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남자. 난 여자) 운영하는 커피숍에 혼자 놀러갔어요. 친구는 거래처분이라며 다른분들이랑 있었어요. 맥주도 같이 파는 커피숍이라 친구네 일행은 다른 자리에서 맥주마시고 저는 술 잘 안마셔서 혼자 다른데 앉아서 책보고 있었어요.
그 일행 중 한 분이 저한테 오시더니 (나보다 열다섯 살은 많아보이는사람이...) 친구라던데 같이 와서 한잔 하자고 얘기하면서 어깨동무 하듯 제 등을 두드리는데 다른 한 손을 가슴에 얹는거에요. 첨엔 너무 직접적으로 건드려서 내가 당황했어요. 어버버버 하면서 '아, 네...' 하고 넘어갔어요.
나중에 그분이 화장실 가는길에 또 와서 왜 안오냐면서 아까랑 똑같이 또 등이랑 가슴이랑 건드리는거에요. 아시발. 친구놈 아는분이라 대놓고 뭐라 하지도 못하고. 그냥 나 먼저 간다고 나왔어요. 나가는데 내손을 잡더니 오빠가 나중에 전화할께. 꼭 받아. 이지랄..... 친구 앞에선 웃긴 했는데 진짜......
무한도전 보면서 잊고있었는데 자려고 누우니까 갑자기 가슴에 닿던 그 손 느낌이 생각나면서 기분이 더러워 죽겠어요. 병신같이 왜 한마디 대놓고 못했나. 왜 그때 어버버 하고 있었나. 내가 오늘 입은 옷이 문제였나. 헐렁한 두꺼운 후드티에 뱅뱅이 안경끼고 화장도 안하고 찐따같았는데 오늘. 내가 한 어떤 행동이 그리 나를 싸보이게 만들었나. 자꾸 자책감이 들어요. 내가 몸파는 여자가 된 기분이에요. 아무한테 말도 못하겠어요. 너무 부끄러워요. 그 친구한테도 말 못하겠어요. 친분있는 중요한 분이라잖아요.
이런 성추행에도 이렇게 머리가 복잡하고 힘든데 남자분들 제발 여자분 대할때 말한마디 스킨십 한번도 조심 해 주세요. 정말, 성폭력 피해여성들의 마음은 어떨지 이번일 계기로 아주 조금, 천분의 일이나마 알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