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주 어릴 때부터 날개를 갖고 싶었어요

속으로 기도도 가끔 했었어요, 하느님 날개를 제게 주신다면 하루에 한번씩 사람을 구하겠습니다 하면서요

그런데 요즘엔 만약 내게 날개가 있다면 내가 정말 행복할까 싶습니다

안 그럴 것 같더라구요

하루에도 수 백명이, 지금 이렇게 타자를 치는 순간에도 수십명이 죽고 있을텐데

그 중 추락사로 크게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람 또한 얼마나 많을까요

추락사로 사망했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스스로 죄책감에 빠질 것 같습니다

내가 그 시간에 그 근처를 날아다니기만 했다면 난 저 사람을 구할 수 있었을텐데, 하면서요

 

날아다니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초능력들도 비슷할 것 같아요

투시능력이 있는 사람은 밀실에서 폭행 혹은 성폭행을 당한 사람의 소식을 보면서 죄책감에 빠질테고

힘이 어마어마한 사람은 커다란 물체에 깔렸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죄책감에 빠질테고

미래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절망적인 미래를 볼 때마다 힘들어 할 것이고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짊어질 수 없는 커다란 죄책감과 고통이 초능력에 따르기 때문에 우린 초능력이 없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근데 이런 건 철학게시판에 올려야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