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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고, 누르고, 던지고, 또 쏜다.
게시물ID : military_135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중대장
추천 : 28
조회수 : 1920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01/23 07:13:23


중대장이 호랑이 담배피던 옛날에 GP 생활할 때 얘기오.

 

그때 나는 신삥 소위물이 조금 빠질때 즈음이었는데 요즘 애들이
말하는 "쏘가리"였다 이말이오.

 

그때 경계병력이 휴대하는 무기는, 초소당 크레모아 1발, 수류탄 5발,
개인당 5.56미리 실탄 200발씩 (탄통에 탄창 10개X2 = 20개), 그리고
초소 다섯개당 M60 기관총 1정이었소.

 

크레모아 격발기에는 안전을 위해 나무쐐기가 박혀있고, 20발들이
탄창은 도장찍힌 종이로 봉인되어 있었소. 유사시에는 확 잡아뜯고
끼우면 되오. 물론 20발들이 탄창 하나는 이미 삽입되어 있소.

 

그거 아시오?

크레모아를 대검으로 쪼개보면 하얀색 떡반죽같은게 나오는데 이게
바로 컴포지션 4 폭약이오. 이거 밤톨만큼만 있으면 라면 하나 끓이기
충분하오. 폭약에 불을 붙이면 터지지는 않고 타는데 화력이 끝내주오.

 

크레모아는 전기충격을 주면 폭발하게끔 되어있소. 크레모아 격발기는
밧데리 같은게 들어가는게 아니라 누르면 전기가 발생되게끔 되어있는
장치인데 이 전기가 크레모아 폭약을 터트리는 것이오. 꼭 커다란
호치키스처럼 생겼지.

 

그런데 인접부대 소대장이 소대원들 크레모아 교육을 하면서 사고가
있었소.

 

교보재로 쓰던 크레모아 격발기가 오래되어서, 눌러지긴 하는데 녹이
살짝 슬었는지 뻑뻑해서 다시 원위치로 돌아오지 않는 놈이 있었소.
원래 교보재는 좀 낡은 놈으로 쓰는게 상례였지.

 

소대장이 격발기를 본체에서 빼서 안전하게 잘 교육을 시키고는,
"자- 이렇게 하는거다 알았나?" 하면서 본체에 결합후 툭 던졌는데,
눌려서 안 올라오던 격발기가 땅에 떨어지는 충격으로 올라오면서
크레모아가 터져버린 거지. 격발기는 누를때도 전기가 발생하지만
올라올때에도 전기가 발생하는데 미처 그걸 몰랐던거지.

 

다행히 크레모아가 땅을 향해 넘어져 있어서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여럿 고막터지고 난리도 아니었지. 소대장 징계먹고. 허허.. 그 친구
한동안 코가 쑥 빠져 풀이 죽어있더만 몇달 지나니 또 활개치고 다니
더구만. 그친구 중령까지 하고 예편했지.

 

아무튼 앞으로 군대 가서 크레모아 만질때 이거 극히 조심하고 단단히
명심하시오. 소대장 중대장도 모르고 있을 수 있소. 헌데 아직도
크레모아를 쓰오?

 

케이스에 들어있는 수류탄은 꼭 봉봉쥬스같아서 신병이 오면 야 쥬스
하나 먹을래? 하고 놀리고는 했소.

 

그런데 유사시 행동요령 교육 교범을 읽다가 이건 아닌데 하는
부분을 발견했소.

 

그것은 "누르고, 던지고, 쏜다" 라는 것이오.

 

군대 갔다온 분은 다 아시겠지만 먼저 크레모아 스위치를 누르고,
수류탄을 던지고, 마지막에 개인화기 사격을 한다는 것이오.

 

그러나 여기에는 심각한 결함이 있소.

 

크레모아라는게 일단 고정을 해 놓으면 원격지에서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없소. 다만 적의 침투방향을 예상해서 설치하는 것이오.
때문에 적이 크레모아 방향에서 빗나간 방향으로 침투시에는
제한적인 피해밖에는 줄 수가 없소.

 

수류탄도 마찬가지오.

 

야구선수가 아닌 이상 그냥 눈짐작으로 겨냥해서 던지는 수류탄이
얼마나 정확하겠소? 게다가 크레모아까지 터진 상황에 적이 나
잡아잡수 하고 가만히 있을 리도 없고, 이리저리 탁 튀어 산개하는
적을 수류탄으로 잡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오.

 

때문에 2인 1조의 경계병력이 가장 효과적으로 적을 제압하는 방법은
이렇소.

 

적을 발견하면 제일먼저 할 일은 적을 발견한 기색을 보이면 안되는
것이오. 급격한 움직임의 변화를 자제하고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오.
적도 이쪽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기 때문이오.

 

다음에는 미리 약속된 대로, 즉 적이 나타나면 나는 제일 왼쪽놈,
너는 제일 오른쪽에 있는 놈 이런식으로 약속을 미리 해 놓고, 두놈을
배당하여 저격으로 하나씩 잡는 것이오.

 

개인화기는 미리 거치되어 있으므로 그리 어렵지는 않을것이오.

자, 두놈이 쓰러지고 나면 나머지 놈들이 바짝 엎드릴것이오.
일단 총성이 났으므로 부사수는 예광탄으로 적 방향으로 사격을 해
주면, 기관총 초소에서 즉시 지원사격이 쏟아질 것이오.

 

이렇게 적의 발을 묶어놓은 다음에 크레모아를 누르는 것이오.

 

크레모아에 못 견딘 적이 빗발치는 총알속에 도주를 시도하오. 이때
수류탄 공격을 하는 것이오. 물론 이 모든 것은 1-2분 내에 다 이루어
져야 하오. 이후에는 인접초소에서 지원사격이 소나기처럼 퍼부을
것이기에 이쪽 초소에서 할 일은 별로 없소. 또 크레모아가 터지고
나면 먼지와 연기때문에 표적이 보이지도 않기때문에 지향사격밖에는
할 수가 없소.

 

다시 정리하오.

 

적 발견시에는 쏘고, 누르고, 던지고, 또 쏜다.

 

처음 쏘는 것은 정확한 조준사격이오, 나중 쏘는 것은 탄착군 사격쯤
될 것이오. 이러면 최소한 두놈은 확실히 잡을 수 있소.

 

간첩들은 특수훈련을 받은 자들이기때문에 이렇게 기습외의 방법으로는
잡기가 어렵소. 크레모아를 터트리고 기관총 사격이 난무하는데도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놈들이오.

 

그 옛날에 전발처에 건의했는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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