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지방에서 근무하던 시절입니다. 회사 동료들과 4명이서 스키장을 가기로 했는데 제차가 2인승 지프라서(레토나) 부서 동기에게 주말동안만 차를 빌려쓰기로 했습니다.(아반떼)
먼저 퇴근한 동기한테 전화가 왔는데, 차를 회사 정문앞 길가에 키꽂아서 세워놓았으니 가지고 가라고 합니다. 혹시라도 누가 덥썩 타고 갈까봐 서둘러 퇴근을 하고 차를 가지러 갔습니다. (많이 지방이라서 차를 훔쳐가거나 그럴일은 잘 없지요)
정문으로 나가보니 횡단보도에 흰색 소형차가 한대 보였습니다. 차에 올라타보니 동기녀석 말대로 키가 꽂혀있네요. '고마운 자식' 10년 경력의 베스트 드라이버답게 부릉~ 차를 몰고 집으로 향합니다. 5분쯤 달렸나, 갑자기 뒷자리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아빠~' 하더니 4~5살쯤 되어보이는 남자 아이가 불쑥 나타나는 겁니다.
'...... 멍....'
이건 뭐지? 자세히 보니 차가 아반떼가 아니네요. 누군가가 슈퍼에 가려고 차를 잠시 세워놓았는데 제가 집어타고 달려온겁니다. 게다가 아이도 유괴해서!
후딱 되돌아가보니 다행이 차주인께서 아직 쇼핑중인가봅니다. 멀뚱 멀뚱 잠이 덜깨어 상황파악이 안되는 아이에게 인사를 하고 도망치듯 빠져 나옵니다. 제 동기의 자랑스런 아반떼는 저~기 50미터쯤 뒤에 세워져있네요. 살면서 가장 황당했던 순간이었습니다.