로 골고루 나눠진 편이라 아직 이같은 구분법이 남아있는 것 같다. 일본에선 "이런 건 외국에 없는 엉터리 이론이니 괜히 외국인에게 그런 얘기해서 망신당하지 말라"는 충고도 있고, 일본 심리학자인 오오무라 교수는 "일본인이 원래 조그만 집단에라도 속하면 안심하는 민족성이라 그런 걸 믿는다"고도 한다. 더 우끼는 건 "한국에도 믿는 사람들 있으니 너무 부끄러워말라"는 어느 일본인 개인 홈페이지도 있다는 사실이다. 황인종은 진화가 덜 되었다는 우생학적 관점에서 시작된 이론이 우습게도 황인종의 나라 한국과 일본에서만 아직도 남아있는 셈이다. 우습다고 해야할지 슬프다고 해야할지... **그러니까 자기만이 가지고 잇는 성격을 저런 우스꽝스런 이론에 끼워맞추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