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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media.daum.net/society/affair/200802/13/dailian/v19939450.html 1974년 8월 15일,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의 광복절이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나 그 당시는 방학 중에도 광복절을 기념하기 위해 학교를 갔었다. 그날에 대한 나의 기억. 아직도 그 날을 기억하는 사유는, 학교에서 광복절 행사를 치르는 그 시간에 하늘이 이상했다. 너무나 우중충했다. 흡사 하늘이 구름 속에 가려버린 듯했다. 혹자는 그 날을 회상하며 온 세상이 빨갛게 물들었었다고 이야기한다. 어쨌든 그날 우리는 잠시 충격에 휩싸인다. 육영수 여사께서 천둥소리와 함께 졸지에 운명을 달리하신다. 그리고 1978년 첫눈이 내리던 겨울날이었다. 눈이 내리고 있는데 천둥이 치고 있었다. 물론 과학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눈이 내린다고 천둥이 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당시로서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눈과 천둥은 나에게 생소했었던 터였다. 이듬해, 내가 가장 존경하는 분이 천둥소리와 함께 운명을 달리하셨다. 그 후 대한민국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그런데, 지난겨울 첫눈이 내릴 때 또 천둥이 세상을 어지럽혔다. 순간 불길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비단 인간의 경험으로만 이야기하자면 섣부른 측면이 있겠으나 나 자신 상당히 불안했었다. 뭔가 좋지 않은 일이 터질 것이라 직감했었다. 그리고 새해에 기어코 우리의 국보 1호인 숭례문이 천둥에(불에) 운명을 달리했다. 일본이 이 나라를 지배할 때도, 한국 전쟁 중에도, 아니 우리 역사의 혼란기에도 견고하게 생명을 지탱해온 우리의 국보 1호가 허망하게 운명을 달리했다. 참으로 허망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왜냐,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나는 그 타깃을 우리의 혼, 숭례문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냥 박정희 대통령에 버금가는 한 인간이 운명을 달리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하늘도 무심하시다. 아무리 박대통령에 버금가는 인물이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지주를 송두리째 앗아가 버리다니...... 이제 이후의 문제다. 그다지 느낌이 좋지 않다. 전례에 따른 경험에서 비롯된다. ...... 그만 각설하고, 글쟁이로서, 모쪼록 이 일이 불행의 서곡이 아닌, 새로운 출발을 위한 액땜이 되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본다./ 데일리안 황천우 소설가 - Copyrights ⓒ (주)이비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